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오솔길

[스크랩] 도봉산 산행 길..

마음정원(寂光) 2011. 9. 20. 18:52

일요일 아침..

 

여느때와 같이 부처님전 청청수를 올리고 향을 사르며 아침예뷸을 드린다..

삼귀의례와 함께 삼배드리고.. 아침 종성과 예불 CD를 켜 놓고 대비주 사경을 한다.

중국이나 베트남에 있을 떄는 숙소 한켠에 부처님을 모시고 金剛庵으로 수행처를 삼았는데

한국으로 귀국한 후로는 아파트에 수행처를 별도로 준비한다는게 여의치 못해

거실과 작은 방 한곳에 부처님을 모셔놓고 이렇듯 부처님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요일은 포교사단 상담 팀의 군 법회가 있고, 향우 산악회의 관악산 산행이 있는 날이다.

두 곳 모두 참석하지 못한 체 혼자서 도봉산으로 향했다..

 

단체의 일원이 되어 산행을 한다는 것은 단체의 행동지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그냥.. 발길닿는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걷고 쉬면서 마주하는 만상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이들과 대화하며 대자연을 포옹할 수 있는 홀로하는 명상 산행 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

 

 

1호선 전철은 산행 차림을 한 사람들로 만원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이들도 있고, 산행 단체나 모임을 통해 가는 사람들..

그리고 나와같이 혼자서 산을 찾는 사람들도눈에 띄는데 도봉산역에 내려 길 건널목으로 가자

도로가 꽉 차도록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다니..... !!

모두가 전문 산악인처럼 등산복과 등산화..그리고 각종 산행 장비들을 갖춘

모습들이 간단하게 배낭 하나만 들러맨 내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건널목을 지나자 길 옆으로 늘어선 음식점이며 산행장비와 의류 상점들이

여름상품 세일하느라 북적되고 있고 산에 오르기도 전에 막걸리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벌써부터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나는 모양이다..~

 

이와 같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디카를 꺼내고 보니 아뿔사...

메모리 카드를 노트북에 그대로 꽂아 둔체 빈 디카만 달랑 들고 왔으니..~

꼭 필요한 때에 이런 실수를 하고만다. 가끔씩 어쩌다 경험하는 일이다..*

차라리 잘 된 일인지 모른다. 아니..잘 된 일이다.

이 모두가 집착하고 욕심내는 일이다..

그런 마음을 바라보며 알아챔한다.

 

육근에 의한 대상과 이를 바라보는 나..

그리고 인식하고 아는 또 다른 나.. 쉼 없이 놓치지 말고 사띠하며

물질과 마음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생멸법..사띠와 지혜통찰..**

 

 

매표소를 지나 좌, 우측 갈림 길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어느 쪽 길로 갈까..?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발 길을 돌렸다.. 우이암을 향한 보문능선을 타기로 하고서..

산 초입을 조금 지나니 길 오른 쪽에 우람한 사찰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불교 도봉산 능원사..

일주문을 향해 삼배를 올리고 다가가 경내를 바라보니.. 일주문과 전각들..그리고 요사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지만 수행 공간이라는 정숙하고 친근한 분위기보다는 너무 화려한 장엄과 기세에 눌리고 말았다.

부처님 도량을 찾으면서 왜 이와같은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것일까..?

 

나무석가모니불..나무석가모니불..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_()()()_

 

 

 

 

능원사를 뒤로하고 우이암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며 걷는데 어디에선가 맑은 목탁소리와 함께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려와 얼마나 반가웠던지.. 처음 마주했던 도량은 웅장하고 화려했지만 스님의 독경소리도.. 맑은 목탁소리도..

그리고 바람결 따라 법음을 전하는 풍경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는데...

 

역시 산중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부처님의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나무관세음보살.._()()_

 

염불소리 따라 찾아가니 대한불교조계종 도봉산 도봉사(道峯寺)..

바로 우이암으로 향하는 오솔길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 길이었다.

"출입금자 - 스님 참선 중"이라는 푯말로 보이고 길 옆 능선바위에

귀여운 동자스님과 불보살 조각들이 미소지으며 맞아준다.

하지만 산중의 큰 절에 불자들의 발 길은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스님의 염불소리는 대웅전에서 들려왔고

눈 앞에 나타난 대웅전의 장엄은 역시 대단했다.

도량 왼쪽에 모셔저 있는 불탑과 관음상 앞에 멈춰 합장하며 인사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_()()_

 

 

 

대웅전에 들어가 좌복을 가져다 놓고 부처님께 삼배를 드렸다..

 

歸依佛.. 歸依法.. 歸依僧..

 

스님 혼자서 사시예불을 드리고 계셔서 스님 뒤에가 앉아 함께 예불을 드렸다.

큰 대웅전 경내에 스님과 불제자 한 명이 앉아 사시마지를 드리고 있으니...~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신묘장구대다라니..나모라 다나다라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재 새바라야 모지 사다바야..~

천수경이 끝나고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을 낭독한 뒤 삼보통청을 하셨다..

아금일신중 즉현무진신 변재삼보전 일일무수례 옴 바아라믹 옴 바아라믹 옴 바아라믹

 

나무 불타부중 광림법회

나무 달마부중 광림법회

나무 승가부중 광림법회

.

.

.

앙유 삼보대성자 종진정계 흥대비운 비신현신 포신운어삼천대천세계 무법설법 쇄법우어

팔만진로 개종종방편지문 도망망사계지중 유구개수 여공곡지전성 무원부종 약징담지인월

시이 사바세계 차사천하 남섬부주 해동 대한민국....**

 

스님께서 엄숙하고 장엄하게 유치를 하시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시며 "무슨 동이오..?" 하신다.

스님께서 예불 드리다 마시고 왜 나 한테 무슨동이냐고 물으시지..??

"네, 동대문구 이문동 입니다. " 내가 거주하는 주소를 묻는줄 알고서 엉겹결에

대답하면서도 뭔가 이상했다..

" 이곳이 무슨 동이오..?"

"아, 네.. 도봉구 도봉동 도봉산입니다.." ㅎㅎ

 

 

이렇게 해서 유치는 계속되고 정근, 축원까지 다 마치고 신중단을 향해 신중청을 모두

하셨다.. 대부분 대웅전 예불을 드리고 나서 중단퇴공으로 간단하게 반야심경으로

마무리 하기도 하는데 도봉사 주지스님께서는 정성을 다하여 하나도 빠뜨림이나

생략하지 않으시고 신중청을 모두 다 하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두어시간 가까이 지나고 있다.

도봉산 산행을 온 내가 이렇게 법당에 앉아 예불을 드리고 있으니..~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육근, 육경..그리고 아는 마음

큰 지혜에 이르는 구도의 길이 끊임없는 노력과 불굴의 정진없이

무엇을 알고 깨닫겠는가..?

순간을 놓치지 말 일이다..

 

 

 

佛.. 法.. 僧

 

- 보살 십계 -

 

1.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

2. 남이 주지 아니하는 물건을 갖지 말라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4. 거짓말을 하지 말라

5. 술을 머거 취하지 말라

6.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7. 자기를 칭찬하지 말고 남을 허물하지 말라

8. 탐욕심을 내어 너무 인색하지 말라

9. 진심(성냄)을 내지 말라

10.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

 

 

 

극락전 앞 뜨락에 있는 소나무를 포옹하며 나무와 나눔의 시간을 가져본다.

소나무가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듣기도 전에 내 심장뛰는 소리가 나무에 전달되고 있다.

나무에 가슴을 대고 마주하고 보면 마음이라는 맑은 우물에 떠 오르는 것이 많다.

헐떡이는 심장소리도 가라않고 딱딱하던 나무껍질도 살결처럼 부드러워 진다.

포근하고 따뜻함이 전해지면서 나무와 나의 대화가 시작된다..

행복하다..^^*

 

 

 

산신각.. 탱화가 아닌 조각을 한 산신님의 형상이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이다..

산에 들어서면 산신님께, 강이나 바다에 나가면 수신님께.. 예배할 일이다.

 

 

삭막하고 탁한 현대를 살아가는 중생들의 간절한 소원을 적어 부처님 전에..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_()()()_

 

 

 

- ()()() _

 

 

와..~

가슴이 탁 트인다..

깊은 숲 속에서 이들이 뿜어내는 맑고 신선한 공기는 하나도 남김없이

그대로 내 가슴에 담고 싶다.. 나무잎 하나.. 나뭇가지 하나..

저 마다 스스로의 일생을 살아가지만 우리들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고 있는가..!!

 

숲이.. 강이.. 환경 그 모두가 생명줄이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캐내고, 무너뜨리고, 파헤치는

행위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삶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있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심사숙고 해야 할 일이다...

 

 

우이암 주봉..

 

 

우이암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지나는 길손에게 한 컷 부탁했다.

디카 메모리 칩을 빼 놓고 오는 바람에 아이폰을 사용했지만 그런대로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산행을 하다보면 부처님을 모신 도량이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이다..왤까..??

 

불교의 대중화, 불교의 현대화...

불교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누구든지 쉽게 부처님을 만날 수 있고,

사찰에서 스님과 으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_()()()_

 

 

 

도봉산 금강암.. 금강경을 독경하며 원해여래진실의.....**

 

해외에 있을 때는 부처님을 모셔서 도량 이름을 金剛庵 으로 명명할 만큼

친근하고 마음을 잘 붙들어 주는 이름이다..

 

 

 

모든 나무들이 웅장하게 솟아 푸르럼을 뽐내며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한껏 선사하고 있는데..

이 나무는 無常.. 無我의 法을 설하고 있구나..

 

 

 

도봉산 광륜사.. 향통과 향꽂이를 구입했다..

불교 용품점에 들러고 보면 가지고 싶은 것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모두가 탐심이고 집착인데..

맑은 가난.. 소박하고 정겨운 마음이 그립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역시 인산 인해..북세통이다..모두가 즐겁게 놀고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이 보인다.

나도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도봉산 길에 홀로하는 산행 또한 재미잇고 즐겁고 행복하다..^^*

매표소를 나와 주차장 가까이 도착하니 흥겨운 풍악과 함께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아름다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고 보니 더욱 신 바람이 나는 것 같았다... 산행을 마친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 저기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박수치며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았다.. 모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산행 모임에 나가고 보면 산행을 마치고 나서 꼭 뒷풀이 행사를 하는데

많은 음주와 무질서.. 들뜬 마음과 마음의 만남..

힘들게 등산하고 그 좋은 기운을

결국 뒷풀이에 다

뺏기고 마는

어리석음을

본다.

.

.

다 그런 것은 물론 아니지만..

맑은 정신으로 오늘같은 이러한 산행 문화를 즐기고

시민이 다 함께 스스로 참여해서 행락 질서를 지키고

멋진 시민정신을 보여주는 성숙된 우리사회가

고맙고 좋았다..

 

_()()()_

 

 

도봉산 명상 산행은 앞만보고 걷고 또 걷는 등산 길이 아니라

발 길 닿는대로.. 마음 머무는 대로.. 그곳에서 행복을 찾는 아름다운 산행 길이다..

산을 찾은 사람이 등산보다는 산사 순례를 온 것처럼 대 부분의 시간을 산사에서 보냈다.

 

어느 산을 가든지 고즈넉한 산사가 있고 맑은 풍경소리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이곳 도봉산의 대 부분 사찰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와는 달라 보였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웅장하고 규모가 컸지만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하고

친근한 마음이 들지 않고 마음을 닦고 맑히는 수행도량의 기운도 없었다..

법당 가득히 기도하고 스님과 불자들이

마주하고 합장하는 고운 미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냥 덩그러이 절 집만 있고 그 안에 부처만 있으면 그것은 살아있는

부처님이 아니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지혜를 증득하는 포교나 수행도량도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부처를 찾는 중생들의 발길과 기도소리가 없는 절집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람들이 사찰에 와서 그냥 구경하듯 휘익 둘러보고..

대웅전 바깥에 서서 대웅전 안에 모셔진 부처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관광온 듯 떠나버리는 구경거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누군가가 친절히 안내하고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절집 문화와 전각 등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누구나가 쉽게 부처님께 다가갈 수 있도록 사찰 운영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해 본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_()()()_

출처 : 좋은인연 금강선원
글쓴이 : 寂 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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