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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프간 피랍의 본질-無知

마음정원(寂光) 2007. 7. 24. 12:11
이번 아프간 피랍사건으로 말들이 참 많다.
23명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데도 넷에선 좋은 소리는 거의 없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저들의 가족들은 "봉사활동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선의'를 가지고 갔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수가..탈레반도 자식이 있을텐데 빨리 석방해라."

라며 울부짖고 있다.

진정한 봉사활동을 위해서 갔다면 봉사활동 대상지역의 관습, 문화, 법, 풍토병 등등 가능한 모든 정보를 알아보고 갔어야 한다.
왜냐? 시간은 내가 모른다고 해서 이미 엎질러진 일을 물러주지 않는다.

진정한 봉사라면 봉사 대상에게(아프간 사람, 지역, 국가 모두) 한치도 피해를 끼쳐선 안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를 보라. 무리한 '봉사'때문에 되려 기반도 허약한 아프간 정부를 테러리스트보다 더 심하게 뒤흔드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저게 진정한 봉사자가 할 짓인가?
피랍자들이 살아나오려면 테러리스트 23명을 풀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아프간 국민, 아프간 재 외국인, 아프간 정부 등등)이 풀려난 테러리스트들에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저것이 진정한 봉사자가 할 짓인가?
마지막으로 저들로 인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과격단체에게 한국민이 인질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프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한국 정부를 포함해 국민도 잠재적 위험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저것이 진정한 봉사자가 할 짓인가?

저 모든 것들이 단지 "이런일이 있을줄 몰랐다" 라고 말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인가?

환자가 어디 다쳤는지 검사도 안하고 수술하다 사람 죽이면..그게 단지 '선의로 했고 몰랐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저들은 선교를 하러 갔다고 한다. 선의로...

아프간을 포함한 이슬람 국가들은 이슬람 율법 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선교"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 선교도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기독교를 박해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대로 라는 말이 있다. 상대국을 방문하면 그 나라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헌데 저 피랍자들은 용감하게도 '선의'를 내세우며 그것을 무시했다. 이 세상에 '선의' 만을 내세워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렇게 간단하던가?

민법에서 '선의'는 '모르고 한 일, 알지 못하고 한일' 정도로 해석하는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21세기가 어떤 시대인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선의, 즉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최선의 가치를 지니는 시대인가? 아니다. 21세기는 모르면 손해보는 시대, 심지어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시대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한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주식을 말해보자. 주식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선의'(물론 자기 자신만의 선의)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자본비율, EPS, PER 등 매수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쪽박을 찬다. 실증이 그렇다.

투자를 시작할때 "주식으로 돈 벌면 고아들을 위해서 고아원을 지어야지" 라고 선의로 시작했던 "주식으로 돈 벌어서 땅 투기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실제 수익률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일단 투자를 시작하면 그때부턴 분석에 의해 얼마나 신뢰가능한 정보를 가지고 투자했느냐에 따라 돈을 버느냐 마느냐가 판가름 난다.

자, 이제 저들이 울부짖는 '선의' 봉사활동이란게 얼마나 부질없는 '변명'인지 알게됐다. 저들보다 '못한' 뜻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갔어도(예를들어 이력서에 한줄 채우기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서 갔다면 봉사대상에게도 이익이 되고 자기 자신에게도 이익이 됐을 것이다.

아마추어가 용인되는 영역이 있고 프로여야만 하는 영역이 있다. 그것조차 모르고 날뛴 대가가 지금의 피랍인 것이다.

외교부에서 극구 뜯어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자신들의 '무지'를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일을 벌였고 회사로 따지면 부도가 났다. 자, 이게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정부의 책임인가? 아니면 회사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다 망쳐버린 사람들의 책임인가?
외교부에 '항의'방문을 했다는 피랍자 가족들의 소식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김우중이 재정경제부 찾아가서 항의하는 꼴이구나..법원가서 항의하는 꼴이구나.."
저들은 외교부에 찾아가서 무릎꿇고, 아프간행을 말리지 못한것을 빌며 애걸복걸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하는 형국이다.
만약 항의방문을 하련다면 지금 당장 아프간으로 날아가 탈레반에게 항의해야 옳은 일이다.

물론! 피랍자들이 살아돌아오는게 지금으로선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돌아온다면 그 책임은 명명 백백하게, 어떤 형식으로든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또 세계 어디론가 위험스런 봉사활동을 떠날 '선의'를 가진 봉사자들은 이번 '무지'가 부른 '참사'를 철저하게 벤치마킹 해야할 것이다.

PS: 나는 이 문제를 특정 종교의 문제로 보지 않으려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독선과 무지의 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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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렇게 많은 리플과 조회가 오를줄 몰랐습니다.
공연히 논란을 일으켜서 긁어 부스럼 더 만든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한가지...전 피랍자들중 일부가 출국전 정부의 여행 자제요청을 "사탄의 방해" 라는둥 하는 글을 올렸다거나...그런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최대한 '종교'의 문제가 아닌 '일반상식'의 문제로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사회통합의 차원에서도 천만이 훨씬 넘는다고 알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자극하는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옳고 그름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로서)

어느 집단이든 '일반'에서 벗어난 개체는 있게 마련이니까요.
하나의 사건을 이용해서(비록 이번처럼 큰 일이라도) 한 집단을 통째로 비판하는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해당 집단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해당 집단은 처절한 반성과 속죄, 그리고 믿을만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비록 한번 두번의 실수는 집단과의 결부를 피할 수 있겠지만 그것들이 자꾸 반복되고 적분된다면 결국은 집단 전체의 잘못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비단 종교뿐 아니라 모든분야에서 무지와 독선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임을 이번 사건을 보고 반면교사 삼았으면 합니다.
출처 : 자유토론방
글쓴이 : Marin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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