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마음 밭을 일구며.. 일선스님 / 송광암 거금선원

마음정원(寂光) 2005. 5. 20. 18:16
마음 밭을 일구며

봄비가 그치고 하늘은 더없이 맑고 투명한 아침이다. 그간 미루어 두었던 텃밭을 일구러 마당으로 나섰더니 오늘따라 유난히 파도소리가 크고 가깝게 들린다. 천년의 어둠을 깨트리는 저 우뢰와 같은 파도소리 ....
자성에 꼬치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참으로 성스러운 순간이다. 바람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하나가 되었다.

다시 물은 흐르고 꽃이 핀다.
보조국사님께서는 수심결에서 제자에게 묻는다. 저기 까치 울음소리가 들리느냐 ? 예 듣습니다. 소리를 다시 돌이켜 들어보아라. 그래도 들리느냐 ? 듣는 성품에는 아무 흔적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관세음 보살님께서 소리를 통하여 도에든 인연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은 수없는 소리로 꽉차 있다. 섬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소리는 파도소리다. 사람들은 파도소리를 들을 때 수없이 상념을 일으킨다. 지나간 여름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못내 아쉬워하며 번뇌를 일으키며 괴로워 한다. 하지만 수행자는 소리를 들을때 바로 듣는 성품을 돌이켜 들어 소리에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들음이 자유롭게 되면 보고 맛보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끼고 뜻으로 헤아리는 가운데에서도 자유로운 경계를 증득 할수가 있다. 이것이 이근원통법인 관세음보살님께서 도에 든 인연으로 관음기도의 본질이다.
하지만 불자들은 세상사 모든 고통을 만나 관세음보살 이름만 부르면 모든것을 해결해 주시겠다고 자비원력을 세우신 깊은 뜻을 모르고 복을 구하는 수단으로 관세음보살명호를 부르고 지혜를 개발할 줄 모른다. 복과 지혜가 원만해야 바른 깨달음이 되는데도 말이다.

세상에 살면서 모진 고통을 만나더라도 실의에 빠지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라. 생각 생각 귾어지지 않고 꿈속으로 이어지면 부를줄 아는 성품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안고 고통은 소리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모든 경계에 자유로운 관자재보살이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은 파도소리와 가까운 해안가를 상주처로 삼아 소리를 통하여 이근원통의 지혜를 설하고 계신다.
섬에사는 불자들이 고통을 이야기 할때마다 오로지 관세음보살을 부르라고 이야기 한다. 지극 정성으로 부르다 보면 지극한 자비심을 느끼며 가슴이 열리는 것을 경험할것이다. 그래서 관세음보살님은 자비의 어머니 인것이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무명을 갈아엎고 지혜의 씨앗을 뿌린다. 어느덧 힘들지 않고 텃밭을 다 일구었다. 잠시 새참을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오이풀이 작고 귀여운 노란꽃을 수줍게 피워냈다. 여기저기 고사리가 올라온다.취나물도 많이 자랐다. 나뭇가지에는 이름모를 새들의 합창이 정겹기만하다. 아ㅡ 저쪽 나무가지에서는 부리가 빨갛고 파란옷을 입은 파랑새가 청초한 울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이 섬에서 가장 미인인 새다.어디서 긴 동안거를 보내고 왔는지 반가운 도반을 만나는 것 같다. 항상 혼자 찾아와서수행자처럼 고고한 파랑새가 잔잔한 설법을 하고 지나간다.
작년에는 고추를 몇줄 심어 약 한번 치지 않았는데 여름부터 가을 끝자락까지 반찬 걱정이 없었다.고추 짱아치도 담고 고추잎도 데치고 무쳐서 먹었더니 더 없이 고소했다. 아쉬웠던 것은 김장 배추는 싹이 나오자마자 벌레들이 먹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무우는 몇번을 씨앗을 다시 뿌려서 겨우 김장을 하였다. 농약을 쓰지 않고 농사짖기가 어렵다는 것을 실감 할수가 있었다. 재미 있었던 것은 단호박과 오이 토마토 농사가 너무 잘되어 신도님들과 나누어 먹었던 기쁨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땀흘려 농사를 지어서 그 기쁨으로 열매를 나누는 것은 더 없는 행복이 아닐 수없다. 올해는 수박과 참외도 심었다. 둥글고 빨간 수박 노란 참외를 생각하니 벌써 여름이 기다려 진다. 섬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다. 인연따라 수련회를 하면서 텃밭을 가꾸고 바다에 내려가 해초를 따다 반찬거리를 하고 오늘도 이렇게 내일도 이렇게 성품이 경계에 물들지 않게 살필 뿐이다.
하루종일 텃밭을 일구며 땀을 실컷 흘리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돌고 전혀 피곤하지가 않다. 성품의 고요함을 지키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계를 따라 물들지도 않으니 몸은 조금 피곤해도 마음은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하고 뚜렸하다.
저 멀리 바닷가 작은 섬마을에도 벌써 어둠이 내리고 집집마다 꽃등을 내걸었다.마음의 등불이 밤바다에 물결따라 흐르고 선창에 들어오고 있다. 밤은 점점 깊어 사방은 더욱 고요한데 밀려왔다 부서지는 파도에 몽돌밭에서 몽돌이 구르는
소리
소리
소리
이ㅡ뭐꼬

적광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무명을 갈아엎고 지혜의 씨앗을 뿌리시는 스님을 닮아 가고자 잠시 멈추어 봅니다. 닮아가고자 하는 놈을 돌이켜 보며 빙그레 웃어봅니다..**

스님..^^*
농부 스님이 되셔서 자연과 함께 행복의 밭을 일구고 가꾸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거금선원 밭고랑 하나라도 가꿀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을텐데.....**

송광암 소임을 마치시고 넓게 펼쳐진 바닷가 한켠에 거금선원 수련원을 만드셨다니 더없이 반갑습니다. 각박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내 자신 돌이킬 여유도 없이 숨가쁜 시간이 밀려들곤 하지만 스님찾아 송광암으로 떠났던 기억들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이제는 이렇게 먼 이국 땅에서도 스님 글 마주하며 순간 순간 가슴에 꽃히는 섬광을 볼 수 있으니 시공을 초월한 선지식과의 좋은인연에 얼마나 감사한지요..^^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 적광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