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의 향기

[삶속의 종교, 종교속의 삶]- 금강선원총재 활안스님

마음정원(寂光) 2008. 1. 8. 12:11

[삶속의 종교, 종교속의 삶]금강선원총재 활안스님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4-03-10 19:25

스님은 40년 동안 120권의 불교서적을 집필했다. ‘활안(活眼)’이라는 법명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활안스님(66·속명 김기훈·사단법인 한국불교금강선원 총재)은 언제부터 책을 썼을까.

“1965년 경기도 가평에 한국불교통신교육원을 설립하면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대학원 과정의 불교관련 교과서를 수소문했지만 제작된 게 별로 없더군요. 목마른 사람이 샘물을 파다보니 제가 직접 교과서를 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42권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저술했지요. 부끄럽습니다.”

교육원은 40년 동안 국내외 선지식을 통신으로 전파하면서 6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전국에서 250여명의 학생이 강의를 듣고 있다. 스님은 10년 동안 가평에서 농사를 지으며 한국불교통신교육원을 운영했다.

95년 서울 청량리에 사단법인 한국불교 금강선원(www.kumgangnet.com)을 설립한 후에는 전국 소재 98개 금강선원 소속 사찰을 관리하고 있다. 5세부터 한문을 배운 스님은 불경을 쉽게 알려주고 싶어 불경 한글화작업에 치중했다. 스님의 베스트셀러 중 83년 출간한 ‘부처님의 생애와 교훈’은 내용확인을 위해 인도를 19번이나 다녀왔다. 30권짜리 ‘팔만대장경’은 12권으로 압축했다.

50쇄를 넘긴 ‘천수경의 세계’, 팔만대장경에 기록된 내용 중 설화만을 뽑아 구성한 ‘설화 대사전’, 3,200가지의 비유를 수록한 ‘비유의 세계’ 등은 스님들의 법문구성에 없어서는 안될 책들이다. 의심스러운 대목이 있으면 즉시 중국·티베트·몽골·미얀마 등 현지를 답사한 후 완성한 스님의 ‘작품’들이다. 68년 펴낸 ‘한국부적 신앙연구’도 스님의 히트상품이다. 75년부터는 불교관련 소설책도 썼다. 소설 ‘달마대사’는 인도와 중국을 두루 돌아본 후 착수했다.

“6년전 낙양에 위치한 달마대사 묘지를 발굴했고 달마대사가 152세때 들렀던 낙양 영영사를 찾은 건 큰 수확이지요.”

강의욕심도 만만치 않다. 월 100여회의 강의를 고집해오다 최근엔 월 30회로 줄였다. 새벽 3시부터 5시 예불때까지 2시간 정도 강의용 원고를 쓴다.


4남매 중 막내인 스님은 목포상고 2년 때까지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다.
“고 2때 학교문예반 반장이었던 저는 후배들과 순천농고에서 열리는 웅변대회에 참가하려고 목포역으로 갔어요. 역전에 ‘16국사를 배출한 송광사’라는 사찰 홍보판이 보이더군요. 그 간판은 지금도 있는데, 그걸 보고 무조건 송광사를 찾아갔지요. 대웅전 앞에서 주지스님이 기다리시더군요. ‘꿈에서 용이 섬진강을 타고 오는 꿈을 꾸었다’는 거예요.”

스님은 계속 이야기를 전했다.
“그곳에서 효봉스님과 학교선배인 법정스님을 뵈었습니다. 우리나라 초대판사였던 효봉스님이 누덕누덕 기운 양말을 신고 계셨는데, 그 모습을 보고 출가를 결심했죠.” 스님은 송광사에서 효봉스님에게 사미계를 받고 62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 동국대 이사장인 기산스님을 법사스님으로 모셨다. 큰스님들을 가까이에서 모신 덕분에 많은 책을 낼 수 있었는데, 그 책들은 매년 2,000~3,000명의 스님들이 구입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스님은 현재 원효종 종정 법흥스님의 생애과 교훈에 대해 집필 중이다. 몽골에서 역사적인 인물로 추앙받는 한국여성이야기도 집필할 계획이다. 책 이외의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저 부처님 발자취 따라 살다가면 되는 겁니다.”


〈유인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