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모습

마음정원(寂光) 2005. 9. 7. 13:09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모습
 

백비/대교과

 

    이른 아침 찬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대웅전 앞,
    키 작은 나무들마다 작은 구슬 같은 이슬,
    송이송이 매달고 있는 모습 보면
    나도 몰래 발걸음 멈추고 한없이 바라보게 된다.

     

       

산 속에 산다는 것이, 스님이 되어 절집 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새삼 새롭고 감사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조금 들여다 본 부처님 가르침이 좋아서 머리를 깎고 시작한 생활이 이제는 조금씩 알아져 가면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길임을 알게 된다. 어느덧 치문을 지나 대교반이 된 지금은 더욱 그러함을 느낀다. 그래도 다행히 힘나게 하는 것은 나를 멈출 수 없게 하는 작은 일상들이다.

동학사에 들어와서 생전 겪어 보지 못한 생활들과 도반으로 인연이 된 많은 스님들, 윗반·아랫반 스님들, 그리고 신도 보살님들…. 그 속에서 어우러진 많은 일들이 나를 깨어 있게 하고 나를 공부하게 한다. 물론 때론 어쩔 수 없는 내 자신의 한계와 무력감으로 인해 깊은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기만 여전히 부지런히 자신을 닦아 나가는 이들을 볼 때면 다시금 힘을 내게 되는 것이다.  

그 곳에서 나는 변화해 갈 수 있고, 발전시켜 갈 수 있는 희망을 본다.

 

절대로 한가롭지만은 않은 절집안의 일상 속에 비춰지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 이곳에, 특히 스님들이 많이 사는 절에서는 더욱 그렇다. 관광지를 겸한 우리 동학사에도 참 많은 그림들이 있다. 도량이 그렇게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이 적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일정 속에 우리를 스치는 사람들이 있다.  

 

어둠도 채 가시지 않은 길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보살님, 운전을 해 주고 함께 와 준 듯 보이는 거사님, 부지런히 법당을 향해 가는 걸음이 상쾌하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른 듯한 숨차 보이는 노보살님, 법당이 보이자마자 꾸부정한 허리 더 꾸부정하게 합장하시고 언제부터 돌았는지 법당 주변을 합장하고 돌고 계시는 보살님. 열심히 법당 주변의 벽화에 대해 설명해 주고 마주보며 고개 끄덕이는 그 모습, 말똥말똥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쑥스러운 듯 어설프게 합장하는 꼬마 녀석.

많은 관광객들이 분주히 오가는 속에서 스님네 가시는 걸음 앞에서 공손히 허리 숙여 합장하시는 분들, 예불 전 사물을 치는 스님들을 향해 합장한 채 한없이 바라보는 눈동자들, 법당에 들어와서는 아낌없이 부처님 전에 무엇이든 소중히 놓아두고 간절히 절하시는 모습  조심조심 법당에 들어서는 그 모습들….

초하루법회나 큰 행사가 있으면 어김없이 찾아와서 자신의 일보다 더 정성스레 준비하고 다른 신도님들을 대접하는 그 모습들….

그리곤 더 감사해 하시며 짓는 아주 맑은 웃음.

 

어느 것 하나하나에 소박한 마음 깃들지 않음이 없다.  

출가 전을 돌이켜 보면 별로 베푼 것도 없었고, 어떻게 베풀어야 하는지도 모르던 내게 그 모든 모습들이 보살인 양 보여지는 순간들이 있다. 비우려고 애를 써도 쉽게 비워지지 않는 이 중생마음이 잠시 쉬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 가르침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머리 깎은 은혜로 만나게 되는 많은 일들이 나를 더 겸손하게 하고 하루하루를 새롭게 한다.

 

청아하고 맑은 작은 새 울음소리가 곱게 들려오고  훈훈한 봄바람이 도량 안에 가득하다.

작은 풀꽃들이 향기를 내고  골짜기의 나무들은 참 싱그럽다.

부처님 도량에서 이루어지는 이 모든 것에, 그 가르침에 감사해지면서 나는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해 본다.  

 

- 출처 : 원효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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