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숲

위빠사나

마음정원(寂光) 2011. 4. 17. 22:13

 위빠사나

   인경스님의 명상수행 에세이(11)


위빠사나 -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빠사나(Vipassana)는 알려진 바처럼, 거리를 두고 대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해석은 vi가 '떨어지다', '거리 두다'와 같은 의미를 가진 접두어이고, passana는 '지켜보다', '바라보다'는 동사에서 비롯됩니다.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요.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해서 감정적인 투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엄마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를테면 엄마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그러면서 화가 난다고 하면, 이것은 나의 감정이 엄마라는 인물에 투사된 상태로서 엄마를 존재하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예를 들면 어떤 내담자가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한다는 생각에 불안해진다면, 이것 역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는 감정이나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불안은 바로 자신이고, 자신은 곧 그대로 불안입니다. 불안은 너무나 강력하여 나를 완전하게 압도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대상을 존재하는 그대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존재하는 그대로 바라보기. 이것은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 실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문화란 항상 특정한 가치에 물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평가를 받고, 또한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그것은 잘못한 거야.”, “그 사람은 나를 좋게 보지 않을 거야.”이런 생각들은 대상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이지,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회적인 거의 모든 우리의 활동은 가치에 물들어진 판단의 연속입니다. '그래, 나는 능력이 있어. 그러나 그만큼 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이런 판단의 배후에는 항상 대상에 대한 기대와 갈망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왜 저렇게 행동할까? 옷은 왜 저렇게 입고 다니지? 함께 사는 가까운 상대방일수록 기대가 커지면서, 주관적인 평가를 나도 모르게 하게 됩니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의 가치와 견해를 개입시켜서 상대방을 자신의 방식으로 통제하려 합니다.

 그래서 존재를 존재하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경쟁하고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어렵습니다. 서로를 비교하고 그 업적을 평가하고, 이제는 기업의 윤리가 모든 집단에 속속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우리의 도시적 삶은 메말라 가고 지쳐갑니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휴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에게 더욱 소중합니다. 주관적 평가로 가득 찬 인간사회를 떠나서 들판에 나갑니다.

 우리는 들판에 나가서 냇물에 세수하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때는 그들에 대한 평가가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수용하고 웃으면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노랑 들꽃을 발견하고는 그것이 왜 하얀색이 아니고 노랑색인지를 묻지 않고 그 자체로 바라봅니다. 어떤 언어적인 판단에도 걸리지 않고 그 자체로 즐거워합니다. 도달해야하는 목표도 없습니다. 옳고 그름의 강박적인 판단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다에서 햇살이 반짝이는 그대로, 우리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존재하는 그대로 바라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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