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동체대비(同體大悲)

마음정원(寂光) 2014. 5. 30. 11:21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다. 아침저녁 얼굴 맞대고 살던 가족과의 갑작스런 이별은 어떤 필설로도 묘사가 부족하다. 우리는 장례식장에서 흘리는 유족들의 눈물보다 더 뜨거운 눈물을 본 적이 없다. 더욱이 가족 중에 누가 뜻밖의 일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면 그런 청천벽력이 어디 있겠는가.

 

뜻밖의 일로 친족을 잃고 슬퍼한 것은 부처님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처님은 만년에 강대국 코살라가 카필라를 침공해 친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지켜보아야 했다. 출정하는 코살라국 비루다카왕 군대 앞을 가로막고 전쟁을 하지 말라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코살라의 왕은 석가족을 도륙하고 지도에서 카필라를 지워버렸다.

 

<비나야잡사> 8권에는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비통해 했던가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종족이 몰살당하자 부처님은 심한 두통을 느꼈다. 아난에게 발우에 가득 물을 떠오게 하여 이마에 뿌리니 마치 달아오른 쇳덩이에 물을 뿌린 것처럼 지지직 소리가 났다.”

 

 

지난 15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심정도 이와 같을 것이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슬픔을 ‘참척(慘慽, 참혹한 슬픔)’이라 하거니와 희생자 대부분이 학생들이어서 더 안타깝다. 한 사람 한 사람 사연을 들어보면 눈물 아닌 것이 없다. 배가 기울자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친구들을 구하러 들어갔다 못나온 학생,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갓 부임한 학교에서 아이들과 사고를 당한 여교사…졸지에 이들을 떠나보낸 유족들에게는 위로의 말조차 조심스럽다.

 

 

불교는 이웃의 슬픔을 함께 슬퍼하는 것을 동체대비(同體大悲)라 한다.

‘천지는 나와 한 뿌리, 만물은 나와 한 몸(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이기 때문이다. 며칠째 온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진정으로 ‘함께 슬퍼하는 것’이다. 무엇부터 고쳐야 사고 없는 세상이 만들어질까를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