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연밭을 일구며 - 거금선원 일선스님

마음정원(寂光) 2005. 5. 27. 18:47
제목  
   연밭을 일구며
싱그러운 바닷바람에 송화가루 날리는 더없이 평화로운 조용한 아침이다.
햇살은 티없이 순하고 숲은 하루가 다르게 연두색 물감으로 번지고 있다. 고사리 밭에 올라가보니 그새 살이 통통하게 찐 고사리들이 우후죽순처럼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바다는 오늘은 물결하나없이 찬연히 본래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풀섶을 헤치며 가시가 손에 찔려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고사리를 꺽는다. 어느덧 봄향기에 취했나 보다. 초파일 나물로도 쓰고 그간 은혜를 입은 시주에게도 정성껏 포장해서 마음의 선물을 하고 싶다. 섬에서 귀한것은 해풍맞은 제철나물이라 소박한 마음을 내 본다. 고사리를 다 꺽은후 오늘은 연밭을 일구는 일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돌탑앞에 작은 연못을 마련하고 선원 주위에 연꽃을 심을 생각이다.
처음 선원을 설계할때 연꽃이 바다에 피어있는 모습으로 했고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섬들이 마치 연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연꽃의 덕은 여러가지지만 첯째는 花果同時인 꽃이다. 원인이 동시에 결과를 이룬다는 뜻으로 길가는 일이 곧 집안소식이라는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연꽃은 한마디로 선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는 꽃이다. 세상에 처하면서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번뇌를 끊어버리지 않고 깨달음을 성취한다. 흔히 수행을 번뇌를 끊어버리고 따로 특별한 세계가 있는 줄로 착각하여 성스러운 견해를 얻으려고한다. 다만 진흙속의 연꽃처럼 물들지 않음을 요할 뿐 지금이대로 완벽한 부처의 나툼이다. 그래서 신심명에서도 다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간택심만 버리면 훤칠하게 틔여서 밝으리라고 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연꽃처럼 부처의 종자를 가지고 있다. 부르면 곧 응하고 배고프면 밥먹을 줄 알고 화가 나면 얼굴을 붉힐 줄 아는 다만 이것이다. 그래서 신심명의 또 한구절에서는 더 없이 한가로운 도인은 망상을 재할것도 참됨을 구할것도 없다고 하였다.마치 바다가 하루 종일 물결치지만 파도가 곧 물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오신날이 멀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어느날 영산회상에서 연꽃을 한송이 들으시니 대중은 말이 없었는데 오직 마하가섭만이 빙그레 웃었다. 불자들의 가슴마다 마음의 연꽃을 피워 온세상이 빙그레 웃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