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자하문(紫霞門)은 불이문(不二門)이 아니다
불국사 자하문
경주 불국사에는 일반 사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자하문(紫霞門)이 있다. 청운교 ․ 백운교를 건너면 부처님 세계의 관문에 해당하는 자하문에 이르게 된다.
자하(紫霞)란 '붉은 안개'라는 말로 "부처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색 광명이 안개처럼 서려 있다."는 뜻이며 이 문을 들어서면 세간의 모든 번뇌를 부처님의 자금색 광명으로 씻게 되고, 눈 앞에는 "대 진리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상징하는 문이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탐색하다보면 이 자하문(紫霞門)을, 불이문(不二門)이라고 하는 글들을 많이 보게 된다. 심지어 스님이 쓴 글에서도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불국사 불이문에 대한 설명들이다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수미산 정상에 들어서는 문으로 이곳을 통과하면 바로 도리천에 다다른다. 사찰에 따라서 이름이 다르기도 하다. 불국사 불이문에는 자하문(紫霞門)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이 문에 들어서려면 청운교와 백운교를 거치는데, 이들 다리의 계단은 모두 33개이다. 곧 도리천의 33천을 상징적으로 조형화한 것이다."
"경주 불국사를 살펴보면 불이문의 조성과 이에 따른 사상적 투영을 극명하게 알수 있다.
불국사의 불이문에 해당되는 자하문에 도달하려면 청운교와 백운교의 33계단을 거치게 되는데, 이 다리들은 도리천의 33천을 상징적으로 조형화한 것이라 한다."
" 다리 모양을 한 계단이 청운교와 백운교이다. 푸른 구름(청운교, 靑雲橋)과 흰 구름(백운교, 白雲橋)을 지나 자주 빛 안개에 서려 있는 문 곧 자하문(紫霞門)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부처의 몸 색깔을 의미하는 자금색으로 불이(不二)의 경지를 상징하는 불이문(不二門)이며 진리를 깨달은 부처가 된다하여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전각을 만나기 전 마지막 통과해야 하는 문이다. 불이문(不二門)은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게 경주 불국사의 불이문인 자하문(紫霞門)이다. 지금은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직접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돼 있지만 자하문에 오르는 돌계단의 계단 수 33개는 불교에서 지극히 많은 숫자를 의미한다. 신라의 장인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불교적 세계관을 나타내려 한 것이다."
"불이문은 진리를 상징하는 문으로 해탈을 얻게 된다고 하여 해탈문, 또는 극락문이라고도 한다. 해탈을 하고자 하는 구도자가 천왕문을 지나 수미산에 오르면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다스리는 도리천이 있고 도리천 위에 불이(不二)의 경지를 상징하는 불이문이 있다. 불이(不二)란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요, 세속과 부처의 세계, 선악, 유무, 깨끗함과 더러움 등 상대적 개념이 모두 둘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불이문을 들어서면 부처님의 나라인 불국정토, 즉 법당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불국사에는 자하문과 안양문이 불이문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곳 불국사는 동쪽 출입문이 일주문이고, 서쪽 출입문이 불이문으로 되어있다."
(※ 위의 설명들 중에서 33계단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으로 실제는 34계단임)
그러나
자하문(紫霞門)은 말 그대로 자하문(紫霞門)이지 불이문(不二門)은 아니며 자하문이 불이문을 대신하는 것도 아니다.
임진왜란의 참화로 거대한 불국사가 모두 불태워지는 수난을 당하였고, 각 건물의 위치에 대한 기록이 없어 창건 당시나 그 이후의 모습을 정확히알 수 없으나 '불국사고금역대기'의 기록에 의하면 자하문과 불이문이 분명히 따로 있었다
자하문은 대웅전의 영역에, 불이문은 천왕문과 금강문, 일주문과 함께 있었음이 기록되어 있다.
뿐만아니라 지금도 불이문이 엄연히 따로 있다. 단지 불이문(不二門)이라 적힌 편액 대신 '토함산불국사(吐含山佛國寺)'라는 편액이 걸려있어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불이문에 걸려있는 편액(토함산불국사)
불국사에는 2곳의 출입문이 있다. 가장 많이 드나드는 남쪽의 산문(일주문)과 불국사 서쪽에도 출입문이 있는데 이 서쪽 출입문이 바로 불이문(不二門)이다
불국사의 서쪽 출입문인 불이문(不二門)
현재 불국사 경내도
왜 이렇게 자하문을 불이문으로 잘못 알게 되었을까?
아마 1972년 불국사의 복원과정에서 남쪽으로 정문을 만들고 이곳으로 출입을 하게 되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일주문과 천왕문은 옛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1960년대 말 경주관광종합계획이 수립되고 1971년부터 불국사를 대규모로 복원할 때 함께 만들어진 것이다.
불국사의 바로 앞(남쪽)에 있던 불국사관광호텔을 철거하고 남쪽으로 사역(寺域)을 넓히면서 일주문과 천왕문을 새로 건립하였는데, 불이문은 서쪽에 따로 있기 때문에 만들지 않은 것이다.
흔히 일주문과 천왕문, 불이문을 삼문(三門)이라 부르며 대부분의 사찰이 일직선의 형태로 이 세 개의 문을 두고 차례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현재의 불국사는 일주문을 지나고 천왕문을 지나면 불이문이라고 적힌 건물이 없이 바로 자하문에 이르게 된다.
일주문에서 자하문에 이르는 통로에 따로 불이문이 없으니 자하문이 불이문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불국사 경내의 안내판
(서쪽 출입문인 후문을 불이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1972년 복원 전에는 서쪽의 불이문으로 드나들었다
아래의 지도를 참고해 보면 불국사역 쪽에서 불국사를 향해오다가 지금처럼 우회전을 하지않고 바로 들어오면 불국사의 출입문이자 불이문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창건 당시의 불이문이 이곳인지는 현재 알 수 없으나 남쪽으로 일주문을 새로 만들기 전에는이곳으로 출입을 하였으며 이 문을 불이문이러고 불렀던 것이다.
만약 이곳이 당시의 불이문이라면 더 앞쪽에 천왕문과 일주문이 있었을 것이다.
1972년 복원 이전의 불국사 경내도
(현재는 천왕문 옆 성보박물관 자리에 있던 불국사관광호텔을 철거하고 불국사의 영역을 남쪽으로 넓혔다)
불이문 앞의 진입로
(현재의 불이문이 원래 위치라면 이 앞쪽으로 일주문괴 천왕문이 있었을 것이다)
불이문과 자하문은 다른 위치에 있다
자하문
자하문은 대웅전 앞쪽 대웅전과 동일한 중심축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문(門)이다. 붉은 안개가 서린 문이란 뜻으로 부처님의 몸을 자금광신(紫金光身)이라 표현하므로 불신(佛身)에서 발산하고 있는 붉은 금색의 광명이 서려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하문은 청운교와 백운교로 표현되는 구름 위에 붉은 색 부처님의 광명으로 가득 찬 세계에 들어가는 문이 되는 셈이다.
문 좌우에는 직사각형 평면으로 대웅전 영역을 감싸는 회랑이 연결되고 있다. 또한 자하문 좌우의 회랑 동서쪽 끝에는 좌경루와 범영루가 있다.
자하문이 정확히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존하는 석축과 초석은 신라 때 불국사를 창건할 당시의 것이며, 그 앞쪽 계단 등으로 미루어 자하문은 창건 당시부터 존재하였던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자하문은 1966년에 중건한 것으로 원래의 초석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으며. 평면은 창건 당시의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하문은 도리통 3간, 양통 2간으로 외2출목의 공포를 둔 다포식 팔작지붕의 건물이다.
자하문 좌우로 연결된 회랑은 1973년에 중창한 것으로 1간 폭의 단랑(單廊)으로 초익공식 구조로 복원되어 있다. 1966년에 자하문을 중건할 때 건물의 높이가 낮게 지어져 양쪽 회랑을 만들때에 자하문의 풍판을 잘라내어 회랑을 연결하였다.
<불국사고금역대제현계창기(佛國寺古今歷代諸賢繼創記)>에 전하는 불국사의 건축물
임진왜란 이전의 불국사 규모는 다음과 같다. (붉은 색은 門 이름이고 파란색은 다리 이름이다)
▶ 대웅전(大雄殿,25간); 동익무(東翼,3간), 동다보탑(東多寶塔), 서석가탑(西釋迦塔), 팔방금강좌대(八方金剛座臺), 광명대(光明臺), 노주(露柱), 봉로대(奉爐坮), 동행랑(東行廊), 서행랑(西行廊), 좌경루(左經樓), 수미범종각(須彌梵鍾閣), 승천교(升天橋), 남행랑(南行廊), 자하문(紫霞門),청운교(靑雲橋), 백운교(白雲橋).
▶ 극락전(極樂殿,12간); 동행랑(東行廊), 서행랑(西行廊), 전후행랑(前後行廊), 광명대(光明臺), 봉로대(奉爐臺), 안양문(安養門), 칠보교(七寶橋), 연화교(蓮花橋), 구품연지(九品蓮池).
무설전(無說殿,32간)
▶ 관음전(觀音殿,16간); 동행랑(東行廊), 서행랑(西行廊), 광명대(光明臺), 남행랑(南行廊), 해안문(海岸門), 낙가교(洛伽橋), 취죽루(翠竹樓), 연양각(緣楊閣).
▶ 지장각(地藏閣,12간); 봉로대(奉爐臺,1쌍), 동서행무(東西行 ), 석장루(杖錫樓), 철옹문(鐵壅門), 육도문(六途門), 육도교(六道橋).
▶ 시왕각(十王閣,5간); 동당(東堂), 서당(西堂), 금강문(金剛門), 불이문(不二門), 천왕문(天王門),일주문(一柱門).
▶ 십육응진전(十六應眞殿,5간)
▶ 문수전(文殊殿,5간)
▶ 광학장강당(光學藏講堂, 21간,수를 놓은 석가모니상과 경문왕 때 그림을 잘 그리던 圓海比丘尼가 그린 헌강대왕상이 모셔져 있었다.); 동별당(東別堂), 서별당(西別堂), 축성루(祝聖樓), 광명대(光明臺), 정로문(正路門), 욕실(沐室), 친고(친庫,보시창고), 응향각(凝香閣).
▶ 오백성중전(五百聖衆殿,32간); 동서장랑(東西長廊), 취정문(趣靜門), 향로전(香爐殿)
▶ 천불전(千佛殿,25간); 일로문(一路門), 간성각(看星閣), 산호루(山呼樓), 화장루(華藏樓), 무애루(無碍樓), 원융루(圓融樓), 십현문(十玄門), 만세루(萬歲樓), 왕자각(王子閣), 설선당(說禪堂), 심검당(尋劍堂), 동별당(東別堂), 서별당(西別堂), 청풍료(淸風寮), 명월료(明月寮), 좌우양로당(左右養老堂), 내객실(內客室), 외객실(外客室), 영빈료(迎賓寮), 영객실(迎客室), 동서복당(東西福堂), 성행당(省行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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