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생동안 무수히 많은 말을 하지만
그것은 곧 잊혀지고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살아버린 날들이 많아질수록
시간은 물처럼 무의미하게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어떤 한 순간은
마치 예전에 사진을 찍을 때 터뜨리던
마그네슘처럼
'펑'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가슴 속에
찍히고 인화되는 수가 있다.
그때의 그 시간은
언제나 같은 곳을 뱅뱅 도는 물매암이처럼
지나지 않고 그 시간을 거듭 살아가게 만든다.
누구에게나 그런 인생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나가지 않는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추억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추억이 많은 것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하얗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
참 쓸쓸할 것이다.
해가 바뀔 때면 우리 주위의 사물을
다시 한번 찬찬히 돌아다보고,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정답게 들여다보고,
또 앞으로 우리한테 일어날 일들을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겨 보고 싶다.
지금 한 순간은
또 언젠가 그리워할 추억이 될 테니까.
"김갑수, 삶이 괴로워서 음악을 듣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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