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요

생각 바라보기

마음정원(寂光) 2009. 11. 13. 03:29

생각 바라보기


     나이드신 그 분은 내게 말하였습니다.
     가을이 슬프고 힘들어지는 이유를
     지금까지 정든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세월이 흘러가고
     노랗게 변한 나뭇잎을 보면서
     손때 묻은 소중했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이제, 안녕!’이라고 말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스스로의 내면을 되돌아보면서
     차분하게 정들었던 방을 비워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어렵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소중한 작업입니다.

     그런데 오래되어 굳어진 관념, 생각들은
     물건처럼 비우고 싶다고 해서 금방 비워지지가 않군요.
     끊임없이 사유하고 미래를 계획하면서
     오랫동안 내 삶의 버팀목이었고, 굳어진 방식들입니다.
     이 가을엔 이것들과도 이별을 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에 비어진 것 같은데,
     문득 불현듯 다시 찾아와서 자기의 권리를 주장합니다.

     사유하는 일, 언어와 함께 해 온 이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입니다.
     아득한 석기시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십 만년을 내려온 생각의 흔적을 지운다 해서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계속하여 반복된 생각은 낙엽처럼
     마음의 가로등 아래로 줄줄이 떨어져 내립니다.

     그래서 그 동안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생각을 통제하여 지우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냥 그것들이 일어나면 곧 알아차리고,
     조용히 지나가도록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이 방법은 무엇보다도 자신과 싸우지 않아서 좋습니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낙엽처럼,
     그곳에 내 생각을 하나씩 적어서 보내도록 했습니다.  

     우선 몸에 달라붙은 계급장을,
     나이와 사회적인 신분을 떼어서 강물에 떠나보냈습니다.
     다음에는 앞만 보고 달려온 무엇인가에 쫓기는
     고놈의 강박관념을 낙엽에 적어서 보냅니다.

     멀리 강물을 따라서 계곡을 지나
     점차 사라지는 생각의 낙엽을 바라봅니다.
     강둑에 선 벌거벗은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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