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요

풍경(風磬) 소리

마음정원(寂光) 2011. 10. 6. 20:35

 

 

풍경(風磬) 소리


몸 전체가 입이 되어 허공에 걸려 있어

동서남북 모든 바람 상관하지 않고

한결같이 어울려서 반야를 노래하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通身是口掛虛空 不管東西南北風

통신시구괘허공 불관동서남북풍

一等與渠談般若 滴丁東了滴丁東

일등여거담반야 적정동료적정동


- 천동여정(天童如淨)

 

 

 

조동종의 거장인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선사의

반야송(般若頌)이라는 시다.

 

소동파(蘇東坡, 1036~1101)는 시냇물 소리가

부처님의 설법소리라고 노래하였는데

이 시에서는 풍경소리가

그대로 반야지혜를 드러내는 소리라고 하였다.

 

처마 끝에 달려 있는 풍경을 밑에서 올려다 보면

그 입은 몸 전체다. 아주 크게 열려 있다.

마치 허공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면 서쪽으로 흔들리고,

서쪽에서 불어오면 동쪽으로 흔들린다.

또 남쪽에서 불어오면 북쪽으로 흔들리고

북쪽에서 불어오면 남쪽으로 흔들린다.

어디서 어디로 불어오든 풍경소리는 똑같이

그대로 반야지혜를 설하고 있다.

반야지혜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맑은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물소리, 새소리가 모두 부처님의 무진한 설법소리이며,

바람소리, 풍경소리가 그대로 마하반야바라밀이다.

낱낱이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요,

사물 하나하나가 그대로 화장세계다.

 

고요하고도 탈속하며 소박하고 간결한 선의(禪意)가 잘 묘사되었다.

선천선지(禪天禪地)와 선산선수(禪山禪水)에서 선풍선음(禪風禪音)이

그대로 잘 들리고 있다.

뗑그렁, 뗑그렁, 뗑그렁···.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