숲속 오솔길

[스크랩] 자연과 함께..

마음정원(寂光) 2011. 10. 14. 21:07

             일요일.. 

             이른 아침이 되면 이곳 베트남의 자연 속으로 발 길을 향한다.

 

             처음에는 이른 새벽 동이 틀 무렵 아침 예불을 끝내고 숙소를 나서 어디론가 발길 닿는 곳으로

             들길따라.. 호수가에서.. 마주하는 농가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인연이 좋아 반갑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때로는 염불을 하면서 걷고 때로는 호흡을 지켜 보면서 걷다보면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소리..

             청승맞게 짖어대는 사나운 개 짖는 소리, 거위와 오리, 어미 닭과 어린 병아리, 송아지와 소, 말...

             모두는 소리를 내고 무엇인가 나름대로의 마음을 담아 의사표시를 전해준다.  

             모든 자연의 소리와 함께 숱한 대상의 소리가 마음에 닿고 그 때의 느낌이나 반응 또한 각각 다르다. 

             그냥..

             그대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며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27도 ~ 30도를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에 오랜 시간을 걷다보면 한 낮이 가까워지고

             땀도 온 몸을 적시고 몸도 지치게 된다.

 

             얼마 전 부터 직원들의 권유로 전문가용 자전거를 사서 가끔씩은 신바람나는 레이스를 즐기곤 한다. 

       

               

 

 

아침 햇살이 포근히 대지를 깜싼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스런 모습인가..~~

참으로 맑고 상큼한 아침이다..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싱가폴에 이어 두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선정되었다 한다.

이와같이 맑고 고요한 자연속에 홀로 명상하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베트남(호치민)은 삼모작을 한다.

들길을 가다보면 이제 막 벼 모종을 뿌려 놓은 곳이 있고

어떤 곳에는 사진처럼 벼 이삭이 고개를 들고 피어있는가 하면

  벼 탈곡을 하는 광경을 보기도 한다.. 베트남은 쌀 수출이 세계 2위지만

과학적인 영농법이 없고 정말 원시적인 방법에 의존해서 농사를 짓고있다.

 

우리나라의 새마을 운동이 하루빨리 이곳에서도

펼쳐졌으면......

뭔가 발전적인 영농법이 개발되고 농부들이

과학적인 농사깃법으로 농업을 육성 발전시키고

농가 소득도 크게 올릴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개혁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들 길을 걷다보면 문득 고향의 품안이 그리워진다.

어릴적 시절 부모님과 형제들이 모두 함께 농사 지으며

순박하게 살아가던 그 때의 추억이 새롭다.

 

옥수수 밭 잡초를 뽑고있는 농부

 

작은 오솔 길..

논밭 사이에 겨우 한 사람 지나갈 만한 농로 길이 아니면

이와 같은 정겨운 오솔 길이다.,

끝도없이 펼쳐진 오솔 길 따라간다.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인적을 만나기도 쉽지가 않고 농가도 마을을 이루고

사는것이 아니라 강 길따라 농토 따라 띄엄 띄엄

한 농가씩 전통적인 베트남식 집을 짓고 생활한다.  

 

농가에 다다르면 제일 먼저 뛰어나와

인사하고 맞아주는게 사나운 개 손님이다.

겁주기 위해 으렁대고 사납게 짖어대지만

죽비 한방(?) 내리치면 곧 바로 줄행랑이다.  

 

농가의 모습이 소박하고 향토적이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면 겨우 잠 자고 생활하는

침상(나무나 대나무 침상)하나와 낡은 TV 한대가

전부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한대 그리고 어린아이 둘,

  닭과 병아리, 개, 소와 송아지, 오리와 거위가 한 가족이다. 

                                                    대부분 반갑게 맞아주고 친절하게 따뜻한 차(茶)나 물을 권하지만

                                                                 선뜻 받아 마시기에는 손이 빨리 가질 않는다.

                                                             그만큼 마시는 물조차 안전하지가 않고 위생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못하다.. 전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오지의 농가는 대 부분 이와 같다. 하지만 여유가 있고 행복한 모습들이다.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주고 친절하며 심성이 착하다.

 

                                                   

지난 금요일 퇴근 시간 후 자전거를 타고 나섯다가

비포장 도로에서 넘어져 손바닥, 손목, 팔, 무릎, 얼굴 등

타박상을 입었는데 온 몸이 뻐근하고 후유증이 가시지 않는다.

 

오늘은 대 부분 걷고 명상하며 편안한 시간이 되고자 했다.

먼 길이라 자건거를 가지고 갔지만...

 

대만 수입자전거 (16기어)

가격도 만만찮고 성능이 아주 좋은 전문가용 자전거이다.

디카와 자전거는 나의 유일한 재산 1호.

 

 

 

낮선 외지인이 갑작스레 찾아와 당황하면서도

반갑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

어린시절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말은 건네지 못하고 주위만 빙빙 돌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카메라 촬영을 하자고 하니깐 부끄러워 얼굴을 돌렸지만

어렵사리 한 컷트 촬영을 할 수 있게 포즈를 취해 주었다.  

 

나무다리..

들판 가운데 작은 강이 있고 이 강 따라 농사도 짓고 인가도 있다.

강물은 늘 흙탕물 되어 흐르지만 이곳 농민들은 가장 소중한 젓줄이다.

길 옆 나무다리를 건너면 한 농가가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강에서 고기를 잡는 모습..

 

오전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부부..

이들의 교통수단은 차가 아닌 작은 배다.

배로 일터에 나가고 농작물을 옮겨오고 내다 판다.

이들은 시멘트 바르는 미장작업을 하고 돌아오면서

눈길이 마주치자  수줍은 미소를 보낸다.

주어진 환경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높은 시멘트 담벽대신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나무 담장과 대문..

한결같이 순박하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길을 가는데 집 안에 있던 노 부부와 젊은 아들내외가 

한사코 들어 오란다.. 영어를 하지 못하지만 "할로우..할로우~~ " 소리친다.

아직도 베트남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데

노인은 숨도 안 쉬고 계속 무엇인가 이야기 하신다.

아마도 처음 만나는 외국사람인 만큼 모든게 궁금하고 신기한 모양이다.

결혼 사진 외에는 사진을 찍을 기회도 없고 누가 찍어줄 사람도 없기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사진을 찍어 현상해서 갖다주면

가보처럼 소중하게 보관하고 오가는 모든 사람들한테 자랑을 한다.

이렇게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나에게도 큰 행복이다.

감사한 일이다. 

 

 

농약치는 농부와 함께..

턱에 타박상 상처가 훈장처럼 뚜렷하다.

오온 가운데 색(色)인 육신이 허망하고 무상함을 경전에서 수없이 가르치고

그렇게 실천하기를 다짐하고 있지만 얼굴에 생긴 상처가 아프고

보기 흉해질까 신경 쓰이는 것은 또 무엇일까......

 

 

허수아비..??

새 들이 많이 날아와 애써 지은 벼 농사 피해를 주고 있지만

허수아비나 새 들을 쫒는 경우를 보기는 쉽지 않다.

논 가에 꽂아둔 허수아비를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허수아비 처녀..

그 동안 숱하게 들길을 다녔지만 이렇듯 멋진 허수아비를 본 적이 없다.

수줍은 듯 갸녀린 아름다운 처녀 허수아비가 신기하고 반가워

한 참을 바라보았다. 들판이 한 폭의 그림이고 생활이다.

 

습지 나무 숲 속에 비쳐주는 햇빛이

내 마음도 환하게 비춰준다.

무한한 자연의 은혜에 감사한다.

 

적광 합장.._()()_

2010. 1. 24

 

출처 : 산사의 풍경소리
글쓴이 : 寂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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