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아프칸에서 피랍된 사람 중 한 명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 졌다. 모쪼록 잘못된 소식이길 바랄 뿐이다.
이번 사태를 접하며 나 자신도 그렇지만 한국민 전체가 느낄 공포와 위기감,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 느낄 스트레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01년 뉴욕에서 발생했던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민들은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번 피랍 사건은 한국민에게 있어서 테러에 버금가는 - 사실 납치형 테러라고 봐도 무방하다 - 상처를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23명의 한국인이 납치된 후 그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두 지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들은 모두 살해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사태는 폭탄 테러와 같이 죽음 이후를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는 상태'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고 그것을 한국민 모두가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바로 우리 자신!)에게 죽음으로 시시각각 접근하고 있는 납치 사태를 지켜 보는 것은 단순한 걱정과 우려를 넘어서 깊은 심리적 상처와 공황 상태를 초래할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한국 내에서 사건 사고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한 일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건은 마치 고 김선일씨 사건처럼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실시간으로 이런 사건의 진행을 지켜 봐야 하는 한국민들은 이런 사태에 익숙하지 않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납치 사태는 그냥 남의 일이지 우리 주변의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남의 나라에서 남의 정치, 군사 사태에 의해 민간인이 피랍되어 목숨을 건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았다.
이번 피랍 사건이 인명 피해없이 종결되길 원하는 마음은 너나 할 것 없다. 그러나 설령 피랍 사건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더라도 우리가 느꼈던 심리적 상처는 치유되기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분쟁 지역에 간 사람들을 탓하기도 하고, 종교를 비난하기도 하고, 군대를 파견한 정부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렇게 뭔가 이유를 찾으려는 사람들끼리 반목하고 비난을 퍼 붓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민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가 될 뿐이다.
테러, 납치, 살해... 이런 단어를 없애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회 단체와 국가, 개인들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생업을 포기하면서 이런 노력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 이야기한 심리적 상처로 인한 인류 스스로 대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테러에 의한 납치인 아프칸 피랍 사건은 악과 선이라는 축을 명확히 하기 보다는 관계 국가와 국민들의 내부적 대립과 갈등을 고조시키며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파괴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평화는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자발적이고 숭고한 마음으로 인해 유지될 수 있다. 테러와 납치와 살해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파괴한다.
고통 당한 자는 더 이상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통을 진리를 향한 필수 과정이라 생각하는 극소수의 수도자 외에 평범한 우리는 고통을 준 자를 징벌함으로써 스스로 그 고통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생각을 통해 무력에 무력으로, 테러에 폭력으로, 납치에 응징으로, 살해에 보복으로 대응한다. 테러와 납치와 살해는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폭력과 응징과 보복을 낳는다. 그렇게 인류애는 파괴되어 간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의 본질은 인류애의 파괴다. 종교가 없는 나지만 오늘 밤은 어떤 절대자에게 기도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지 않도록...
** 덧붙이는 글
글을 쓰며 생각했듯 이 글에도 다양한 의견이 붙어 있고 어떤 의견은 매우 공격적입니다. 댓글을 삭제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이런 사건에 대한 분노와 당혹스러움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런 분노와 당혹스러움이 얼마나 우리 자신을 파괴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식의 댓글이든 또한 그것이 말이 되든 되지 않든 그것 자체가 이 사건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역사와 기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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