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내 마음은 지금 이 순간 어디를 향해 있는가 - 정목스님

마음정원(寂光) 2015. 3. 14. 07:18

내 마음은 지금 이 순간 어디를 향해 있는가 

정목 스님이 들려주는 마음고요 발원문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 은혜를 입고 살게 되며,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보내주는 성원과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합니다.

이번 생은 수많은 생애 가운데, 책의 한 페이지에 불과합니다.

한 번 태어난 인생을 겸손하고 소중하게 살아가기를 발원하면,

그런 발원은 여러분의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 올리는 발원을 꽃 피우려면 어쩌면 몇 생 뒤에나 이루어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발원의 씨를 뿌려놓으면 반드시 꽃 피고 열매 맺을 날이 있습니다.

 

오직 일념삼매가 마음의 대문에서 초병으로 자리 잡고 지키면

바른 지혜도 찾아오고 그 지혜는 한번 찾아오면 다시 떠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언제나 마음을 이런 식으로 유지하고

때때로 마음상태의 허물을 발견하면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길을 걸을 때는 쓸데없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말고

시선은 명상할 때처럼 아래로 내리고 발을 디딜 땅을 살펴야 합니다.

눈에 긴장을 풀기 위해 가끔 주위를 둘러보고

이때 누군가 시야에 들어오면 바라보며 인사해야 합니다.

길에 위험한 것이 있는지 알기 위해 잠시 사방을 살펴보고

먼 곳을 볼 때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볼 때에는 방향을 돌린 뒤에 보아야 합니다.

앞이나 뒤를 돌아본 뒤에 앞으로 가든지 뒤로 돌아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경우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한 뒤에 진행해야 합니다.

어떤 특별한 자세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시작했을 때는

몸이 어떤 자세로 있는지 가끔 살펴보도록 하십시오.

 

사납게 날뛰는 이 마음의 코끼리를 이렇게 하나하나 마음챙김을 다해 지켜보면서

진리라는 거대한 기둥에 매어놓은 밧줄을 끊고 달아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자기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조사하여

잠시라도 마음이 선정이라는 기둥을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위험에 처했거나 축제 때와 같은, 그렇게 할 수 없는 때는 안 해도 됩니다.

경전에 보면 보시를 행할 때는 계율을 잠시 밀어 놓아도 된다 했습니다.

어떤 것을 하기로 작정하고 시작했을 때는 마음을 거기에 집중하여

그것이 끝날 때까지 밀고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것이 잘 되지만 변덕을 부리면 이것도 저것도 되지 않고

게다가 그렇게 되면 부덕한 행동으로 인해 번뇌도 늘어납니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오늘도 한 걸음만…

출가수행자들이 처음 절에 들어와서 삭발을 하면, 행자시절을 보낸 뒤에

사미·사미니로서의 세월을 보냅니다.

그때 처음으로 대선사 즉 선지식들의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어른을 올려다볼 때는 공경스런 눈빛으로 보는 것을 비롯해, 자리를 앉고

서는 것 하나하나에 대한 행동을 익히게 됩니다.

 

수행 정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순간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마음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부정적인 에너지가 올라오게 될 때는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도록

하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허물을 발견하는 그 순간, 마음부터 달려가지 말고 나무토막처럼 가만히 있으며

그 마음의 폭발을 잠재워야 합니다.

 

그리고 길을 걸어가면서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 말고 시선을 명상할 때처럼

아래로 떨어뜨리고, 발을 디디고 걸어 나갈 때는 땅을 바라보라고 하였습니다.

이 몸과 마음은 항상 유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긴장을 하게 되면 자연스런 에너지의 흐름이 막히니 천천히 행동하라는 것이지요.

밀라레빠 선사께서도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는 가끔 먼 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걸어가면서도 수행을 한다.

걷는다는 것은 부처님의 주위를 도는 것이다.”

 

즉 탑돌이를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도 부처님의 탑 주변을 걷는 것과 같이 정성스럽게

마음챙김하며, 발걸음 하나도 ‘오른발, 왼발’ 알아차리면서 내밀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참된 수행자는 모든 순간순간의 행동이 다 수행으로 연결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볼 때에도 고개만 획 돌리지 말고 몸 전체를 뒤로 돌려서

내가 보고자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보고, 앞으로 가고자 할 때는 다시 몸을 돌려서

앞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여법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또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겠다는 발원입니다.

 

그리고 혹시 ‘발원문 중에 조금 이상한 내용이 있네’ 하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위험에 처했거나 축제와 같은 때는 마음 챙김을 놓쳐도 괜찮다고 하였습니다.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 아니십니까?

또한 보시를 행할 때는 지계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마음챙김 수행을 안 해도 좋다거나

또는 계율을 어겨도 좋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하라는 말씀이지요.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마음챙김하는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면,

그 일에 매진해도 좋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보시를 행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계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시 행위가 훨씬 더 유익하다면 그것을 더 높은 가치로 여기고 행동하라는 의미입니다. 그 유익함이란 무엇일까요? 만 중생을 위하는 일이 더 유익하다면,

정진하는 마음이나 또는 계율을 지키는 것은 잠시 옆으로 내려놓아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 한 가지를 시작했으면

오직 마음을 거기에 집중해서 끝날 때까지 밀고 나아가겠다는 발원입니다.

모든 일은 한 번에 한 가지씩 해야 합니다.

어떤 두 가지 사물도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차지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한 가지를 차례대로 해나가도록 하라는 것이 오늘의 발원입니다.

수행이나 정진 기도에도 욕심내실 것 없습니다. 오늘도 한 걸음만 나아가 보십시오.

 

- 월간불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