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마음

기도일기

마음정원(寂光) 2006. 12. 9. 15:58

          기도일기 / 노랑,  MAy,17,2006

념이 된다는것은 무지하게 힘든거 같습니다.기도한다고 진언을 물고 다니지만 늘상 놓치고 맙니다.날씨가 좋더군요. 밖을 나갔습니다.그동안 계절 채비를 위해 몸살을 앓던 날씨들이 화창하게 개이어 본격적인 계절을 서두르는 것은 연두빛 나무잎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개미들은 열심히 먹이를 찾고 다닙니다. 갓 태어난 듯한 작은벌레는 어디론가 열심히 가는군요.초록빛 나뭇잎을 본지는 오래된 일이고요.동네 할아버지들도 산보를 하십니다. 물상들의 조화는 언제나 새롭지만 생명의 조화야 말로 숨을 턱턱 멎게 합니다. 대지는 아무말이 없습니다.웬지 부끄로운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을 보았습니다.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다니고 있군요.

 

자기 " 천강유수 천강월 , 만리무운 만리천" 라는 장염염불이 생각났습니다. 본래 달은 하나지만 물이 흘러가는 강이 있으면그 모든 강에 달이 비치고 수만리 하늘에 구름이 없어지면 수 만리 하늘이 그대로 하늘이라. 수천개의 강에 달이 있지만 본래의 달은 하나이고 구름에 가려 하늘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구름만 걷치면 수만리 하늘은 그대로 나타난다.

 

Painting of Shambala, Punakha Dzong

Painting of Shambala, Punakha Dzong
 

이런생각하고 있는 동안 바람이 불어와 구름의 모습은 흩어지고 줄곳 중얼거리던 다라니도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습니다. 갑자기 다라니가 도망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라니를 한번 하는데는 7~8초가 걸리고 정신차려 108번을 하면 20분정도 걸립니다. 가끔 1000번을 쉬지 않고 단숨에 하기도 하는데 3시간반 쯤 걸립니다. 요즘은 처음에 소리내서 하던 습성이 사라지고 생각으로 다라니를 돌립니다. 입은 별로 움직이지 않고 생각으로 하는 것 같은 현상입니다. 진언이란 소리를 귀로 듣는 수행법이라지만 소리를 듣는 것은 귀가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소리를 내어해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저에겐 들리지 않는 소리며 소리를 내지 않고해도 정신을 차리면 저에게는 들리는 소리 같습니다. 다라니 가행을 한지는 7년 정도 된거 같습니다.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희얀한 것들도 참 많이 보았습니다.그 많은 것들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그날 내게 들려준 부처님 음성입니다.

 

누구나 격는 일이겠지만 저 역시 부처님상  꿈에 많이 보았고,  욕탕에 들어가면 물에 때가 둥둥 떠다니고, 부러쉬로 거리를 청소를 하고, 세탁물을 빠는 현상을 무수히 보았습니다. 또 배속에서 벌레가 빠져나가기도 하고, 주머니 속에서 검은 쥐들이 끊임없이 나오기도 하고, 누가 등을 두드리면 토악질을 해대며, 성철스님을 자주 뵈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좋은일들도 많았지요. 그중 좋은 일은 딸아이가 예일대학 입학을 하면서 38000$ 거의 면제받고 들어가는 이변입니다. 그 소식을 받기전 날 꾼 꿈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항구에 배가 도착했다고 해서 가보니 금빛의 수 많은 부처님상이 배에서 쏟아지는 꿈 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날은 바로 백중기도가 끝나는 날이었지요.

 

Great Thanka, Paro Festival
 

솔직히 말해서 저 또한 부처님의 가피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라니 정진중에 오는 희열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희열을 느끼기 위하여 기도하는지 모르겠군요.그리고 이런 기쁨은 자주 하고 싶은 습을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가피를 바란다거나 하는 생각들이 별로 없습니다.  기복으로 시작된 기도가 변한 거 같습니다.

 

요즘은 다라니를 하면 잠이 오질 않습니다. 초장기 그리 쏟아지던 잠이 없어져 버리니 이틀에 하루만 자면 되겠다라는 생각도 많습니다. 그래서 밤을 새는일 들이 아무렇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또한 다라니를 돌리면 발 아래에서 부터 강한 기운이 올라오고 몸이 마구 떨리며 이제 것보지 않은 스냅의 장면이 순간에 지나갑니다.물론 환청작용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상이 더욱 많이 보입니다. 이런 현상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런데 다라니 1000번을 3시간정도에 끝내는 일이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무척 했습니다. 제가 기도하는 방엔 3개의 시계가 있습니다.

 

잠에서 눈을 뜨면 보이는 곳의 벽에 한개, 정좌하고 기도하는 방석앞에 하나, 밖이 보이는 창문가에 하나,이렇게 방안에 3개의 시계를 붙여놓은 것은 이유가 있지요.제가 가장 많이 시선을 두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시계를 보면 아무래도 나태한 마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특별한 일을 제외 하곤 외출은 일체 하지 않고 모임도 가지 않으며 심지어 법회때 모이는 사람들 조차 피했습니다. 늘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에도 이런 시간이면 여유있게 다라닐 할텐데 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1분에서 7~8초로 줄여질때 까지 쉽진 않았지만  줄여진 것을 보면 노력하면 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언제가는 저도 한호흡에 흘러갈 다라니를 생각합니다.

 

Padmasambhava painted on a wayside shrine

Padmasambhava painted on a wayside shrine
 

바람에 날렸던 뭉게구름은 어느새 다시 몰려 있군요.달아났던 진언을 얼른 데리고 왔습니다.그리고 내가 왜 기도를 하는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려진 무거운 업으로 볼수없는 나를 찾는다고 하기엔 너무도 작은 시작이지만 끊임없이 노력 해야되는 '의지' 이것이야 말로 진정 가치가 아닌가 하는 쇼펜하우어 아저씨의  거창한 인생론 "의지로써의 표상의 세계" 을 한참이나 생각 했었습니다.그리고 내가 좋아 하는 구절을 한참 중얼 거렸습니다.

 

많은 나가 있지만 본래 나는 하나요. 두꺼운 무명(無明)에 가려 본래 나의 모습은 가려져 있지만 무명만 걷치면 본래 나가 드러난다. 이러한 나는 강에 있는 달처럼 실재하지 않듯이 실재하지 않는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은 이것을 의미한다. 하늘을떠나 구름이 없고 구름을 떠나 따로 하늘이 없다. 하늘의 수분이 응고한 모습을 구름이라 부를 뿐이다. 이와같이 오온이라는 허망한 나를 떠나 참된 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수분이 응고한것을 구름이라 부르듯이 어리석은 생각에서 나라고 집착하고 있는 것을 오온이라 부를 뿐이다.   

               - 받은 메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