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곳에 방석 깔고 가부좌를 하라
좌선의 자세(調身) 욕좌선시(欲坐禪時)에는 어한정처(於閑靜處)에 후부좌물(厚敷坐物)하고 관계의대(寬繫衣帶)하야 령위의제정연후(令威儀齊整然後)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하되 선이우족(先以右足)으로 안좌폐상(安左上)하고 좌족(左足)을 안우폐상(安右上)이요 혹반가부좌(或半跏趺坐)도 역가(亦可)로되 단이좌족(但以左足)으로 압우족이이(壓右足而已)니라 차이우수(次以右手)로 안좌족상(安左足上)하고 좌장(左掌)을 안우장상(安右掌上)하야 이양수대무(以兩手大拇)로 지면상주(指面相)하고 서서거신전흠(徐徐擧身前欠)하되 부좌우요진(復左右搖振)이라야 내정신단좌(乃正身端坐)니라. (底本에는 手이나 다른 본에는 足으로 되어 있으며 내용상 足이 맞다고 생각됨.) 참선하는 장소는 선지식이 주석하고 계시는 곳이 최우선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좌선을 하려고 할 때는 고요한 곳에서 방석을 두껍게 깔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여 위의를 가지런히 한 후에 결가부좌하되, 먼저 오른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놓고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놓는다. 혹 반가부좌를 해도 좋으나 단지 왼발로 오른발을 누르면 된다. 다음으로 오른손을 왼발 위에 놓고 왼 손등을 오른 손바닥 위에 놓아서 두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끝을 서로 맞대고 천천히 몸을 세워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 반복해서 흔들었다 정좌하는 것이 몸을 바르게 하는 단정한 좌법(坐法)이다.
여기에서는 좌선하는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참선은 모든 행위에서 가능하지만 움직이거나 서있거나, 앉거나, 눕거나 하는 행주좌와(行住坐臥) 의 4가지 자세 중에서 유독 앉아서 하는 좌선(坐禪)을 중요시하는 데에는 그 까닭이 있다고 하겠다. 처음 선을 하는 초심자들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자세로 집중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리고 누운 자세는 잠들기 쉬운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처음 수행할 때는 좌선으로 시작하여 삼매(三昧)의 힘이 강해지면 언제 어떤 자세에서나 삼매의 힘이 유지될 수 있다.
여기서 설명한 좌선의 자세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좌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좌선을 하려고 할 때는 먼저 좌선할 장소를 택해야 한다. 이것을 택처(擇處)라고 한다. 장소로 산사나 선방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수행하는 동안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조용하고 정결한 장소를 택해야 한다. 좌선을 잘하기 위해서는 좌선을 하는 동안 방해가 없어야 한결같이 집중하여 삼매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을 찾아 참선수행을 하겠다는 발심이 일어나면
반드시 큰 원을 내어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좋다
처음 참선하는 사람은 장소와 시간을 일정하게 해서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참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선 수행하는 장소는 지리적 여건으로 자연으로부터 재해가 없는 곳, 사회적 여건으로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곳 등을 가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선지식으로부터 지도 받을 수 있는 곳, 다시 말하면 선지식이 주석하고 계시는 곳이 최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곳이 찾아져서 참선수행을 하겠다는 발심이 일어나면, 반드시 큰 원을 다시 발하고 집중적으로 수행하여 일상생활 속에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장소가 정해졌으면 방석을 두껍게 깔고 허리띠를 느슨하게 하여 위의(威儀)를 가지런히 한 후에 결가부좌를 취한다. 사람마다 신체가 다 다르기 때문에 방석의 높이는 자신의 신체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신이 앉아 보아 양 무릎이 땅에 닿고 허리가 펴지며 지나치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자리를 정돈하고 앉을 때, 가장 이상적인 자세는 결가부좌(結跏趺坐)이다. 결가부좌는 두 발을 교차시킨 다음 다시 손으로 좌우의 발등을 두 넓적다리 위에 놓는 것이다. 결가부좌(結跏趺坐)는 보통 부처님의 좌법이라고 하며, 전가부좌(全跏趺坐).본가부좌(本跏趺坐)라고도 한다. 가(跏)는 발바닥, 부(趺)는 발등을 나타내며 인도에서는 이렇게 앉는 것을 원만안좌(圓滿安坐)의 모습이라고 여겼다. 부처님은 반드시 결가부좌하여 앉으시기 때문에 이 결가부좌를 불좌(佛坐) 또는 여래좌(如來坐)라고 하며, 이는 선정의 모습을 나타내는 좌상이다.
결가부좌는 다리를 엮는 순서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여기서는 “먼저 오른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놓는다”라고 되어 있지만,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에 수록된 ‘좌선의’에는 “먼저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놓는다”라고 하여 그 순서가 반대로 되어 있다. 전자는 항마좌(降魔坐)이고, 후자는 길상좌(吉祥坐)이다.
흔히 길상좌는 최상이며, 항마좌는 그 다음이 된다고 한다. 길상좌를 최상의 좌법으로 여기는 이유에 대해 <혜림음의(慧琳音義)>에서는 “여래께서 성도를 이루실 때, 몸은 길상좌를 하시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시어 악마를 항복시키는 인(印)을 하셨다. 만일 수행하는 사람이 항상 이 좌법을 익힐 수 있다면 백복으로 장엄한 상(相)을 다 갖추고 능히 모든 삼매와 상응할 것이므로 최승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길상좌는 성도의 좌상이라 하며 수행자 거의가 길상좌를 택하고, 항마좌는 성도 전의 좌법이라 하여 가끔 부득이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앉는 방법으로서는 길상좌가 전통적인 것이었는데 인도에서 전래한 이 좌법이 중국에 오면서 항마좌가 전통이 되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항마좌를 주로 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오른쪽은 청정하고 왼쪽은 부정하다고 생각하여 청정한 것으로 부정한 것을 누른다는 의미로 길상좌를 택하였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음양사상을 바탕으로 오른쪽은 양(陽)인 동시에 동상(動相)이며, 왼쪽은 음(陰)인 동시에 정상(靜相)이라고 하는 관습이 있다. 그러므로 고요하고 적정한 선정(禪定)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음(陰)이면서 고요 적정하다고 여기는 왼쪽발로 산란하고 동적인 오른쪽 발을 눌러 제압한다는 의미로 이와 같은 좌법을 가르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좌우로 바꿔서 앉을 것을 권한다. 한쪽으로만 반복해서 앉는 것은 체형(型)에 불균형을 초래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발의 위치를 바꿔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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