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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왕, 박근혜 등장에 함양이...

마음정원(寂光) 2011. 10. 17. 18:02

◇ 10.26 재보선 지원에서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7일 오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서 한 군민이 심하게 손목을 잡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오 경남 함양군 낙원사거리. 10.26 재보선 지원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박근혜 전 대표가 최완식 함양군수 후보의 유세차 위로 올라갔다. 박 전 대표의 모습이 높이 보이자 이곳에 모여 있던 수많은 군중들이 “박근혜 좀 보자”며 우르르 차량 앞으로 달려들었다. 오가던 차는 모두 멈춰 섰고, 왕복 4차선 도로는 일대 마비상태가 빚어졌다.

박 전 대표가 유세차량 위에 오른 것은 예정에 없던 행보였다. 당초 이곳에서 하차해 곧장 장터로 진입할 계획이었지만, 그의 등장에 수십명의 취재진과 주민들이 그에게 뛰어들었던 탓에 한 발짝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초래되고 말았다.

멀리서 그를 기다렸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얼굴 좀 보여 달라”는 원성이 나왔고, 최양식 군수후보 측의 한 유세차 사회자는 돌연 “차에 올라가 손만 흔들어 달라”는 요청을 거듭했다. 박 전 대표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발길을 돌려 유세차량에 올랐다.

당초 ‘정치 반성’의 의미로 이번 선거지원 행보에서는 대중연설 같은 식의 떠들썩한 행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지만, 이번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단상에 오른 박 전 대표는 사방을 둘러싼 주민들의 환대와 호응을 바라보며 한동안 손을 흔들었다. 3000명(경찰추산)의 주민들은 “박근혜”를 외치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어 그는 마이크를 잡고 “함양군민 여러분 반갑다.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고맙다”며 “여러분의 이런 따뜻한 마음과 아껴주시는 마음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잘 간직하겠다. 최양식 후보를 도와주시면 같이 의논하고 연구해서 함양이 잘 사는 농촌이 되도록 따뜻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양 장날이 선 이곳에는 박 전 대표가 오기로 했다는 소문이 일찌감치 퍼졌으며,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주민 주변 상인들은 그가 도착하기 전부터 각자의 일을 제쳐둔 채 이곳에 운집해 있었다.

박 전 대표가 차에서 내리자 몰려든 사람들은 “사랑합니다”, “반갑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외쳤고, 한 60대 노인인 “박근혜 여사, 꼭 대통령 되어야 된데이”라고 소리쳤다.

유세차량 마이크에서 “박 전 대표가 지금 도착을 하셨다”는 소개가 나오자,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파들은 차도 쪽으로 우르르 몰려나왔고, 순식간에 이곳 거리의 교통은 한동안 정지상태가 초리됐다. 거리 뿐 아니라 주변 건물창문과 옥상에도 그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빼곡했다. 한 교통경찰은 군중들을 통제하며 “얼굴은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지 않느냐. 좀 뒤로 가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단상에서 내려온 박 전 대표는 곧장 함양재래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녹록지 않았다. 모인 사람들은 “손 좀 잡아주이소~”라며 박 전 대표에게 접근했으며, 결국 경호원들과 당직자들이 인간사슬을 만들어 박 대표 경로를 만들어 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10.26 재보선 지원에서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7일 오후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서 한 군민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나가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아이고, 아이고”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박 전 대표를 반겨했으며, 일부는 달려와 그를 끌어안기도, 또 뒤에서도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손을 쑥 내밀어 박 전 대표의 손을 기어코 잡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할아버지는 박 전 대표의 손에 입을 맞추려 했다가 경호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했으며, 몇몇 할머니들은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끌어내기도 해 그가 몇 번을 휘청거리기도 했다.

좌판 상인들은 “아이고 TV에서보다 더 미인이네”라고 연신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를 반겨하는 사람들은 나이든 어르신들 뿐 아니라 30~40대 주부들과 청년들도 상당수 눈에 띄어 눈길을 모았다.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박 전 대표의 이동 경로에 인파들이 몰려들어 박 전 대표 앞에 한꺼번에 넘어져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단에서 시장 초입까지 이동하는 200여미터의 거리를 들어가는 데만 해도 20분이상이 걸릴 정도로 이날 상황은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취재기자들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장 안에서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계속되자, 박 전 대표는 또다시 예정에 없던 일정을 단행했다. 점심식사 장소를 바꾼 것. 당초 식사하기로 예정됐던 곳은 한 추어탕 집이었지만, 장소를 변경해 가까운 순대국 집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한 것. 그는 최 후보 등과 함께 6000원짜리 순대국으로 재빨리 점심을 해결했다.

식당에서 최 후보는 “입맛에 맞으실는지”라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며 털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는 최 후보에게 “지금부터 열심히 하여야 하는데”라며 노력을 당부했다.

또 최 후보는 “5년 전에 오시려고 했는데 못 오셨다”고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시절이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지원유세를 위해 함양에 내려오기로 계획돼 있었지만, 방문 이틀을 앞두고 서울에서 칼날 테러를 당해 내려오지 못했던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생각이 난 듯 “네..네..”라고 대답했다.

박 전 대표의 손은 이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악수세례에 ‘수난’을 당했다. 반갑다는 표시로 손을 꽉 쥐는 탓에 박 전 대표는 “손이 아파가지고”, “살살 잡아주세요”, “아아아”라며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함양에서 재래시장 뿐 아니라, 성민보육원과 상림숲, 함양특산물 농협 가공소를 차례로 방문했다.

보육원에서 그는 “0~2세 영아를 안심하고 맡길 데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 이 시기에 직장 다니는 엄마들이 퇴직을 많이한다. 전업주부 엄마들은 하루 종일 묶여있다”며 “영아 전용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육 교사들에 대해 “선생님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사명으로 돌봐주는데 국가적 뒷받침 있어야 한다. 앞으로 더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농협가공소에서는 우리밀 건빵과 쿠키를 잇따라 시음하면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요즘엔) 안 하죠. 이제 저도 전에 했었는데”라면서 “관련 상품 결합은 생각 안하시나. 상림숲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관광과 식품을 연계해 여기 와서 특산물도 사서 먹고 구경도 하는 등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은) 농사만 짓는 등 생산만 하고, 농협에 유통, 가공 등 품질관리를 책임지도록 맡기면 어떻겠느냐”며 “함양에서부터 모델을 만들면 ‘농촌이 이렇게 잘 살 수 있다’하는 그런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 한다”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일정에는 유승민 최고위원과 대변인격인 이정현, 안홍준, 이학재, 신성범, 이군현, 여상규 의원 등이 동행했다. 특히 박 전 대표와 소원한 관계인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이곳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함양이 고향인 김 전 원내대표는 낙원 사거리에서 박 전 대표를 마중 나왔지만, 인파로 인해 인사를 하지 못했고 이후 상림숲에서 그와 조우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를 보자 “미리 와 있었다”라고 인사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악수를 나눴다.[경남 함양 = 데일리안 윤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