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단상

[스크랩]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관련한 단상

마음정원(寂光) 2007. 7. 24. 12:06
- 자유와 책임은 늘 함께하는 것 -

먼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디 억류당하신 분들이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란다. 하나님의 은총 덕분이었다고 말하면서 돌아오실까 봐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뭐 하나님의 은총이라도 제발 좀 내려 주셔서 무사히만 돌아오시기 바란다.

그러나 사실 입맛이 개운치 않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일반 국민, 심지어 크리스천들까지도 이번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의 아프간 봉사활동 중에 생긴 피랍극에 대해서 마음이 불편하실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먼저, 이 샘물교회가 작년에도 아프간 방문을 둘러싸고, 이를 만류하는 정부 측과 갈등을 빚은 전력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비난받아 마땅한 독선적 태도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역시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어, 정부가 여행자제를 권고한 지역으로 무리하게 봉사활동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지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무모한 행보와, 현지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무시하는 안하무인적 행동을 저질렀음은 물론, 급기야 테러 위험으로 대부분 봉사단체가 이용을 꺼리는 도로를 이용하다가 20명이 넘는 인원이 피랍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물의를 일으켜놓고도, 피랍자 가족이나 해당 교회로부터 정부나 국민에 대한 사과나 이해, 협조를 요청하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록 극단적 위협 앞에 이성을 잃은 태도일 것으로 이해해주고 싶기는 하나, 일부 유족이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난하고, 이번 사태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 우리 다산, 동의부대를 즉각 철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는 점이다.

사실 하나같이 상식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행태다.

기독교인으로서, 믿음에 의거한 행동 자체를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우리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자기 종교의 교리에 충실 하는 것을 욕할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보다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돕는 걸 보람으로 여기는 행동은 칭찬받을 일일 뿐, 그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님이 분명하다.

그러나 교리에 충실하기 위해서, 자기가 속해 있는 세속의 정부나 이웃, 시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엄연히 다른 종교를 가진 분들도 똑같은 권리를 행사하도록 정해져 있는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할 수 있다. 종교인의 관점에서는 세속적인 국가규범보다는 종교인으로서의 교리가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나는 그런 주장도 인정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께 간곡히 청하고 싶다.

부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시고, 그런 무한의 기독교적 종교자유가 보장되는 곳으로 떠나주시길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의 평화적 존속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교를 위해서, 다른 사람은 죽든 살든, 위험에 처하든 말든, 비용을 물든 말든, 걱정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를 과연 예수 그리스도께서 칭찬하실지 필자는 매우 의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성경 구절 어디에 그리 살라 되어 있는지, 과문한 탓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필자도 미션스쿨에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목께서 인도하시는 예배를 주 1회씩 꼬박꼬박 참석했다. 단 한 번도, 그 예배에서 종교적 거부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놀랍게도 말이다. 필자 학교의 교목께서는 자기 종교를 위해서 다른 종교를 비방하신 적도 없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다고 하여 학생들을 구박하신 적도 없으며, 예수 그리스도만 잘 믿으면, 다른 건 어찌되든 상관하지 말라고 가르치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래도 명색이 미션스쿨 다니는 데, 제발 다른 학교 학생들한테 부끄러운 짓은 좀 하지 말아 달라거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늘 관심을 잊지 말라거나,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임을 설파하셨다.

과연 그 목사님이 종교적 신앙심이 깊지 않아서 그러셨을까? 오히려 그 반대일 것으로 필자는 굳게 믿고 있다. 그렇기에 원래 기독교 신자가 아니던 필자였지만, 교목의 설교는 늘 귀담아듣게 되었고, 군대 있을 때도 이왕이면 교회에 나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으며, 미션스쿨을 모교로 둔 것을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필자는 잊지 않고 있다. 이라크에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하라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든 일부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종교의 이름으로 평화를 파괴한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떠올리게 했었다. 도대체 성경 구절 어디에, 전쟁이 평화보다 낫다는 구절이 있기에, 종교의 이름으로, 십자가를 내세우면서 그 많은 사람을 중세에 죽여야 했단 말인가?

요새 대한민국 일부 기독교인과 교회의 모습은 분명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

뭐, 좋다고. 어쭙잖은 종교지식으로, 신앙심 깊은 일부 기독교인들과 논쟁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 부탁하자.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얼마든지 자기 종교를 믿으며,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한 자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만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만약 세속적 공동체의 책임이 성경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필자는 기꺼이 그 판단까지도 존중해 드릴 용의가 있다.

그러나 대신 그 경우, 세속적 공동체에 아무런 것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히 해 두고 싶다. 대한민국 정부는 기독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며, 대한민국은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가 아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성경보다 헌법과 법률이 더 우선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자유도 드리겠다. 다만, 그 자유를 누리시려면, 부디 책임도 함께 지시기 바란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떠나 보내드리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무한자유를 보장해 주기 위해, 무한 책임을 질 수는 없는 세속적 공동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분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시기 위해서, 어떤 이의 말처럼 분쟁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독교인이 아니면 누가 갈 것이냐고 믿으신다면, 마음껏 가서 봉사활동 하시라.

다만, 가시기 전에,
대한민국 국적은 정리해 주고 떠나 주시라.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특히 기독교를 믿지 않는 국민이,

왜 특정 종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나?
왜 특정 종교인들의 자유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하나?
왜 특정 종교인들이 막무가내로 누리는 자유의 뒷감당을 무한책임을 지면서 해야 하나?

잡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신념이라고 믿으시고, 성경에 그리하라 정해져 있으며, 성경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 실정법과 타종교를 믿는 대한민국 국민은 의사결정에 아무런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도 늦지 않으셨다.

부디 대한민국 국적만은 포기하신 다음,
그분들이 꿈꾸는 무한대의 기독교 자유를 보장하는 곳으로 떠나 주시라.

그것만이,
여러분의 종교적 자유가, 여러분의 책임이 함께 가는 길이며,
그 길만이,
여러분의 자유를 위해서, 타인의 자유와 재산이 침해받지 않는 길이다. 아쉽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다시 한번 피랍되신 분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란다.
정부는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



출처 : 자유토론방
글쓴이 : 스타일리스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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