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담과 심리치료

심리상담기법 - 상담기초(2)

마음정원(寂光) 2011. 10. 21. 20:06

심리상담기법 - 상담기초(2)

" 지혜를 발휘하라 "


상담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정서적인 상처를 두려워하는 카운슬러는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원한다. 그러나 실수 없이 완벽하게 상담을 해낼 수 있는 카운슬러는 없으며, 상담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 이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상담경험을 통해 상담능력을 조금씩 개선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 장에서는 상담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사항은 지혜를 얻게 되더라도 실제경험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지혜를 실제상황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음에 설명하게 될 지혜들은 상담에서 카운슬러의 능력을 개발시키는 데 유용한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해줄 것이다.



⑴내담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사람이 낯선 사람에게 찾아와서 자신의 인생과 삶에 관하여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또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그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이를 옳게 이해시키려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속성은 수수께끼와도 같은 미스테리이다. 그들은 카운슬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가능한 많은 힌트를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운슬러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카운슬러에게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털어놓는다. 카운슬러는 상담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어려움 중의 대부분은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설명하려고 애쓰면서 정확한 말을 찾지 못해 주저하고 애매한 태도를 보일 때 이를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내담자의 말을 듣지 않거나, 들을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내담자는 사실상 카운슬러를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받으러 왔으나 도움을 주는 상황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그들이 말한 것 중에서 카운슬러가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쳐버린 사실들이 있으면 다시 카운슬러에게 주지시킨다.

재확인시키는 방법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아니오, 그건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닙니다' 또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다. 내담자는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는 이야기를 더이상 진전시키지 않고 카운슬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한다. 카운슬러가 이와 같은 내담자의 이야기의 반복에 주의한다면 내담자가 카운슬러를 훌륭한 조력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내담자가 상황을 분명하게 설명해주어도 카운슬러가 문제의 핵심을 놓쳐버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상황은 초보자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노련한 카운슬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카운슬러가 문제의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것은 내담자의 문제가 이것일 거라고 미리 추측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내담자의 말을 잘 들을 수 없게 되어 발생한다. 예를 들면 내담자가 어떤 일을 이야기 할 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거나, 카운슬러의 생각 속에 이와 비슷한 상황을 정당화시켜주는 단편적이고 불확실한 증거에 의지하여 상황을 판단하게 되면 위와 같은 상황이 쉽게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카운슬러가 좀 더 주의깊게 내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성급한 판단이나 기대에 덜 집착하게 된다면 내담자의 설명이 상징적이라 할지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결국 내담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게 되어 상담과정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⑵문제에만 집착하지 말라

내담자가 그들의 문제를 열심히 설명할 때, 카운슬러가 그들의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쉽게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어떤 문제를 똑같은 조건과 상황 속에서 겪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알콜중독' 문제로 찾아온 내담자에게 알콜중독에 관한 책에 쓰여진 정보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려 한다고 하자. 물론 이 책을 통해 알콜중독에 관한 일반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콜중독 문제로 고통받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정도로 고통을 겪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히 명명된 문제에만 신경쓰지 말고 그 문제를 지닌 개인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카운슬러는 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을 소홀하게 생각하기 쉽고,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상황을 왜곡시키는 위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카운슬러가 문제와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주체인 사람을 별개의 존재로 간주할 때 쉽게 발생한다. 카운슬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인간이며, 그의 인생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내담자의 태도이다. 내담자의 문제가 알콜중독이냐, 성적불량이냐, 불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러한 문제를 내담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⑶내담자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 하지 말라


카운슬러에게 항상 완벽하려고 하지 말라는 충고는 카운슬러가 문제 해결사는 아니며, 문제 해결사가 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다. 카운슬러는 상담이 내담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좋은 결과는 내담자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깊은 관심을 보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한 자세로 상담에 임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일념에서 미리 결과를 예상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할 때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학생이 나쁜 성적 때문에 카운슬러에게 찾아왔다고 하자. 카운슬러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 때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되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카운슬러와 내담자 중에 어느 쪽의 의지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카운슬러가 내담자의 문제를 앞장서서 대신 해결해주려는 욕망이 야기시키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내담자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를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카운슬러가 내담자가 그들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질 기회를 빼앗고, 그들에게서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박탈하는 해동은 내담자와 카운슬러 모두에게 이롭지 못하다. 상담과 같이 남을 돕는 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움을 받으러 온 사람이 자신의 힘과 의지로 인생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여러 상담기법이 필요하며, 그들에게 카운슬러의 결정사항이나 목표를 부과하고 강요하거나 그들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카운슬러는 내담자를 위해 시간을 내고 그들에게 진정한 이해와 정직한 마음으로 대하되, 그 이상의 행동은 내담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⑷카운슬러는 만능해결사가 아님을 명심하라

내담자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 속에는 상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은 강한 동기가 숨어 있다. 이 동기는 카운슬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부정적인 상담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동기는 특히 강박적이고 충동적인 경향이 있는 유능한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하기 원하며, 가능하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마치고 싶어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대부분 권위적이다. 다만, 카운슬러가 되기 전에 상담에서 성공하고 싶은 근본적인 동기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성공해야 한다는 사람은 그들의 과잉성취동기가 오히려 인생의 비전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그들은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들을 자신의 성공의 수단이나 기회를 제공하는 존재로 보기 쉬우며 이런 생각으로는 찾아온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하고 보이지 않는 권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지닌 카운슬러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방법에만 몰두하기 쉽다. 또한 이미 알고 있거나 들은 적이 있는 유능한 전문 카운슬러와 자신의 능력을 비교하려 하고, 전문가의 상담기법을 그대로 모방하려 한다. 이와 같은 전문가의 상담기법을 모방한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문제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카운슬러의 자발적이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으며 내담자를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한, 그들을 독특한 한 개인으로 바라볼 수도 없게 된다.


내담자를 위한 성공적인 도움은 비이기적이고 무의식적인 이해심 속에서 나오며, 미리 세워진 각본에 따른 상담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정직하고 순수하게 반응하는 인간애가 느껴지는 상담에서 훌륭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다. 너무나 일상적이고 피상적인 태도는 내담자에게 감명을 주기 어렵다. 보통 카운슬러가 내담자의 문제를 대신이라도 해결해주고 싶은 강한 동기 속에는 진정으로 내담자를 돕고 싶은 마음보다는 유능한 카운슬러가 되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으며, 이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에야 내담자의 행복과 정서적인 평안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며 상담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