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숲

휴일 아침에..

마음정원(寂光) 2007. 3. 18. 09:25

새벽 다섯 시가 되면 핸폰의 알람이 잠을 깨운다.

알람이 아니더라도 이 시간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 두손 모두어  합장을 하고..

앉은 자리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의식을 맑게 한 뒤 침상을 정리하고 

창문을 모두 열어 방안의 탁기를 내보내고 대신 바깥의 맑은 공기로 채운다.

상쾌하고 가뿐한 아침이다.. 

 

안방, 修禪堂, 거실과 화장실의 전등을 모두 켜고 修禪堂의 부처님 전에 촛불을 켜고

茶水를 올린다. 하루를 여는 시간,  귀의삼보례를 드리고 나서 회사 주변을 천천히 돌며

염불과 함께 걷기명상을 한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밤 우주가 깨어나는 여명의 맑은 기운이 온 몸을 감싸온다.

때로는 서쪽하늘 나즈막하게 떠 있는 초생달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고운 외로움으로

밤을 지새우고 영롱한 샛별들이 금방이라도 달려올 듯 반가이 미소한다..

 

밤을 지켜온 다섯마리 개가 여기 저기에서 부시시 일어나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이렇듯 새벽을 열고.. 새벽에 깨어있는 즐거움이다.

미물중생 모두가 깨어나고, 그 나름대로의 반가움을 전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우주가 열리고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에 함께할 수 있어야  맑은

우주의 기운으로 채울 수 있고  지혜의 눈을 뜰 수 있으리라.

'새벽에 눈 뜬 자만이 새벽을 볼 수 있다' 고 한 어느 작가의 이야기 처럼..

 

회사 한켠에 있는 양계장의 닭은 숨을 죽이고 그대로 무리지어 서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하다. 애써 인기척을 해 본다.

닭장 안 여기 저기에 흩으져 있는 계란을 줏으며 비실대는 닭들에게 조심스레 잠을 깨운다.

새벽이면 들려야 할 닭 울음소리가 없는게 묘한 일이기도 하다.

경비실의 경비는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근무자세를 갖춘다. 숙소 내 방의 불이 꺼지고

내가 잠자리에 들면 저들은 마음놓고 휴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아는 내가

그래도 '수고한다..' 고 한마디 하게되면 연신 허리를 굽히곤 한다.

엊그제는 밤새 변전실 열쇠를 자르고 도둑이 들었는데 경비들은 책임감을 인식하기 보다는

변명에 급급하다. 대부분 중국인들의 복무자세가 이러하다보니 가끔씩은 역정을 내고 심한 질책을

할 때가 있지만 마음은 답답하고 편하지가 못하다. 오랜 세월동안 쌓여온 사회주의 인민들의

젖어온 습관이고 생활방식이 그러함에야 어쩌겠는가..

한국식의 사고와 근무자세를 심어주기 위해 무던히 애써고 있다. 다른 회사들에 비하면

직공들과 관리자들이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어떤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그 본성이 그대로

드러남은 어쩔 수가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ㅎㅎ 

 

이른 새벽에 깨어 있음은 참으로 신선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아침 도량석을 하고 修禪堂으로 돌아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서 예불을 올린다.

마음 고요히..

정성을 모아 부처님 전에 예불하고 발원하며 기도한다.

마음이 하나될 때 목탁소리는 더없이 맑은 소리가 되어 마음을 울린다.

일배 일배..백팔배의 대참회는 마음의 때를 씻어내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속에 업장이 녹아난다.

禪定에 머물어 마음 바라보지만 그 마음이 채 내려앉기도 전에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에 쫒기고 만다.

깊은 선정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 아쉽다.

 

하루를 열고.. 머물며.. 마무리하는 일상에서 늘 깨어있어야 하고

무심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번뇌와 망상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어리석음이 안타깝지 않은가.. 항상 내 안 바라볼 수 있는 고요함으로..

깨어있음으로.. 수행의 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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