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마음

절 수행의 특징

마음정원(寂光) 2007. 12. 11. 00:12

“육체적 움직임 통해 구체적 무아 체험”

 

 

수행이란 마음에서 올라오는 탐욕과 분노, 집착과 갈등, 억울한 마음과 슬픔, 두려움과 공포, 애착과 증오, 게으름과 방종 등을 다스려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걸림없이 살아가기 위해 닦아나가는 것을 말한다. 걸림없는 삶, 그것이 결국은 깨달은 자의 삶이다. 그것은 내가 철저히 비워지는 무아의 체험 없이는 불가능하다.

 

절 수행은 육체의 움직임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무아를 체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여타의 수행법과는 다른 두드러진 특징을 보여준다.

 

몸을 통해 무아를 확인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강한 실천의 힘이 없을 때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관념이나 생각으로 무아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생각으로 무아를 이해하며 그려보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몸으로 하는 무아의 체험은 힘든 땀방울과 인욕을 요구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相)이 많다. ‘나’라는 생각이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특히 몸과 관련된 ‘나’라는 상은 다른 어느 것보다 강하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은 몸으로 인해 많은 죄업을 짓고 산다. 이 몸에 대한 애착 때문에 사람들은 되도록 더 잘 먹기 위해서, 더 편해지려고 한다. 몸의 불편함을 못 참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하고 자연과 환경을 파괴한다.

 

우리는 이 몸을 매개로 일상생활에서 현실과 어우러진다. 몸은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몸은 재산, 자식, 친구, 주변의 모든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몸으로 접하는 대상과 사건에 대한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 이 모두 몸으로 인한 욕망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공간만 확보되면 어디서든 실천

정기적으로 지속하면 심신 안정

 

 그런데 절 수행은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몸을 통해서 비워나간다. 그러면 물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몸을 조복받게 되면 몸과 관련된 욕망의 상들이 비워진다. 몸을 조복받기 이전에는 육체적 욕망의 대상에 끌려 다녀 괴로워했지만, 이제는 몸과 마음을 잘 조복받아 나 자신이 내면의 평화를 누리는 것은 물론 가정생활, 사회생활도 아주 좋게 흘러간다. 지금까지 몸이 ‘나’라고 생각해 왔다면, 그러한 삶은 업력에 지배되는 삶이다. 반면 절을 통해서 몸을 극복하면 몸으로 인한 업력에 지배받지 않는다.

 

또한 절 수행은 육체적으로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마음으로 자신을 닦는 과정을 동시에 병행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몸과 마음 두 가지를 모두 움직여 수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절하면서 염불하고 절하면서 화두를 들고, 절하면서 몸과 마음을 관하고, 절하면서 사경을 하고, 절하면서 참회 및 감사 기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절은 몸과 더불어 마음이 가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단조롭지 않고 혼침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수행할 수 있다. 다른 수행법 같은 경우, 몸이 피곤하면 쉽게 졸거나 정신이 몽롱해지곤 하는데 절은 구체적인 활동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동시에 깨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집중하여 반복적으로 움직이기에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은 물론 육신의 건강에도 커다란 도움을 준다.

 

운동으로서 절 수행은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만 조금만 확보되어 있으면 어디서든 실천이 가능하다. 걷기나 마라톤처럼 드넓은 자연환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요, 구기운동처럼 운동장이나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헬스를 하기 위해 특별히 운동기구를 살 필요도 없다. 좌복만 있다면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설사 좌복이 없더라도 어느 곳에서건 심신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할 수 있다. 아울러 절 수행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매우 탁월한 수행이다.

 

끝으로 연기, 무아, 공 등 부처님 법에 대한 철저한 인식 속에서 절을 하게 되면 그 절 수행은 불교만이 간직한 독특한 수행법으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에게 밝은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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