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수인(手印)
불, 보살의 공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손모양을 수인(手印)이라 한다. 원래 불전도(佛傳圖)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손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석가불의 경우에는 선정인,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시무외인, 여원인의 5가지 수인을 주로 취하나 이 밖에도 천지인 등이 있다.
특히 밀교에서는 수인을 중시하여 대일여래의 지권인을 비롯하여 보살, 천부, 명왕 등에 따른 다양한 손모양이 나오게 되었다. 이와 같이 불상 종류에 의한 수인은 교리적인 뜻을 가지고 표현되었기 때문에 불상의 성격과 명칭을 분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그 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다.
1. 선정인(禪定印)
첫 수인이다. 손바닥을 편 채로 왼손은 배꼽 아래에 두고, 그 위에 오른손을 포개서 두 엄지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모양이다.
2. 시무외인(施無畏印)
부처님께서 중생의 모든 두려움을 없애주고 위안을 주는 수인이다.
인도의 초기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오른손 또는 왼손을 어깨 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 채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형태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여원인과 짝을 이루어 크게 유행하였으며 이 두 수인을 합하여 일명 통인(通印)이라고 한다.
3. 여원인(與願印)
부처님이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하는 의미의 수인이다. 시원인(施願印),
만원인(滿願印) 이라고도 한다.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손모양으로 시무외인과는 반대가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원인은 넷 째, 다섯째 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며 삼국 시대 불상에서는 시무외인과 함께 불상의 종류에 관계없이 나타나고 있다.
4. 통인(通印)
시무외인과 여원인을 합친 수인을 말한다. (위 마애불사진이 통인이다)
교리상 비슷한 성격을 가진 두 개의 수인을 합치게 된 것은 보다 많은 자비를 베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 것 같다. 통인을 취하는 상은 대부분 입상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연가 7년 금동 여래 입상을 비롯하여 신라의 경주 남산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배리 삼체석불 입상 등 삼국시대 불상에서 그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5.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부처님이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을 상징하는 수인이다.
항마인(降魔印), 촉지인(觸地印), 지지인 (指地印)이라고도 한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 앉아 성도(成道)할 때 악귀의 유혹을 물리친 증인으로 지신(地神)을 불러 자신의 깨달음을 증명하였다는 내용에서 유래되었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결가부좌한 다리 가운데에 놓고 오른손은 무릎 밑으로 늘어뜨리면서 다섯 손가락을 편 모양이다.
이 수인은 반드시 결가부좌한 좌상만이 취하는 것으로 입상이나 의상(倚像)에서는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초기의 팔공산 군위 삼존불 본존상을 시작으로 해서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삼존불 및 석굴암 본존불을 거쳐 고려 시대까지 그 전통 이이어지면서 크게 유행하였다.
6. 지권인(智拳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예로는 보림사 철조비로자나철불(859년)을 비롯하여 동화사 비로자나철불(863년), 도피안사 비로자나철불(865년), 축서사 비로자나철불(867년) 등 고려시대의 불상을 들 수 있다.
7. 전법륜인(轉法輪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후 바라나시의 녹야원(鹿野苑)에서 다섯 비구와 중생들에게 최초로 설법할 때의 수인이다.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린 채 왼쪽 손바닥은 안으로, 오른쪽 손 바닥은 밖으로 향하게 하고 각각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붙여 마치 불교의 법륜(法輪)을 상징하는 것 같은 모양이다. 이 수인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어 일정하지 않다.
보통 정토교에서 말하는 상품중생인(上品中生印)에 해당되며 단독의 아미타상에도 나타난다.
8. 합장인(合掌印)
금동보살판불상 국보1475호
보통 예배를 드리거나 제자와 문답(問答)할 때 취하는 수인으로, 귀명인(歸命印) 또는
일체절왕인(一切切王印)이라고도 한다. 두 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손바닥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양으로 인도의 바르후트 대탑이나 산치 대탑 등의 부조상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통일 신라 시대의 방어산 마애삼존불(801년)의 오른쪽 협시보살상을 비롯하여
안압지 출토 금동보살판불상, 석굴암의 십대제자상 등에 나타 나고 있다. 일반적인 합장의 모습이다.
9. 아미타정인(阿彌陀定印)
아미타구품인
상생인(上生印)은 아미타정인과 같은 손모양을 하고 있으며 중생인(中生印)은 두 손을 가슴 앞에까지 올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자세이고, 하생인(下生印)은 오른손을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게 하여 가슴 위까지 올리고 왼손은 아래로 내리고 있는 것만이 다를 뿐, 손가락 모양은 상, 중, 하생인이 똑같이 되어 있다. 다만 엄지와 맞대고 있는 손가락에 따라 상(上), 중(中), 하품(下品)으로 구분된다. 즉 엄지와 둘째 손가락이 서로 맞대고 있을 때에는 상품이고, 엄지가 셋째 손가락과 맞대고 있을 때에는 중품, 그리고 엄지와 넷째 손가락이 닿아 있을 때에는 하품이 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상품상생인은 좌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반면에 입상에서는 상품 하생인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이와는 반대로 손모양은 똑같지만 서로 맞댄 손가락에 따라 상, 중, 하생인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으나 최근에는 전자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미타불이 9품인을 하고 있는 예는 매우 드물며 주로 아미타정인과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아미타구품인의 의미
상품상생(上品上生): 자비심이 높아 죽는 순간 극락 세계의 불보살이 맞이하여 극락에서 가장 좋은 곳을 말한다. 상품중생(上品中生): 대승경전의 깊은 이치를 모두 깨닫고 인과의 윤회를 알아 수행하고 정진한 자가 태어나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상품하생(上品下生): 인과의 도리를 믿어 성불하겠다는 신심으로 수행한자가 태어나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중품상생(中品上生): 중품에서 제일 좋은 세계로 5계와 8계를 지키고 선을 수행한 자가 태어나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중품중생(中品中生): 불교의 계율을 지키고 열심히 수행한 사람이 태어날 수 있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중품하생(中品下生) :10악을 저지르지 않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덕행을 쌓은 사람이 태어나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하품상생(下品上生): 악을 곧바로 참회하고 공덕을 쌓은 사람이 스님의 염불공덕으로 태어날 수 있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하품중생(下品中生): 5계나 10계를 범하였으나 바로 뉘우치고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스님의
염불공덕으로 태어날 수 있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하품하생(下品下生): 많은 죄를 지었으나 늦게나마 참회하고 불심을 가진 사람이 스님의 염불공덕으로 태어날수 있는 극락세계를 의미한다.
10. 천지인(天地印)
부처님께서 태어나자마자 일 곱 발자국 걸어가시어 오른손 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 키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 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외쳤던 데에서 유래한 수인이다.
한 손은 위로 하고 다른 한 손은 아래로 향한 모습으로 주로 탄생불이 취하는 수인이다
11. 약기인(藥器印)
약사불상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인(手印)과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인 지물(持物)에 있다.
먼저 지물인 약기(藥器)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 약사불상은 보주(寶珠) 형태와 약그릇[藥器]형태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약사불상은 약그릇으로 보주형의 지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처럼 둥근 보주형으로 만든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보주의 의미로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 제10에 의하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해주고 빈궁에서 벗어나게 하며, 아울러 어떠한 독(毒)도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공덕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성질을 갖는 보주는 현세구복 신앙의 성격이 강한 관음보살, 지장보살, 약사불의 지물로 사용된다. 둘째로는 약호(藥壺)나 약합(藥盒)을 단순화한 것이라는 견해이다.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보물337호)
12. 계인(契人)
계인은 손에 물건을 든 수인을 말한다. 약사부처님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상이 계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주로 보살상, 신장상, 나한상들이 계인을 하고 있다. 수많은 보살상과 신장상과 나한상들은 각각 다른 지물을 들고 있기 때문에 종류는 그만큼 다양하다. 법구(法具), 무구(武具), 약기(藥器), 동물, 식물, 옥류(玉類), 건축물, 장신구, 별, 자연현상 등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