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스크랩] ‘지금, 여기서’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 도영 스님

마음정원(寂光) 2011. 5. 10. 21:51

‘지금, 여기서’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도영 스님

 

 


 

 

자기 자신을 밝히기 위한 넓고 큰 수행

 

수호청정계(守護淸淨戒) 청정하게 계를 지키고 수호하여

수행광대인(修行廣大人) 수행을 넓고 크게 하는 사람이 되라

정진불퇴전(精進不退轉) 정진을 하되 결코 물러서지 않으면

광명조세간(光明照世間) 온 세상을 빛나게 하리라.

 

물들지 않는 청정한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계행을 수행하는 것이요, 도를 다하는 삶입니다. 자식은 부모에게 또 부모는 자식에게 도리를 다하고, 한 점 부끄럼 없이 합장하고 부처님을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불보살을 속이지 않는 삶, 일체중생은 물론 축생까지 속이지 않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을 우리는 보살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보살의 삶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밝히기 위한 넓고 큰 수행을 우리는 함께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중국 선종의 삼대 조사이신 승찬 스님께서는 신심명이라는 경에서 “큰 도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至道無難].”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지어 옛 큰스님들은 도통하기가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더 쉽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도를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려고 하는 두 가지 마음, 즉 간택심 때문입니다[唯嫌揀擇].

 

도를 얻기 위해서는, 이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만 버리면 되는 것입니다[但莫憎愛]. 여기서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적당한 관계 속에서 마음을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마음도 결국에는 영원한 게 아니므로, 사랑을 하되 너무 집착하고 애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마음이 사방으로 통해 항상 밝은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洞然明白].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수행을 통해 나와 네가 함께 깨달음을 얻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핵심인 동체대비(同體大悲) 사상입니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감정을 느끼는 관계 속에서, 저 허공의 티끌 하나조차 내가 아닌 바가 없다는 불이(不二) 사상을 가지고 산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행복해지겠습니까.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라[上求菩提 下化衆生]’는 부처님의 말씀을 현대식으로 풀어보면, 능력을 가진 자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나눠주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 경제력, 상식 등을 나눔으로써 갈등이 아닌 화합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21세기 현대 사회에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간의 갈등, 노사 간의 갈등, 종교 간의 갈등 등 서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은,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 서로 인정하고 좋은 점을 받아들여줄 때 얼마든지 공생공존할 수 있는 삶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인과를 생각하면서 모두가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다면, 즐거움도 괴로움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면 낙관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늘 삶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남의 일에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사사건건 남 일에 간섭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남이 그릇된 행동을 하면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만을 할 뿐,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모두 놓아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마음이 바람에 떠가는 흰 구름처럼 자유자재가 되어 더 밝은 날의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족함을 알았을 때 항상 즐겁게 살 수 있다

 

‘인생고락종심기(人生苦樂從心起)’, 경봉 스님의 선시 구절 가운데 하나입니다. 즉 인생의 고통과 즐거움은 마음을 좇아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행복의 조건에 어떤 특정한 것이 있어서 그것을 갖춰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만하면 됐어’ 하는 생각을 가질 때야말로 진정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그것을 채우려고 하고, 끝내 채워지지 않으면 그 원인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 누군가를 원망하게 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십시오. ‘그래, 저 사람 정도면 괜찮아’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정작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아닌 것입니다. 또 최악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저럴 바에는 차라리 몸을 바꾸는 게 좋지 않겠어’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역시나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코 불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조금만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이러한 것들을 다 느낄 수가 있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모자란 것이 바로 물질이고 권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색상(色相)에 욕심을 부리면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불평과 불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마음을 바꾸어, 조금 부족하고 조금 모자랄지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이만하면 됐어’ 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능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지족상락(知足常樂)이라고 하여, 족함을 알았을 때 항상 즐겁게 살 수 있다고 했던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도록 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요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항상 저 높은 곳, 많이 가진 사람들만을 바라보며 살다보니 지치고 힘들어 그만 삶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큰 죄악으로 보아 계율로써 금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자기 목숨을 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살생입니다.

 

우리가 지은 업에 따라 고통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은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걸 못 견디고 쉽게 목숨을 버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단지 목숨을 버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은 명부(冥府)에서 부르지도 않았는데 자기 멋대로 목숨을 버렸기 때문에 지옥에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지나친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바른 안목으로 세상을 보면 만사가 모두 평등하게 보일 것입니다.

 

세상을 올바로 보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불교를 바로 배우고, 부처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열심히 수행함은 물론 복 짓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가를 유심히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여기서’라고 하는 것은 시간적·공간적 개념을 떠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립니다. 마찬가지로 “여기”라는 공간 역시 항상한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 매순간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삶을 아름답게 이끄는 지름길이라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진리를 깨닫고 탐·진·치 세 가지 마음을 보살의 원력과 자비심 그리고 지혜로 바꾸어 나간다면 하루하루가 날마다 좋은 날, 더 건강하고 복된 날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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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 스님: 1961년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0년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금산사 주지, 청소년불자연합 파라미타 중앙이사, 완주 송광사 주지,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장학재단 백산 대표이사 및 완주 송광사 회주 소임을 맡고 있다.

 

- 월간불광 -

출처 : 붓다의 향기 뜨락
글쓴이 : 心仁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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