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이해

인과와 참회

마음정원(寂光) 2012. 5. 21. 13:56

불교에 입문하면 맨 처음 사성제1)인 고집멸도를 배우게 된다. 불교에서는 깨닫지 못하면 육도윤회2)를 피할 수 없으니, 수행을 통하여 고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어쨌든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나려면 고(苦)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1) 사성제(四聖諦): 네 가지 가장 훌륭한 진리라는 뜻, 불교의 실천적 원리를 나타내는 사성제는 8성도, 12인연과 더불어 원시불교의 중요한 교의이다. 삶이 고(苦)라는 고제, 고는 번뇌, 특히 갈애, 집착 때문이라는 집제, 갈애를 멸하고 고를 멸한 열반이 즉 해탈의 이상경이라는 도제, 고를 멸하는 수행법은 팔정도라는 도제 등 고집멸도를 말한다.

2) 육도윤회(六道輪廻): 육도는 육취(六趣)라고도 하는데, 중생이 그 번뇌와 업에 의해서 머무는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상도 등 여섯 가지 세상을 말한다. 모든 중생은 각기 업에 따라 생사(生死: 나고 죽음)를 거듭하면서 육도를 돌고 도는데, 이를 육도윤회라고 한다.

우리와 같은 중생들은 오직 현재생만 알 뿐 과거생은 기억하지 못하고 미래생은 예측할 능력이 없어 삼생에 걸친 인연은 믿지 못하고 현재만 집착한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육도윤회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불자들 중에서도 윤회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는 인과에 관한 법문이 다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불자들도 인과에 대해서는 믿음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 사실 인과보응의 도리를 믿는다고 해도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은 인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시이래로 탐진치3)에 물들어 온 우리가 어찌 하루아침에 성인이 될 수 있으랴.

3) 탐진치(貪瞋痴): 욕심, 성냄, 어리석음. 수행인을 가장 심히 해롭게 하므로 3독이라 한다.


인과를 믿고 실천하니 날마다 좋은 날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이야기』를 번역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불교를 잘못 믿어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전에 저지른 죄업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일어났다. 물론 전에도 백팔참회를 많이 했었지만 모든 잘못을 낱낱이 깨닫고 나니 참회의 마음도 더욱 진실해졌다. 이 책을 계기로 철저하게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은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릴 적 나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살생을 하였으니, 그 과보가 지금까지도 내 몸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쥐를 물속에 빠뜨려 죽게 한 과보로 나도 물에 빠져 죽을 뻔하였으며, 개구리를 괴롭히면서 죽게 한 과보로 언덕에서 떨어져 인사불성이 된 적도 있었다. 또 뱀을 잡아먹고 머리와 얼굴에 피부병이 걸려 고생한 적이 있는 등 내 몸은 지금까지 저지른 살생의 업 때문에 많은 괴로움을 당하였으며, 일부는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다.

그것은 내가 불교를 믿기 전에 인과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없었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선근이 없어 생명에 대한 자비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불교를 믿으면서 직접적인 살생은 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인 살생은 멈추지 못하였으니, 다름이 아니라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사회생활상 어쩔 수 없다는 나약한 심정으로 고기 먹는 것을 끊지 못하였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2002년부터 북경에서 연수할 때 몸보신한다고 자주 닭다리를 사와 고와 먹곤 하였는데 어느 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릎관절이 아프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는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알지 못하였는데,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이야기』를 읽어보고는 바로 닭다리를 자주 먹은 과보임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고기 먹는 것을 끊고는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으며, 그 후로는 등산을 오래할 때 외에는 무릎이 아픈 적이 없었다. 그리고 고기를 먹을 때보다 더 건강해졌으며 잔병도 훨씬 적어졌다.

인과를 믿고 실천하니 마음도 즐겁고 잠자는 것도 이전보다 편해졌으며 꿈도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고기를 먹지 않게 되자 우연한 기회에 관세음보살상을 집에 모시는 인연을 얻게 되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관세음보살님께 이전의 죄업을 참회하면서 생활하니 기쁨이 충만해지며, 얼마 전에는 꿈속에서 전에 내가 죽였던 개구리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본 이후로 뱃속이 자주 더부룩하던 병이 없어졌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면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려우며 안타까운 일이다. 잘못을 깨닫고 진정으로 참회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도 인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니 고통에서 벗어날 기연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인과를 알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

얼마 전 어느 거사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자기가 젊었을 때 어느 절 객실에서 한 분의 노스님을 만나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선지식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님이었는데 그 당시는 모르고 법문을 들었다고 하였다. 그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말법시대인 요즘에는 중생들이 업장이 두터우니 수행하려면 먼저 과거의 업장에 대하여 진정한 참회를 9년 이상 해야 된다.”고 하셨다고 한다. 출가자든 재가자든 먼저 인과를 이해하고 과거의 업장을 참회한다면 수행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모든 일이 순조로워질 것이라는 말씀이다.

지금 우리들은 과거생의 죄업도 많을 뿐더러 금생에 지은 잘못도 많아서 그런지 고통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자기에게 오는 모든 괴로움은 바로 자기가 지은 업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믿어야 할 것이다.

자기의 괴로움을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되면 참회의 마음이 생길 수가 없으며, 남에 대한 원망 또는 원한이 싹트게 되어 또 다른 괴로움의 원인을 심게 된다. 그야말로 세세생생 돌아가며 원한을 갚게 되면서 육도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 탓으로 돌리면 모든 집착을 쉽게 놓을 수 있으며 참회하여 그 업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듯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인연은 우리의 마음이 지은 것이며, 동체대비(同體大悲)라는 말과 같이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진 한 몸이라는 사실을 깊이 믿을 때 대비의 마음이 우러나올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일성(一聲)이 80억겁의 무량한 생사중죄를 녹인다고 하였으니 진정으로 참회 염불을 하면 벗어나지 못할 괴로움이 없을 것이다. 다만 업의 경중(輕重)과 참회하는 마음에 따라 고통에서 벗어나는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참회하는 마음이 물러나지만 않는다면 고통뿐만 아니라 생사에서도 해탈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각산 정원규|경남 진주에서 출생, 진주고등학교,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부터 경남 도청에서 근무하였으며, 2002년 9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중국 북경소재 대외경제무역대학을 연수(국제무역전공)하였다. 2005년 1월부터 현재 중국 청도(경상남도 산동 사무소장으로 재직)에 파견 근무 중이다. 역저서로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