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법륜 스님 “자식을 사랑할 때와 놓아줄 때를 알아야”

마음정원(寂光) 2012. 5. 21. 13:35

법륜 스님 “자식을 사랑할 때와 놓아줄 때를 알아야”

ㆍ양육 지침서 ‘엄마수업’ 펴내

“3000배 하는 것보다 마음 한 번 바꾸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즉석에서 묻고, 즉석에서 답해주는 ‘즉문즉설(則問則說)’의 선구자인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58·사진)이 그동안 강연을 통해 자녀문제와 교육에 대한 질의응답을 모은 <엄마수업>(휴 펴냄)을 내놓았다. 자녀 문제로 괴로워하는 부모들을 위한 양육 지침서다. 지난해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즉문즉설을 모아 출간한 <스님의 주례사> 후속편인 셈이다.

지난달 말 한 구민회관에서 강연 중인 스님을 찾았다. ‘아마도 세상에서 속상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인물’로 꼽힌다는 스님의 강연장엔 발디딜 틈이 없었다.

법륜 스님은 “엄마들이 ‘아이도 안 낳아 본 스님이 마치 천년만년 자식을 키워본 엄마처럼 어쩌면 그렇게도 잘 아느냐’고 물으면 ‘안 해본 나도 이 정도는 아는데 해본 당신들은 왜 모르냐’고 답한다”고 말했다.

왜 힘들게 강연에 나섰는지 궁금했다. 스님은 “우리나라는 자식에 대한 교육열과 애착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만큼 부모 자식 간 갈등으로 인해 엄마들의 내상도 크다”면서 “자녀에 대한 애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자식들에게 끌려다니다 ‘필패’ 하는 엄마에게 부모와 자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님의 ‘자식 사랑법’은 무엇일까. 대답은 간명했다.

“자식이 어릴 때는 따뜻하게 품 안에 안아주는 게 사랑이고, 사춘기 때는 지켜봐 주는 게 사랑이고, 스무 살이 넘으면 냉정하게 정을 끊어 홀로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랑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 엄마들은 헌신적인 사랑은 있는데 지켜봐 주는 사랑과 냉정한 사랑이 없어서 자녀 교육에 대부분 실패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자식이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인데도 아들딸 문제로 고민하고, 심지어는 손녀손자 문제로 걱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누구 탓도 아니고 부모 본인이 어리석어서 스스로 무거운 짐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 때와 놓아 주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지혜가 필요하며, 이것이야말로 성년의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고 성장시키는 최고의 교육 방법이지요.”

스님은 책에서 자식 사랑의 단계를 출산에서 세 살,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 청소년의 사춘기, 20세 이상의 성년기 등 네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자녀의 심리적 특성이 다르므로 지혜롭게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스님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가지고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가 자신을 보지 않고 자녀의 문제만 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부모가 자신이 어떤 마음인가를 돌아보고 자신의 문제를 먼저 바로잡을 때 비로소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지난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롭고,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공동체인 정토회를 설립해,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 인권·평화·통일운동, 생태환경운동에 헌신해오고 있다. 그 공로로 2000년 만해상 포교상을, 2002년에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제3세계 구호활동에 헌신해 온 공로로 포스코 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했다.

법륜 스님의 요즘 화두는 ‘희망세상만들기’이다. 사람들에게 희망세상의 대안을 알려주려는 뜻이다. 생활 속의 작지만 행복한 이야기들을 들고 전국을 돌며 100회 연속 강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