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며 길을 걷다
앞만 보지 말고 옆을 보시라.
버스를 타더라도 맨 앞자리에 앉아서
앞만 보며 추월과 속도의 불안에 떨지 말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시라
기차가 아름다운 것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창 밖은 어디나 고향 같고
어둠이 내리면
지워지는 풍경 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들.
언제나 가파른 죽음은 바로 앞에 있고
평화로운 삶은 바로 옆에 있지요.
고통스러울지라도
우리를 밟고 가는 이에게 돌을 던지지는 말아야지요
누군가 등 뒤에서 꼭같이 뒤통수를 후려칠지도 모르니
앞서는 이에게 미혹되지도 말고
뒤에 오는 이를 무시하지도 말아야겠지요.
일로매진(一路邁進)의 길에는 자주 코피가 쏟아지고
휘휘 둘러보며 가는 길엔 들꽃들이 피어납니다
평화의 걸음걸이는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것.
오로지 앞만 보다가 화를 내고 싸움을 하고
오로지 앞만 보다가 마침내 전쟁이 터집니다.
더불어 손잡고 발밑의 개미 한 마리,
풀꽃 한 송이 살펴보며 가는 생명평화의 길.
한 사람의 천 걸음보다
더불어 손을 잡고 가는 모두의 한 걸음이 더 소중하니
앞만 보지 말고 바로 옆을 보시기 바랍니다
일상에 찌들고
삶에 지친 우리가 가끔
미소를 지을 때가 있습니다.
캄캄한 것 같은 우리의 생이
어느 날 갑자기
환하게 밝아질 때가 있습니다.
생이 힘겹고 고달프지만 않은 것은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는
세상의 향기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삭막하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눈을 닫고
마음을 닫아왔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출근길, 집을 나서는 아빠에게
손 흔드는 아가의 해맑은 얼굴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귀가 길에 지는 석양을
제대로 본 적이나 있습니까?
그 아름다운 세상의 향기가
진정 우리의 삶의 버팀목임을
새로운 눈길로,
새로운 마음으로 확인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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