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숲

순간의 여행자

마음정원(寂光) 2017. 8. 19. 11:37


 

'순간의 여행자',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체가 아닐까?

 

여행자는 난생 처음보는 여행지를

낯설고도 생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새로운 것을 보기에 그 첫 번째 바라봄은

늘 진하고 짠하고 온전하며 생생하다.

 

여행자는 언제나 눈앞에 보이는 것을

생생하게 온전히 바라본다.

그것이 여행자가 여행자인 이유다.

 

우리 존재야말로 이 생으로 여행을 온 여행자가 아닐까?

'지금 여기'라는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새로운 현재를

생생하고 짠하게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닐까.

 

지금 여기라는 '순간의 여행자'로써

매 순간 펼쳐지는 삶을 온전히 체험해 보라.

 

보러 온 자가 '볼 것'을 안 보고 간다면

여행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된다.

 

만약 당신이 지리산 해돋이를 보러 가서

막상 해가 떠오를 때 그 장엄한 일출을 보지 않고 되돌아 온다면,

혹은 그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 다른 생각이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전혀 의미가 없지 않은가.

 

누구나 해돋이를 보러 가서는

온전하게 생생하게 진하게 바라보게 마련이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온 시선을 집중하고 온 존재를 귀 기울여

마치 그것과 하나되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그게 이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라는 여행도 이와 같다.

우리는 매 순간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며

충분히 누리고 만끽하기 위해

잠시 이 세상에 내려 온 '순간의 여행자'다.

 

그런데 그 여행자의 역할을 잊어버린채

우리 앞에 주어진,

장엄하게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과도 같은,

매 순간이라는 장엄하고도 찬란한 현재를

매 순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것은 삶이라는

여행의 목적 자체를

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여행이라면

왜 인신난득(人身難得)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인간의 몸을 받아 지구별로 여행을 왔어야 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순간'의 여행자일까?

'지금 여기'라는 현재를

매 순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나도 쉽고 당연하다.

 

우리에게 있어

유일하게 분명한 실재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재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몸인가? 생각인가? 영혼인가?

지위나 명예인가? 이름인가?

 

깊이 사유해 본다면

그 어떤 것도 실재가 아니다.

진실이 아니다.

 

몸도 내가 아니며,

생각도, 감정도, 이름도, 영혼도 내가 아니다.

그런 것에서는 어떤 진실도 찾을 수가 없다.

다 만들어진 이름이며 모양일 뿐!

불교에서는 그런 것들을 명색(名色)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명색은 실체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진실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전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매 순간의 체험일 뿐이다!

 

당신은 매 순간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매 순간을 체험하고 있다.

 

이것만이 반박할 수 없는

유일한 진실이 아닐까?

 

그것은 맹목적으로 믿으라고 할 필요도 없이,

의심할 것도 없이

그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무엇이 진실인지를,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매 순간이라는 현재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분명한 진실이 아닌가?

당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의 현재를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식이 아닐까?

 

자기 자신의

매 순간의 현실을

충분히 경험하고 만끽하고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

 

과거의 경험을 투영하여

현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여행자가 되어

매 순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현재를

어린 아이와도 같은 낯선 시선으로,

난생 처음 보는 것과 같은 생경함으로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실천이 아닌가.

 

이러한 '순간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만

우리는 이 꿈과도 같은 세상 너머의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다.

이 표면적인 세상 너머에,

나라는 존재 너머에,

지금 이 순간 너머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이 곳 지구별에 온 이유를 잊지 말라.

당신은 매 순간을 체험하기 위해

잠시 지구별을 방문한 '순간의 여행자'다!

 

이 몸은 겉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성격도, 이름도, 직업도, 외모도,

그 어떤 것도 내가 아니다.

 

'나'라고 생각되어지는

그 모든 것을 모조리 의심해 보라.

그것은 내가 아니다.

 

우린 그저

매 순간이라는 생생하고도

의심할 수 없는 현재를

온전히 체험하고 관찰하는

'순간의 여행자'일 뿐이다.

 

순간의 여행자인 당신이

이 생에서 할 일은

오직 하나,

매 순간을 온전히 바라보고

낯설게 구경하고

주의깊게 살펴보며

100% 경험해 보는 것이다.

 

지금 놓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여행지를 돌아보듯

매 순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지를

놓치지 말고 지켜보라.

 

언제나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구경하는

'순간의 여행자'가 되라.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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