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여행자',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정체가 아닐까?
여행자는 난생 처음보는 여행지를
낯설고도 생경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새로운 것을 보기에 그 첫 번째 바라봄은
늘 진하고 짠하고 온전하며 생생하다.
여행자는 언제나 눈앞에 보이는 것을
생생하게 온전히 바라본다.
그것이 여행자가 여행자인 이유다.
우리 존재야말로 이 생으로 여행을 온 여행자가 아닐까?
'지금 여기'라는
똑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새로운 현재를
생생하고 짠하게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닐까.
지금 여기라는 '순간의 여행자'로써
매 순간 펼쳐지는 삶을 온전히 체험해 보라.
보러 온 자가 '볼 것'을 안 보고 간다면
여행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된다.
만약 당신이 지리산 해돋이를 보러 가서
막상 해가 떠오를 때 그 장엄한 일출을 보지 않고 되돌아 온다면,
혹은 그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 다른 생각이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전혀 의미가 없지 않은가.
누구나 해돋이를 보러 가서는
온전하게 생생하게 진하게 바라보게 마련이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에는
온 시선을 집중하고 온 존재를 귀 기울여
마치 그것과 하나되듯이 바라보는 것이다.
그게 이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라는 여행도 이와 같다.
우리는 매 순간의 삶을 경험하고 체험하며
충분히 누리고 만끽하기 위해
잠시 이 세상에 내려 온 '순간의 여행자'다.
그런데 그 여행자의 역할을 잊어버린채
우리 앞에 주어진,
장엄하게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과도 같은,
매 순간이라는 장엄하고도 찬란한 현재를
매 순간 놓치며 살고 있지는 않았는가?
그것은 삶이라는
여행의 목적 자체를
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여행이라면
왜 인신난득(人身難得)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인간의 몸을 받아 지구별로 여행을 왔어야 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순간'의 여행자일까?
'지금 여기'라는 현재를
매 순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너무나도 쉽고 당연하다.
우리에게 있어
유일하게 분명한 실재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재의 체험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몸인가? 생각인가? 영혼인가?
지위나 명예인가? 이름인가?
깊이 사유해 본다면
그 어떤 것도 실재가 아니다.
진실이 아니다.
몸도 내가 아니며,
생각도, 감정도, 이름도, 영혼도 내가 아니다.
그런 것에서는 어떤 진실도 찾을 수가 없다.
다 만들어진 이름이며 모양일 뿐!
불교에서는 그런 것들을 명색(名色)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명색은 실체가 없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진실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전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매 순간의 체험일 뿐이다!
당신은 매 순간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매 순간을 체험하고 있다.
이것만이 반박할 수 없는
유일한 진실이 아닐까?
그것은 맹목적으로 믿으라고 할 필요도 없이,
의심할 것도 없이
그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당신이 무엇이 진실인지를,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매 순간이라는 현재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분명한 진실이 아닌가?
당신에게 주어진 매 순간의 현재를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식이 아닐까?
자기 자신의
매 순간의 현실을
충분히 경험하고 만끽하고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
과거의 경험을 투영하여
현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여행자가 되어
매 순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현재를
어린 아이와도 같은 낯선 시선으로,
난생 처음 보는 것과 같은 생경함으로
관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실천이 아닌가.
이러한 '순간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만
우리는 이 꿈과도 같은 세상 너머의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다.
이 표면적인 세상 너머에,
나라는 존재 너머에,
지금 이 순간 너머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이 곳 지구별에 온 이유를 잊지 말라.
당신은 매 순간을 체험하기 위해
잠시 지구별을 방문한 '순간의 여행자'다!
이 몸은 겉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성격도, 이름도, 직업도, 외모도,
그 어떤 것도 내가 아니다.
'나'라고 생각되어지는
그 모든 것을 모조리 의심해 보라.
그것은 내가 아니다.
우린 그저
매 순간이라는 생생하고도
의심할 수 없는 현재를
온전히 체험하고 관찰하는
'순간의 여행자'일 뿐이다.
순간의 여행자인 당신이
이 생에서 할 일은
오직 하나,
매 순간을 온전히 바라보고
낯설게 구경하고
주의깊게 살펴보며
100% 경험해 보는 것이다.
지금 놓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여행지를 돌아보듯
매 순간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지를
놓치지 말고 지켜보라.
언제나
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구경하는
'순간의 여행자'가 되라.
- 법상스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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