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음식문화

바다의 인삼 - 해삼

마음정원(寂光) 2006. 11. 2. 15:05

 우렁쉥이(멍게)와 더불어 횟집이나 일식집의 서비스로 자주 등장하는 해삼은 극피동물로 우리나라에는 청해삼, 홍해삼, 흑해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홍해삼은 외해에 사는 반면, 청해삼은 내만에, 흑해삼은 유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내만의 얕은 갯벌에 서식하고 있다. 초여름 산란이 끝나면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활동하므로 이때부터 맛이 좋아지기 시작해 동지 전후가 가장 맛이 좋다.
 해삼은 알칼리에 약해 바로 녹아버리지만 산성에서는 단단해진다. 그리고 여름에는 하면(夏眠·여름잠)을 하는데 수온이 17℃ 이하에서 운동이 활발하며, 17℃ 이상에서는 식욕이 감퇴하고 소화관이 위축된다. 25℃ 이상에서는 단식상태로 들어가면서 완전한 하면에 들어가게 된다.

재생력이 탁월하다
 해삼의 재생력은 놀라울 정도여서 두 개로 절단되더라도 3개월 만에 절단부분이 치유된다. 재생률은 홍해삼이 90%, 청해삼이 1백7%나 되고, 앞부분보다 항문이 있는 뒷부분의 재생률이 훨씬 높다. 그리고 해삼내장을 얻기 위해 해삼을 길게 째고 내장만을 들어내 다시 바다에 넣어두면 1개월 만에 내장이 가득 차게 된다. 일본에서는 '고노와다(해삼창자젓) 재생산'이라고 해서 시코쿠(四國) 지방에서는 전문적으로 해삼을 양식하고 있으며, 기다란 창자를 정갈하게 씻고 다듬어 좋은 정제염을 10%쯤 넣고 봉한 다음에 1주일쯤 지나면 젓갈 특급품이 된다.

알칼리성 식품이자 기호식품
 쇠고기 등의 육상식품은 물론 생선 등의 동물성 식품은 산성식품이므로 음식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야채 등의 알칼리성 식품과 같이 섭취해야 건강에 좋다. 그런데 해삼은 동물성 식품 중에서 보기 드문 알칼리성 식품으로 옛날부터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며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해삼에는 비타민류의 영양소는 별로 없지만 칼슘, 요오드, 알긴산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액을 정화해 준다. 그리고 해삼 연골에는 콘드로이틴 성분이 많아(1천3백rmg/1백g) 대단히 단단하며, 내장 및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주독을 중화하기 때문에 강정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삼은 소화율이 63%로 영양식품이라기보다는 콘드로이틴 및 다른 물질에 의한 기능성이 중요시되는 기호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내장은 꼭 챙겨먹자
 해삼 내장은 고노와다의 원료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삼의 생산량 감소로 횟집 등에서의 서비스 물량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대부분이 날것으로 소비되고 있다. 해삼 내장은 생으로 먹어도 대단히 맛이 좋아 횟집에서 해삼 한 접시를 시키는 경우 내장은 빼고 주는 경우가 있으므로 해삼 내장은 꼭 챙겨 먹어야 밑지지 않는다.

다른 어류와 분리해야
 해삼은 방어물질로 사포닌의 일종인 홀로톡신이라는 독성물질을 분비하는데 만약 다른 어류와 같이 수조에 넣어 둘 경우 홀로톡신이 다른 어류의 아가미를 통해 혈관으로 들어가 강력한 용혈작용(溶血作用)으로 혈구를 파괴, 심할 경우 죽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홀로톡신이 소화관으로 들어가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홀로톡신은 무좀 치료제
 본초강목(本草綱目)에 "해삼의 건조분말을 화농의 상처 표면에 바르면 그 표면을 깨끗이 치유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해삼의 삶은 즙이 무좀에 효과가 있다"라는 옛말도 있는데 이는 모두다 해삼의 방어물질인 홀로톡신 때문이다. 홀로톡신은 식물성 병원균, 각종 곰팡이, 효모 등에 강한 항균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무좀 치료제에 비해 상당히 저농도에서도 백선균에 대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