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지난 7일 서울시장 후보등록을 마쳤다. 그는 “앞으로 서울시정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바꾸는 10년’이 될 것”이라며 “고단하고 지친 삶을 사는 서울시민들에게 달려가 친구가 되고 위로가 되는 첫 번째 시장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원순 후보로부터 서울시정 운영계획을 비롯해 전통사찰을 포함한 전통문화 보존 방안, 종교화합과 소통을 위한 방안, 불교와의 인연담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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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일 청계천에서 열린 ‘희망의 나눔 걷기대회’에 참석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신재호 기자 |
-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동기는.
= 십 수년 전부터 고위공직이라든지 정치에 입문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민사회를 지키면서 나름대로 사회 발전 변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 제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5년 전부터 국민들의 삶은 너무 팍팍해졌다.
현 정부는 국민들의 삶을 돌아보기는커녕 전시행정에 열을 올리고, 성과주의에만 빠져 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들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런 모습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제가 나서서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행복하다면 기꺼이 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 복지가 화두인 요즘 어떤 복지정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 기본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의 기존 정책 상당부분을 재검토 하거나 수정할 것이다. 무상급식은 주민투표에서 드러난 뜻을 따라 전면적 확대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고, 전시성 토건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해당 예산 상당부분을 서민들의 복지에 쓸 것이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싸매고 최선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보 공식 등록을 하고 나면 전반적인 정책과 함께 복지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종교인구 가운데 30% 이상이 불교신자로 조사됐다. 불교 관련 정책과 서울시내 조계사를 비롯해, 봉은사, 도선사 등 전통사찰을 보존하고 활용할 계획은.
= 저희 희망캠프 사무실이 안국동에 있는데 왔다 갔다 하다가 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는다. 조계사만 해도 외국 관광객들이 하루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계사를 비롯해 인사동거리, 경복궁을 연계해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또 도심 속에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큰 사찰이 있다는 건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우리 문화를 알리고 보존하는 방법을 많이 알려달라. 귀 기울여 듣겠다.
- 현 정부 들어 종교가 새로운 갈등요소로 부각되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높은데, 종교간 화합과 소통을 위한 방안은.
=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다른 것을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려는 자세의 문제이고, 마음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제가 지향하는 화합과 통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교간 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종교간 화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통합도 이뤄지기 어렵다.
종교간 화합과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많은 교류가 필요할 것 같다.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눠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종교인들의 공통 가치를 실현하는 이웃돕기 등 사회 공헌 사업을 서울시에서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 매년 부처님오신날마다 열리는 연등축제를 서울시를 대표하는 세계인의 축제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 이 분야는 제가 전문가다. 저는 세계의 많은 사례를 공부하고 한국의 많은 사례에 대해 희망제작소에서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외국에 보면 유명한 퍼레이드가 많다. 그 퍼레이드보다 훨씬 볼거리가 있는 게 연등축제다. 오색찬란한 빛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래서 해마다 많은 외국인들이 연등축제를 보고 감흥에 젖는다.
그런데 아직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로 한마음이 돼 축제를 즐기는 것은 같은 종교인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연등제가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아는데 서울시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
-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스님, 감명 깊게 읽은 불교서적, 좋아하는 경구 등 불교와의 인연이 있으시다면 소개해달라. 아울러 우리 사회가 배우고 전승해야 할 불교의 가르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 근래에는 <유마경>의 ‘중생이 아프니 보살이 아프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서민이 아프니 우리 모두가 아프다. 사람이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단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불교가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장의 일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과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 지금 경남 합천에는 팔만대장경 진본을 볼 수 있는 행사를 하고 있다. 팔만대장경이 어떤 것인가? 스님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 외침이 있을 때 불심으로 나라를 구한 그 증거가 아닌가? 나라를 어려울 때는 호국정신이 필요하고 사람이 어려울 때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살림살이가 어려워 힘들어하고, 서로의 이익만 챙기려 대립과 반목으로 서로 갈등하고 있다. 마음의 평화, 정신의 건강을 찾는 일, 결국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불교가 더 넓게 더 깊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넓혀 나가기를 바란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75년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학생운동으로 1년 만에 제적당했다. 단국대 사학과로 진학한 그는 1979년 학업을 마치고 이듬해인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를 지내다가 1년 만에 공직을 떠났다.
변호사 시절에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했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박노해 사건 등을 변론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 맡아 부패 정치인 낙천.낙선운동,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는 나눔과 기부문화 정착에도 일조했다. 2001년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하고, 2002년에는 아름다운가게를 열어 1% 기부운동과 나눔운동 대중화에 나섰다. 2006년에는 또 희망제작소를 설립해 지역사회 운동, 청년 벤처 운동, 소기업 지원 등 지역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수십년을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만해대상과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을, 2009년에는 불교인권상을 수상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 이후 부족한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박원순 펀드’를 모집, 52시간 만에 5778명이 동참해 38억 8500만원을 모금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지난 3일 민주당 박영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와 함께 치른 야권 단일화 후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불교신문 2758호/ 10월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