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양양 휴휴암의 발바닥 바위

마음정원(寂光) 2006. 12. 17. 17:16

양양 휴휴암의 발바닥 바위

 

[데일리안 김대갑]쉬고 쉬고 또 쉬는 절. 육체도 정신도 모두 놓아두고 편안하게 쉬는 절. 연화대에서 푸른 동해 위에 찬연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절. 이름 하여 휴휴암(休休庵). 속초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양양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하조대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아담하면서도 신비한 절이다. 이 휴휴암에는 다른 동해변의 사찰과는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다.

대개 우리나라 해안 사찰에는 관음상이 웅대한 자태로 서 있기 마련이다. 3대 관음성지라는 동해의 낙산사와 서해의 보문사, 남해의 보리암에는 예외 없이 관음보살상이 있으며 기장군의 용궁사정동진 근처의 등명낙가사에도 세워져 있다. 특히 이런 관음상은 해수관음상이라 하여 ‘바다’로 상징되는 사바세계에서 헤매고 있는 대중들을 구원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불경에 의하면 관세음보살님은 보타낙가산 해안가 절벽에 항상 계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해안 사찰에는 어김없이 관음보상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 동해에 나투신 관세음보살 ⓒ 김대갑

천 개의 눈과 귀로 중생의 괴로움을 모두 듣고 천 개의 손으로 중생을 자애롭게 구원하는 관세음보살. 그런데 휴휴암에는 이 관세음보살이 웅대한 석재로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해안가 절벽에 편안하게 누워있다고 한다. 절 이름이 휴휴암이 된 것도 관세음보살님이 바닷가에 편안하게 쉬고 계신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휴휴암은 약 10년 전에 홍법스님이란 분이 처음 지었는데, 4년 전 쯤 인가 일출이 눈부시게 절벽을 비추는 곳을 바라보니 관세음보살상을 닮은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멀리서 본 바위는 해수관음상의 모습과 너무 흡사했고, 더군다나 그 앞에 있는 바위는 기이하게도 거북이 형상을 한 채로 관세음보살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 비룡관음전 ⓒ 김대갑

그래서 휴휴암에서는 그 바위를 동해에 나투신 관세음보살님이라 하여 경배대상으로 삼았고, 그 소문이 퍼져 휴휴암은 일약 관음성지(?)로까지 승격하게 된 것이다. 혹자는 예전부터 있었던 자연환경을 암자의 창건 연대기와 교묘히 연관 지은 것이라 하여 탐탐치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사정이야 어쨌든 휴휴암에는 이 관세음보살상 외에도 사람들에게 기이함을 안겨주는 바위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한 번 가본 사람을 다시 가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숨어 있다.

먼저 휴휴암에 들어서면 암자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는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묘적전과 비룡관음전, 요사채, 종무소 등의 건물이 ‘사찰’급으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절 건물은 그렇게 특이한 것은 없다. 요 근래에 지어진 건물인터라 고적한 분위기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안가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왜 휴휴암이 이곳에 터를 잡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묘하면서도 기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연화대 ⓒ 김대갑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일명 ‘연화대’라고 불리는 널찍한 바위 마당이다. 약 100평정도 되는 바위 주변에 하얀 색 금줄을 띄워 잡인의 출입을 막는 품새가 꼭 성황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얼핏 보면 코발트블루의 바다위에 살랑거리는 작은 배 한척처럼 보인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그런 배.

연화대 중앙에는 부처상이 하나 있는데, 그 부처상의 왼편에는 일명 ‘발바닥 바위’라고 이름 붙여진 바위가 하나 있다. 흡사 어느 거인의 발바닥인양 보기에도 거대한 발바닥이 나 좀 봐라 하며 아낌없이 자신을 시위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발바닥처럼 생겼다. 어쩌면 저리도 똑같이 생겼는지. 일견 코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가만히 그 바위를 쓰다듬어 본다. 그리고 살짝 간질여도 본다. 혹시 발바닥이 움직일까봐 조심스럽게. 물론 바위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누천년의 세월동안 파도와 비바람을 견디던 바위답게.

◇ 미니해수욕장 ⓒ 김대갑

또한 그 발바닥 바위 옆에는 ‘발가락 바위’가 있는데, 이름을 그렇게 붙여놔서 그렇지 발바닥 바위보다는 신비감이 덜 든다. 발가락 바위를 일별한 후 왼 쪽으로 해안가 절벽을 보면 이른바 동해바다에 나투신 관세음보살님이 계시고, 그 앞에는 거북바위가 마치 절을 하는 모습으로 바다 위에 돌출되어 있다. 휴휴암에서는 그 거북 바위를 ‘남순동자’라고 지칭하면서 관세음보살님을 경배하는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해석은 자유지만.

이 외에도 휴휴암에는 여의주바위, 태아바위, 얼굴바위 등이 있다. 특히 여의주바위는 누가 일부러 동그랗게 돌을 만들어서 바위위에 척 걸어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기이함과 요묘함을 안겨준다. 이곳 주민의 말에 의하면 보름달이 뜨는 밤에 이 여의주바위를 보면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흥은 제각각이겠지만.

◇ 발바닥바위 ⓒ 김대갑

휴휴암에는 작은 미니 해수욕장이 하나 있어 가족용 해수욕장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수욕장 근처에는 몇 채의 민가가 있는데, 휴휴암이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오자 모두 민박집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만일 기회가 된다면 이곳 민박집에서 하루를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연화대에서 현려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맞이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은린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연화대에서 관세음보살상과 거북바위, 발바닥바위 등을 감상한다면 그야말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특히 눈이 오는 날 아침이면 그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신비로우면서도 아담한 휴휴암의 풍경, 바다위에 그림처럼 떠있는 관세음보살상과 거북바위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다.

◇ 여의주바위 ⓒ 김대갑

어떤 부인이 돌부처에게 오랫동안 절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지겨보던 남편이 왜 돌부처에게 절을 하느냐고 했다. 그깟 돌덩어리가 무슨 효험을 주냐며, 그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다른 일을 하라며 타박을 주었다. 부인은 절을 마친 후 나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떤 효험을 바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돌부처에게 절을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돌에게도 절을 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아무런 생명도 없는 돌에게도 경건한 예를 올리는 소박한 마음입니다. 바로 그런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남편은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인의 손을 잡았다.

돌덩어리에 불과한 휴휴암의 관세음보살 바위. 이 부부는 돌덩어리에게 절을 하면서 겸손한 마음을 배우고 간다. 보잘 것 없는 우리네 인생살이. 돌에게도 절을 할 수 있는 겸손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휴휴암의 관세음보살 바위는 오늘도 바다 위에 편안하게 누워 계신다./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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