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마음의 밭에 복전의 씨앗을 심자

마음정원(寂光) 2006. 1. 3. 03:05



            마음의 밭에 복전福田의 씨앗을 심자


                                                           조 용 길 (동국대 교수)



   벌써 황금빛의 가을이다. 가을이야 말로 부처님 가르침대로라면, 어김없

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진리가 온누리에 메아리치는 계절이다. 춥고 혹독

한 겨우네를 지나고 봄의 설레임과 아픔과 화려한 꽃의 제전을 지나 저 여

름의 숨막히는 더위하며, 장마비며 태풍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아 있는 자

들을 위한 가을은 황금의 결실과 축복과 감사의 계절임에 틀림이 없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셔서 중생들에게 중생의 늪에서 벗어나게 하는 해

탈(Vimutti), 열반(Nirvana)의 길을 가르쳐 주셨으니, 그것은 진리인 법(

Dharma)에 대한 깨우침이고, 깨우친 그 법에 대한 실천이며 무량無量 자비

慈悲心이니 이것은 우리 개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불성품佛性品

을 내어 쓰도록 나누어 널리 베풀고, 과거 무량겁(無量劫Kalpa)으로 쌓아

온 잘못된 업성(Karma Castle 業城)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업(Karma)

과 윤회(輪廻Samsara)와 해탈(解脫Vimutti)과 열반(涅槃Nirvana) 그리

고 무아(無我Anatman)와 공(Sunya)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적인 요

소임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마다, 말하는 이마다, 책마다, 다 다르니 오해가

너무 크고 전법포교에 오히려 큰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니 난해한 것으로 치

부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절대신 종교인 힌두교 등은 천신에 제사지내고 공희물을 잘 바치고 그들

의 사제와 제사장에게 충성하면 그것이 곧 그들의 선업善業이요 좋은 윤회

요 해탈이요 열반의 길이라고 설파하고 있고, 이와 반대로 자이나교 등 6사

외도(外道이교도)등은 물질만능 요소만능, 고행만능으로 절대신은 없는

것이고 인생은 거저 단순히 왔다가 단순히 가는 것이지 거기에 무슨 전지전

능 신이 있고 진리가  있으며 인과가 있을 수 있고 진리가 있으며 인과가 있

을 수 있는 것인가?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

라 주장하였다. 한쪽은 이 세상에 전지전능한 신을 설정해 놓고 사제인 제

사장들이 그 신성을 빙자한 권력과 권한을 휘두르며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민중을 우롱한 것이고, 6사외도등은 이러한 꼴들이 원래의 진리가 아님을

알고 숲속에 명상하며 금욕주의와 명상을 통해 업인 육체로부터 해탈, 열반

을 체득한다는 논리이다. 이것은 전자는 상견常見이라는 픽션(Fiction 허구,

가상, 진실이 아닌)의 형이상학形而上學이고, 후자인 고행주의는 단견斷見

이라는 또 다른 형이상학形而上學에 얽매어 있는 경우이다.

   부처님 가르침은 이러한 영원히 변치 않고 구제해준다는 신의 영혼론을

그 약속을 허무맹랑한 형이상학(形而上學Fiction)적 원리주의라고 지적하

고 그러한 극단은 인간에게 근원적인 도움을 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인간

과 사회를 개선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라 하였고, 물질적 쾌락

이나 고행을 통한 금욕주의도 수고롭고 힘들고 심신만 괴롭히는 인간의 진

실된 측면을 구제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는 형이상학形而上學적 원리

주의라고 지적 비판하였던 것이다.


   불교의 업(Karma), 윤회(輪廻Samsara)는 자성청정自性淸淨의 본

바탕으로 돌아가는 참회懺悔와 기도와 인과因果와 응보應報의 세계임을 깨

닫는 길이고 가상이나 허상이나 원리주의나 단순한 철학이 아닌 실천의 가

르침이 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무아無我, 공의 실천을 통해 무주

無住相의 반야般若의 원력願力을 쌓아 가는 복전福田의 길을 부처님은

미혹한 중생들에게 가르쳐 주신 이것이 해탈이요 열반에의 길이다.


   이것들을 한꺼번에 한마디로 표현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 밭

에 씨를 잘 심어야 한다”는 말이다. “살리고 죽이는 것은 한 생각에 달렸으

니, 부디 자비심을 발하소서”하고 천수를 치고, 금강경을 독송하고 참회 정

진하며 고승대덕 스님네의 법문을 잘 듣고 경전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이승에서, 저승에서 쌓은 악연惡緣의 악업惡業은 소멸되고, 선연善緣의 선

善業은 증장되어 수명장수하고 모든 장애는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이

이치는 인과因果대로, 순리順理대로, 자연自然대로, 심, 의, 식을 잘

가꾸어 가는 길이다.


   세상은 동업同業속에 별업別業이 있다. 동업은 그 사회 그 공동체의 공통

의 업이며, 별업은 그 사회 그 공동체 속의 구성이 개인적으로 받게 되는 업

이다. 예를 들면 동업 때문에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별업 때문에 남자와 여

자의 구분이 있게 되고, 모든 사람이나 축생의 생, 노, 병, 사는 동업이요, 대

한민국 사람이 남북 분단 속에서 사는 것은 별업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만

국한시켜 보면, 남북분단 속에서 사는 것은 한국인의 동업이고, 그 중 이산

가족의 아픔을 많이 느끼고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은 별업 때문

이다. 같은 직장에 있는 것은 동업이지만 각기 개성이 다른 것과, 한 가정의

구성원은 동업이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니고 각기 다른 방향인 것은 별업

別業 때문이다. 동업은 바꾸기 어렵지만 별업은 얼마든지 바꾸어서 황금빛

들녘의 오곡백화 마냥 그 인과의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선인善因 낙과

落果요, 악인惡因 고과苦果다. 윤리倫理, 도덕道德의 인과다.


   어떤 홀어머니가 고생고생하며 남편 사별 후에 딸 셋과 아들 하나를 키우

고 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하나뿐인 아들을 정성 들여 대학까지 졸업시

킨 장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아들을 애지중지 키운 그 어머니는 아들이 장

가 간 후부터 며느리의 치마폭에 빠져 어머니는 안중에도 없고 아들내외가

밤늦도록 소곤거리고 잘 지내는 밤이면 가슴에 한이 맺히기 시작 하였다.

신세가 말이 아닌 자신의 비참함에 밤새 뜬눈을 밝히기가 일쑤다. 서럽고

원통한 마음이 이제는 아들을 빼앗아간 며느리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날로

더해갔다. 앉으나 서나 밉고 밥먹는 모습도 밉고 웃고 공손히 하는 것도 증

오감이다. 미우니 잔소리가 늘고 잔소리가 늘다보니 퇴근해온 아들 두 내외

까지 못살게 구니 결국 며느리는 친정으로 가버렸다. 그 어머니는 두 번째

며느리도 똑같은 방법으로 내쫓았고 세 번째로 며느리가 들어와 잘하려고

버티자 어느 힘센 난봉꾼에게 돈을 주고 며느리를 강간하게 한 후 동네에

소문을 퍼뜨려 내쫓아 버렸다. 결국 성질 나쁘고 질 나쁜 이 시어머니의 소

문은 인근 지방에 자자하게 퍼져 이 아들에게 시집 올 사람이 없게 되었다.

이 아들 자체가 결혼할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 시어머니는

또 새 며느리를 구하려 했으니 손주도 얻고, 집안일 부려먹을 심산이다. 그

리하여 먼 강원도 순박한 며느리를 네 번째로 맞이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새 며느리가 불쌍하여 넌지시 귀띔하여 주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며느리 이야기까지도 다 들은 새 며느리는 단단한 각오를

하였다. “어디 한 번 해보자, 내가 시어머니를 쫓아내는 일은 있어도 내가

쫓겨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 며느리의 한을 풀어 주리라” 한 것이

다.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시어머니의 증오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네 번째 며느리는 어떠한 구박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 시어머니의

증오심을 더욱더 부채질하게 되어 세 번째 며느리에게 하였던 수법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 사실을 안 며느리는 돈을 넉넉히 준비해 두었다가 강간하려

는 사내를 설득하여 그로 하여금 시어머니를 강간케 하였다. 놀란 시어머니

가 소리를 지르자 며느리가 달려 나와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불이야! 큰

일 났어요 하고 크게 소리 지르니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몽둥이로 쳐 그 사

내는 겨우 도망쳤지만, 시어머니는 더 이상 그 마을에 머물 수가 없게 되었

다. 큰딸 집으로 갔지만 반성과 참회는 커녕 독설과 저주로 일삼았다. “이

년 놈들! 불에 다 타 죽어라.” 결국 격심한 증오심은 화병火病을 일으켜 뇌

출혈로 수족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딸이 똥, 오줌을 받아내게

되다시피 되었다. 욕구불만이 거식증을 일으켜 음식을 훔쳐먹기 시작하였

다. 큰딸이 진저리가 나고 외손자, 외손녀의 불평으로 두 여동생에게 한 달

씩 교대로 맡을 것을 제안했지만 서로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떠다맡기

게 되었다. 1년이 거의 될 무렵 세 딸이 모두 손을 들었고 아들에게 맡기려

했는데 며느리가 반대다. 그 아들이 통사정하였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인

데 다른 시중은 그만 두고라도 물하고 밥만 조금 주구려” 하는 애원이다. 그

뒤 시어머니는 하루에 미음 죽 한 그릇과 요강단지와 물 한 그릇에 방문은

잠궈 버리게 되었다. 배고픈 어머니의 밥 달라는 애절함은 허공에 메아리치

다가 한 달 여만에 굶어 죽은 이 시어머니의 비참함은 진정한 사랑의 정이

무엇이고, 무한자비의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의 대원력을 잃어버린 안타

까운 사연이다.


   이보다 더한 사연이 있는 곳이 중생의 늪이 아닌가? 이 인과의 업은 늪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 넘치고 또 넘치고 있다. 대낮에 횃불을 들고 왜

이렇게 깜깜한가! 왜 이렇게 깜깜한가! 무명無明의 늪이 이렇게 어두움을

지적한 내용도 된다.

   마음씨(心地)가 곱고 마음씨가 사나움은 한 생각 찰나적인 한 생각에 달

려 있다. 무엇을 믿고 안 믿고가 아니고 어떤 마음땅에 어떤 씨를 즉 어떠한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상불경常不輕보살 이야기와

같이 항상 겸손하고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모든 것이 다 당신 덕분이요

하는 자 만이 이 세상의 으뜸가는 사람이다.


   부처님 당시 죽림정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모두가 빔비사라왕의 공양초

청으로 왕궁으로 떠난 이곳에는 오직 부처님과 병든 비구 한 명만이 있었

다. 부처님은 왕궁 초대에 안가시고 병든 비구를 손수 돌보신 것이다. 오랫

동안 병든 비구라 어느 누구도 돌보지 않게 된 것을 아시고 움막을 정리하

고 똥, 오줌 짚을 걷어 내고 마른 짚을 듬뿍 깔아주며 따뜻한 물로 몸을 닦아

주고 새 옷을 입혀주자 그 병든 비구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 부처님은 그대는 병석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를 묻게 된다.

그는 말하기를 “부처님이시여 저의 생각이 잘못된 줄 알지만 다른 비구들에

대한 미움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아픈 나에게 죽 한 그릇도 제대

로 주지 않고 저희들끼리 희희덕대고 즐겁게 사는 그들은 수행승이 아니라

짐승보다 못한 인간으로 여겨지는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너

에게 묻겠노라. 그대는 몸이 건강했을 때 병든 사람의 대소변을 받아내거나

죽을 끓여 준 일이 있느냐?” 병든 비구는 당황해 하면서 “세존이시여, 그러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병든이에게 약을 달여 주거나, 몸을 닦아 주

거나 한 번이라도 너의 몸이 아픈 것처럼 걱정을 해 준 적이 있느냐?” “없었

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대는 다른 비구들이 보살펴 주지 않는다고 원망을

하느냐? 씨앗을 뿌리지 않았으면 열매를 얻을 수 없는 법!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이 다하면 멸(, 사라지는 것)하느니라. 남을 괴롭히

면 나 또한 괴로움을 당하게 법. 남의 재물에 손해를 입히면 나의 재물을 잃

게 될 날이 오며, 남을 매질하는 자는 내가 매질을 당할 때가 오느니라. 그리

고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자는 제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날을 맞이하게 되

느니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 밭에 씨를 잘 심

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하느니라.”


   이때 대중들이 공양을 마치고 죽림정사로 돌아오자 부처님께서는 여덟

가지 복 받는 일 팔복전八福田을 일러주시고 간병 공덕에 대해 가르침을 내

리게 되었다.

   공경하고 공양하며 자비로 보시하고, 한량없는 복이 생기게 하는 8종의

밭(田)이란 ①부처님과 ②성인과 ③스님네에 즉 삼보三寶를 받드는 경전

과 ④화상 ⑤아사리 ⑥아버지 ⑦어머님을 존경하는 은전恩田의 밭이며

⑧병든이를 돌보는 비전悲田의 여덟 밭이니라 하시고, 아난존자의 청에 따

라 병든 비구의 전생인연을 설하게 된다.


   옛날에 마음씨 고약한 포악 왕이 음심까지 깊어 마음에 드는 여인이면 처

녀, 유부녀, 신하의 부인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취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멀리

귀양 보내고 채찍으로 때렸었다. 이 악행 왕은 어느날 어질고 아름다운 유

부녀에게 반하여 신하로 하여금 왕궁으로 데려 오게 하였으니 그녀는 단호

하게 거부하였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내 남편 이외의 사람과는 함께 잘 수

없다.’ 는 것이다. 남편도 매를 흠씬 맞고 죽을 지경이나 ‘절대로 아내를 보

낼 수 없소. 나를 잡아가시오.’ “잡혀간 남편은 악행왕의 부하중 채찍질을

잘하기로 소문난 장사 앞에 끌려갔는데 한 번 맞으면 죽지 않는 자가 없었

다. 이 때 그 남편이 그 장사에게 간곡하게 이야기하여 죽음은 면하게 되었

는데 그 장사는 지금의 병든 비구고 살려달라고 청한 사람이 바로 나 부처

이니라. 그 후 장사는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고, 그 고통이 끝

난 연후에 6백생 동안 소와 말이 되어 자신이 채찍을 휘둘렀던 사람들의 집

을 돌며 매값을 되돌려 받았으며 그 빚을 다 갚고 나서야 사람으로 태어났

지만 이렇게 아무도 돌보지 않는 병든 몸으로 살아가고 있느니라. 그리고

그 때 내가 살려주면 공을 꼭 갚겠다고 하였으므로, 오늘날 이렇게 비구가

되어 나의 간병을 받게 된 것이니라.”


   이 법문을 들은 병든 비구는 자신의 전생 죄업을 깊이 참회하여 동료 비구

들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으며, 병중에서도 부지런히 기도 정진

하여 마침내 대도大道를 성취하고 모든 업장을 소멸하여 윤회의 해탈과 열

반을 증득하였다 한다.


   부처님의 인과법은 마음 밭에 씨를 잘 심는 자에게 복덕福德이 있음을 여

실히 증명해 주시는 진리의 길이요 생명 살리는 현생 열반의 길이며 황금의

들녘이다.

   이 황금 들녘은 가꾸는 자만이 수확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은 바로 무소유無所有의 소유所有이다.


   나무관세음보살마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