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공민왕이 쓴 무량수전과 일승(一乘) 아미타불

마음정원(寂光) 2006. 1. 21. 15:25
  
 
공민왕의 글씨 ⓒ김대식


 

 

 

 

 

 

 

 

 

 

 

 

 

 

 

 

 

 

 

 

 

 

 

 

 유명한 절들의 안뜰에 으례 자리잡고 있기 마련인 탑이 부석사에는 없다.부석사에 탑이 없는 게 아니다. 탑은 무량수전이 내려다보이는 둔덕에 서 있다. 그런데 그 탑이 하나의 수수께끼다. 탑이 왜, 여기에, 서 있는가?
  
  그 탑이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혀진 바가 없다. 어떤 사람은 부석사가 창건되었을 때 같이 세워졌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아래쪽 범종루 앞의 쌍탑처럼, 그 탑도 부석사 인근의 절터에서 근래 옮겨온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따지고 들다 보면, 탑의 위치 뿐 아니라 탑의 존재 자체가 의문으로 화한다. 이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가 있다. ‘부석사 원응국사비문’ 중에, 의상이 스승 지엄의 말을 빌어 했다는 귀절이 바로 그것이다.
  
  “일승(一乘) 아미타불은 열반에 드는 일이 없으며 서방정토를 체(體)로 삼고 생멸상이 없다. …… 불타는 열반하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때도 없다. 그런 까닭에 보처불을 조성하지 않으며 탑도 세우지 않으니 이것이 일승의 깊은 뜻이다.”
  
  부석사에는 애시당초 탑이 없었던 것이다.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은, 주존인 아미타불 외에 보처불, 그러니까 협시보살을 조성하지 않은 것과 그리고 탑을 세우지 않은 것을 일승 아미타불이란 말로 설명하면서 그것이 ‘일승의 깊은 뜻’이라고 강조했다.
  
  해동화엄 초조(初祖)로 불리웠던 의상은 『화엄일승법계도』라는 짧은 글 속에 화엄사상을 다 담아냈다고 전한다. ‘일승’이란 화엄사상을 한 마디로 나타내는 말이다. 승(乘)은, 중생을 구제하여 태우는 큰 수레라는 뜻으로 성불에 이르는 방편이다. 일승은 소승불교에서 말하는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의 3승이 결국 대승불교의 일불승(一佛乘)에 귀일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일승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된 화엄 사상에, 서방 정토를 내세운 아미타 신앙이 어우러진 것이 ‘일승 아미타불’의 경지이다. 그것은, 화엄의 연화장 세계와 아미타의 서방 정토가 원융(圓融)되는 것, 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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