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마음

경행 (輕行)

마음정원(寂光) 2011. 11. 28. 11:50

우리의 일샹은 동작과 활동들로 가득 차 있다. 계속해서 몇 시간씩 전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은 평소 체험과는 정반대되는 일이다. 절대 고요의 와중에서 조성해놓은 명료함과 평온함은 움직이는 순간, 사라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움직이는 중에도 변함없이 고요하고 자각한 상태로 있기 위해서는 약간의 과도기적 수련이 필요하다. 정적인 고요에서 일상생활로, 이런 식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경행이다. 그것은 움직이면서 하는 명상으로, 자주 좌선의 대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행은 몹시 불안하거나 할 때 특히 좋다. 한 시간 정도 경행하고 나면 그 불안했던 기운에서 벗어나면서도 상당 정도의 명료성을 얻게 된다. 그런 다음, 좌선하면 크게 도움이 된다.

 

표준적인 불교수련은 일상적인 좌선 수련의 보완책으로 집중 수련을 자주 할 것을 권한다. 집중 수련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오로지 명상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평신도에게는 하루나 이틀 정도의 집중 수련이 보통이다. 사원에서 생활 중인 숙련된 명상가들은 다른 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몇 달씩 집중 수련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몸과 마음 둘 다에 꽤 부담이 되는 힘든 수련이다. 몇 년 동안 수련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좌정 시간과 그 이득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꼬박 10시간을 좌정하고 있다 보면 대부분의 초심자들은 그들의 집중력을 훨씬 넘는 고통 상태를 겪게 된다. 따라서 유익한 집중 수련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자세 변화와 동작을 함께 포함해야 한다. 좌선하는 사이사이 경행 수련을 섞는 것이 일반적인 유형이다. 예를 들면 한 시간 좌선, 짧은 휴식, 한 시간 경행 수련, 그리고 다시 짧은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경행 수련을 위해선, 최소 다섯 걸음에서 열 걸음 정도를 일직선으로 걸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을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주 천천히 왔다갔다하면서 걷는 것으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신을 정신 나간 엉뚱한 사람 정도로 여기기 쉽다. 따라서 이것은 쓸데없는 주의를 끌어도 상관없는, 앞마당 잔디 위에서 하는 체조 따위가 아니다.

 

 

남의 눈이 없는 장소를 택하라.

동작 요령은 간단하다.

방해받지 않을 장소를 선택해서 한 쪽 끝에서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잠시 신중한 자세로 서 있어라. 팔은 앞이든, 뒤든, 옆이든, 편한 대로 두면 된다. 그런 다음 숨을 들이쉬면서 한 쪽 발꿈치를 든다. 숨을 내쉬면서 그 발의 발가락 끝만 바닥을 딛고 있게 한다. 다시 들이쉬면서 그 발을 들어 앞으로 보내고, 내쉬면서 그 발을 내려 바닥에 댄다. 다른 쪽 발도 이와 똑같이 한다. 이런 식으로 천천히 반대쪽 끝까지 걸어가면 1분 정도 거기에 서 있는다. 그런 다음 아주 천천히 돌아서서,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는다. 그리고는 다시 앞서처럼 걷기 시작한다.

 

 

고개는 꼿꼿이 세우고 목에는 힘을 빼라. 균형 유지를 위해 눈은 뜨되 특별하게 뭔가를 보지는 마라.

자연스럽게 걸어라. 편안하게, 최대한 느린 속도를 유지하면서 주변의 광경에 주목하지 마라.

몸에 긴장이 생기는지 유의하고, 긴장을 알아채면 곧바로 풀어줘라.

우아하거나 예쁘게 보이려고 유별난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자각 수련이지, 육상연습이나 무용이 아니다.

 

목표는 걷기 동작에 대한 절대적 깨우침, 높아진 감수성, 방해받지 않은 완전한 체험에 이르는 것이다.

발과 다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라.

움직이는 쪽의 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새겨두어라.

온전한 걷기 감각 속으로 뛰어들어 그 동작의 미묘한 뉘앙스 하나하나를 알아채라.

움직이는 개별 근육들 하나하나를 느껴보라. 발이 마루를 디디거나 다시 들 때 일어나는 촉각상의 미세한 변화들을 체험하라.

 

겉보기에는 유연한 이들 동작들이 자잘한 반사동작들의 복합적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차려라.

아무것도 놓치지 않도록 애써라.

더 민감하게 느끼기 위해서 그 동작을 각각의 구성요소들로 쪼갤 수도 있다. 어느 쪽 발이나 들기와 내밀기, 딛기를 거치는데, 이 구성요소들 각각에도 다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 이 일련의 동작에 자신을 맞추려면, 각 단계를 뚜렷이 마음에 새겨두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들고, 내밀고, 내리고, 바닥에 대고, 누르고' 라는 식으로 마음에 새겨두어라.

이것은 당신이 일련의 동작들에 익숙해지고 어떤 동작도 놓치지 않는 걸 확인하는 연습절차다.

하지만 포착하기 어려운 무수한 사건(事象)들의 진행을 더 많이 자각할 수록, 당신은 이렇게 속으로 말할 시간조차 갖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동작을 유려하고 지속적으로 자각하는 데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발이 당신의 온 우주가 되는 것이다.

 

마음이 산만해지면 평소처럼 그 산만함을 알아챈 다음, 걷기에 다시 주의를 돌려라.

이렇게 하는 동안 발을 보거나 발과 다리를 마음속에 그려보면서 걷지 마라.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느껴라.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발에 대한 개념이나 심상이 아니다. 감각이 흘러가는 대로 그 감각들을 새겨만 둬라.

아마 처음으에는 균형잡기가 좀 어려울 것이다. 당신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리 근육을 사용하고 있으니, 학습기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좌절감이 일어나면 그냥 그것을 알아채기만 하고 지나가게 내버려둬라.

 

 

위빠사나 경행 기법은 다른 모든 것은 밀려나고 의식이 철저히 감각들로만 가득하도록 고안된 기법이다.

생각할 여지가 없으니, 감정이 개입될 여지도 없다. 개념을 파악할 시간도 없고, 활동을 개념으로 동결시킬 것도 없다. 자아감각이 있을 필요가 없다. 촉각과 근운동감각의 흐름만이, 끝 없이 변화무쌍한, 생짜 체험의 홍수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실재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실재 속으로의 도피를 배운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모든 통찰은 관념 가득한 나머지 생활 영역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