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자기를 새롭게 하는 보은의 보시 - 종범스님

마음정원(寂光) 2006. 4. 3. 17:30



덕산사의 매화꽃

        자기를 새롭게 하는 보은의 보시 세상에는 늘 함께 있으면서도 모르는 일이 많다. 항상 공기를 마시며 공기 속에서 살지만 평상시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우리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건강의 중요성을 모르며 산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왔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건강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참으로 우리에게 귀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고 살 뿐이다. 지혜롭고 깊이 있는 마음으로 관찰해 보면 일상에서 무심히 살아가는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어느 젊은 남자 분으로부터 매우 진지하고 절실한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이 분은 어머니를 모시고 모자가정을 이루어 오랫동안 살았는데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도움을 주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왕래를 끊고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계실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크게 깨달았다. 어머니 계실 적에 자신을 도와준 것은 자신을 보고 도운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보고 도운 것이라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 그래서 생전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없이 크게 느껴지고 고맙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머니를 모시고 살 때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진실한 체험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깨우침을 준다. 생각해 보니 어린 자녀들의 생각은 다 이와 유사했다. 한국 가정에서는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 있다. 친척이나 부모의 친지분이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과자값의 돈을 주는 일이다. 아이들이 고액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어머니는 그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가져가시는 일이 종종 있다.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재촉한다. 어머니는 갚지 않으신다. 아이들도 그냥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끝내는 어머니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너에게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값은 내지 않고 빌려간 돈만 갚으라고 하느냐.’ 고 말씀하신다. 이 말에는 아이들도 수긍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을 빌려가기 전부터도 어머니는 먹여주고 보살펴 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들이 크게 모르는 일이 있다. 과자값의 돈을 받게 된 연유를 아이들은 모른다. 아이가 받은 것은 모두 어머니의 은덕이다. 어머니가 일찍이 찾아온 손님 댁에 갔을 적에 그 집 아이에게 용돈을 준 일이 있기 때문에 받게 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손님으로부터 받은 만큼의 돈을 나중에 손님집의 아이들에게 주워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그러하기에 아이들이 받은 돈은 어머니의 돈이었다. 이런 진실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이 어찌 그런 깊은 어머니의 은혜를 알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자라서 부모가 되었을 적에 비로소 부모의 은혜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부모가 세상에 계시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돈 얘기를 많이 했다. 아이들이 받은 용돈이 아이들의 돈이냐, 어머니의 돈이냐를 논하는 과정에서 돈이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다. 돈을 말한 기회에 ‘돈’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할 일이 있다. 돈이 무엇인가? 돈이란 숫자이다. 돈은 소액권에서부터 고액권에 이르기까지 숫자가 생명이다. 숫자가 없으면 돈일 수 없다. 하지만 돈의 숫자에 대해서 생각 없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에 기재된 숫자는 보통의 숫자가 아니라 그 화폐를 발행한 국가가 인정하는 숫자이다. 국가의 발행이 아니면 화폐일 수 없다. 돈은 곧 국가이다. 국가의 신인도가 높아지면 돈의 가치도 높아진다. 아이들이 용돈을 받을 때 돈에 국가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어른들도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에 대하여 별다른 느낌 없이 화폐를 주고받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정말로 많은 은혜가 있다. 한 송이의 꽃에도 광대하고 심오한 봄기운이 깃들어 있듯이 한 사람의 삶에는 진실로 헤아릴 수 없는 은혜로 삶이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은혜를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나만 생각하는 삶이 되기 쉽다. 삶의 폭이 좁아지고 단조로움을 면하기 어렵다. 새로운 눈을 떠서 자신에게 깃든 은혜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 은혜를 알면 자신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다.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노력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며 자신을 더욱 복되게 하는 실천이다. 이렇게 얻어지는 기쁨이 보은(報恩)의 보시행으로 이루는 공덕의 행복이다 -종범스님-
약속...Our Same Word (Piano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