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가피■
한 처자가 있었답니다
아릿다운 자태에
여자가 갖추어야 할 솜씨며 맵씨며
마음씨까지 다 갖춘 훌륭한 규수이다 보니
좋은 혼처를 만나 일찌감치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행복한 삶이 시작 되는가 하더니
우연히 앓게 된 병이 깊어
나중에는 온 몸에 창병이 생겨
여기 저기 고름이 나고 딱쟁이가 앉으니
금슬 좋은 부부간에도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병은 깊어만 갑니다
처자는 하는수 없이
시가를 나와 친정으로 돌아 오니
부모조차도 차마 그 정경을 보지 못해
뒤에 골방을 하나 내어 주어
바깥 출입도 못하면서 지나게 됩니다
어느 날 처자가 방에서 들으니
탁발을 오신듯
목탁 소리와 독경 소리가 마당에서 들려 오는데
집안에 다른 사람들은 들일을 하러 나가
아무도 스님의 바랑에
시주를 할 사람이 없는듯 합니다
타인에게 얼굴을 내보이기 어려울 만큼
흉한 모습이지만
처자는 하는수 없이
바가지에 쌀 한됫박을 퍼서 마당으로 나가니
스님도 나오는 처자의 너무 험한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바랑을 벌려 쌀을 받습니다
탁발승이 감사의 뜻을 전하고
바로 나가려 하는데
처자는 스님을 불러 세우고 청합니다
스님
스님이 보시다시피
저는 살아도 산 목숨이라 할수 없는
딱한 처지의 몸이온대
무슨 업장이 이리 깊어 이러 한지
혹여라도 이 고통을 벗는 길이
부처님의 대자 대비하신 가르침 속에 있으면
한 말씀 일러 주시고 가십시요 합니다
스님은 돌아 서 보지 못하고
한말씀 일러 주고 가는데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가피를 믿고
일구월심으로 관세음 보살을 부르시면
관세음 보살의 서른두가지 원 가운데
병이 들어 앓는 이에게 어진 의사가 된다 하셨으니
기도를 하여 보십시요 하고는 멀어져 갑니다
그날로 이 처자는
방에 들어 앉아 관세음 보살을 써서
벽에 붙여 놓고 이륙시중을 염하는데
잠시 자는 것과 먹는 시간을 제하고는
쉬지 않고 관세음 보살을 찾아 기도를 합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면서
처자의 기도는 깊어져 가고
오직 일념 삼매에 들어
잠이 들어서도 한결같이
관세음 보살을 염하는 마음이 지속이 되니
병도 잊고 자신도 잊은 상태에
관세음 보살만 충만합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처자가 머무는 방에는
피고름 딱지가 떨어 져 앉고
새살이 돋아 나며
은은한 향기로운 기운이 방안에 가득하며
간혹 가다가
방에서 묘한 빛까지도 새 나오는 것을
가족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보고는
궁금해 하며 들여다 보고 싶은 호기심들이 생기는데
과연 방안을 들여다 보니
아릿다운 처자 한사람이
관음 보살의 형상으로 가부하고 앉아
정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삼년여를 그렇게 정진하던 어느 날
마당에 탁발을 오신 스님이
독경을 하고 있으려니
관세음 보살의 미소와 자태로
쌀을 한됫박 퍼 나오는 처자가 있습니다
스님이 일러 주신
관세음 보살님의 가피를 입어
제가 이렇게 건강을 회복하고
마음을 깨닫기까지 하였으니
스님의 은혜가 참으로 큽니다
이제 제게는 세상의 일들이
마치 물거품 같고
한바탕 꿈 속과도 같으니
제가 출가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스님께서 이끌어 주십시요 합니다
그 길로 처자는 스님의 안내로
비구니 스님들의 처소로 들어 가
삭발 득도를 하고
공부에 있어서 용맹 정진 하기를 쉬지 않으니
우리 불보살님의 가피가 그러하고
한 마음이 되어 간단없이 정진하는 공덕이
그와 같고 그와 같습니다
안된다 못한다라는 생각은
스스로의 마음 꼴을 그렇게 짓게 되니
정말로 안되고 못 하게 되지만
반드시 되는 일이며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고
나는 할수 있다는 마음의 꼴을 가지면
일체가 유심소조라
반드시 이루어 지는 공부의 묘리가
이 짧은 글 가운데 있습니다
내 마음에 바른 모양의 뜻을 세우고
불보살님과 같은 대원력을 다짐하며
일체의 공덕을 두루 회향하고자 하는 마음에
쉬지 않고 정진하는 불자들 앞에는
환희
신수
봉행
하는 일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큰 저택 담장가에서 고양이가 쥐 잡는 것을
마음 눈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만 응시한다.
또 보지 못했는가.
촌집 둥지 속에 닭이 알을 품는 것을
따뜻한 기운을 지속하기 위해 잠시도 떼지 않는다.
지사(志士)의 행업(行業)도
또한 이와 같아서
순일(純一)하여 묘함을 얻어 혼연히 말을 잊는다.
혼연히 말을 잊음이여,
혼침(昏沈)에도 떨어지지 않고 망상도 않는다.
만행과 만덕을 여기에서 이루나니
이루고 못 이룸은 모두 자기에게 달렸도다.
- 〈한암일발록〉에서 발췌 -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여
가피를 입은 사례들을 유형별로 나누면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현실에서 바로 가피를 입어 소원이 성취되는
현증가피(顯證加被),
꿈을 통하여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예시하는
몽중가피(夢中加被),
언제나 은근하게 보호를 받는
명훈가피(冥勳加被)가 그것이다.
이들 삼종가피(三種加被) 중,
다급한 일을 당한 사람이
기도를 할 때는 현증가피
또는 몽중가피를 입는 경우가 많고,
평소에 안락과 행복을 원하는 사람은
명훈가피를 입어 평안한 삶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다.
_일타 스님 법문 가운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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