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한 마음 벗어나는 길
“화두 살아 움직이면 잡념 들어올 수 없어”
마음 들뜨면 사태 바른 판단 못해
초심자 정신 맑을 때 참선도 방법
가부좌를 틀고 앉자마자 의식 속으로 들어오는 온갖 잡념 때문에 곤란함을 겪는다.
이러저런 생각의 다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쉼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마음의 파편들이다. 그 파편들이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 떠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애써 물리치거나 피하려는 마음을 낼 필요는 없다.
물리치려는 마음을 내면 오히려 그 마음에 내가 잡힌다.
잡념이 떠오르건 사라지건 상관치 말고 내버려두라. 다만 화두에만 온 힘을 기울일 뿐이다.
잡념이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 경우이다.
하나는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산란하게 들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고요한 마음의 틈바구니를 통해서 들어오는 잡념이다.
후자는 화두를 들어가다 고요한 가운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생겨나지만 전자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소란스럽고 바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렇게 잡념으로 인해 화두가 들리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고 안정을 찾지 못하는 현상을
도거(掉擧)라고 한다.
마음이 들뜨는 현상은 비단 좌선할 때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중에도 우리 마음속으로 찾아온다. 흥분하여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안절부절 하는 상황이 그렇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마음을 빼앗겨 현실에 깨어 있지 못하는 모습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이 들떠 있으면 사태를 올바로 보지 못해 낭패를 보거나 주어진 일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하기 일쑤다.
따라서 간화선 수행자는 좌선 중에는 물론 좌선을 풀고 일상 생활을 할 때도 마음에 화두를 간직하여 산란한 마음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생활 속의 수행은 화두로 흥분된 마음, 들뜬 마음,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잠재우면서
일을 해 나갈 때 그 가치가 빛난다.
그 다음 두 번째로 참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혼침이다.
혼침이란 정신이 혼미하여 몽롱한 상태에 들어선 것을 말한다. 좌선 중에 졸거나 심하면 수면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선하고 있는 선방에서도 심한 경우,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피식 웃은 분도 많을 것이다. 흔히들 초심자들이 잡념으로부터 벗어나자마자 혼침에 빠져 들기 쉽다. 정신이 몽롱하여 고개를 끄덕이면서 졸거나 비몽사몽 중으로 빠지는 것이다.
사실 잠은 웬만큼 수행하는 스님들도 극복하기 힘들다. 천근 바위보다 더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다.
눈꺼풀이 내려 않을 때는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불가항력이다. 사실 사람은 일정 정도 수면을 취해 줘야 한다.
따라서 초심자의 경우, 충분히 잠을 자 두고 정신이 가장 맑은 새벽이나 아침에 참선을 하면 혼침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이 물밀 듯 몰려오는데 화두가 마음속으로 들어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는 량을 조절하여 적게 먹으면 그만큼 피로가 덜 쌓이니 가벼운 몸과 마음 상태에서 잠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 다음 잠을 극복하는 중요한 요소는 화두에 명료하게 깨어 있는 것이다.
화두가 간절하고 절실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면 잠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 이렇게 해서 좌선한 채 화두로 졸음과 잠을
극복하는 것이 숙달되면, 일상생활 속에서도 화두를 들고 졸음과 잠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화두가 마음에 명료하게 걸려 있다면, 밀밀하고 촘촘하게 화두가 살아 움직인다면 잡념은 물론 졸음과 잠도 들어올 여지가 없다.
선방에서 참선할 때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잠시 화두 드는 시간을 가져보라. 정신이 또렷또렷해지고 하는 일에
집중도 잘 될 것이다.
조계종 포교연구실
[불교신문 2317호/ 4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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