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사랑과 결혼

마음정원(寂光) 2012. 9. 2. 08:33

 

 

결혼을 위해서는 충분히 성숙해야 한다.

여기서 '성숙'이란 더 이상 로맨틱한 어리석음에 빠져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인 삶을 이해하고, 그 삶에 따르는 책임을 인색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자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도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은

결혼생활이 온통 장미빛 천국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는 터무니없는 기대를 갖지 않는다. 그 삶이 거칠다는 것을 안다.

실제로 삶은 거칠다.

장미처럼 아름다운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가시들 사이에 듬성듬성 꽃이 피어있을 뿐이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홀로 지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설 때,

이런 모든 문제점을 알면서도 결단을 내렸을 때 비로소 결혼을 하라.

이런 결단에 따른 결혼은 결코 사랑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에 의해 파괴되는 것은 로맨틱한 사랑이다.

그런 사랑은 아이스크림과 같다. 간혹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는 있지만 아이스크림만 먹고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삶은 더 실제적이고 산문적이어야 한다.

 

결혼 자체는 아무 것도 파괴하지 않는다.

결혼은 다만 그대 안에 감춰진 것을 밖으로 드러낼 뿐이다.

만일 그대 안에 사랑이 숨겨져 있다면 결혼은 그 사랑을 드러내준다.

그러나 그대의 사랑이 위선이고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그 사랑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나는 결혼에 의해 사랑이 파괴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이 파괴되는 것은 '사랑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사랑이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랑이 파괴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대는 꿈속에서 살아왔으며, 현실이 그 꿈을 파괴한다.

 

아무 것도 사랑을 파괴하지 못한다. 만일 사랑이 존재한다면 그 사랑은 영원히 성장한다.

그러나 내 느낌에 따르면, 애초부터 사랑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오해했다.

그대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랑이 아닌 다른 무엇이었다.

그것은 섹스이거나 성적인 호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 것들은 파괴될 수 밖에 없다.

 

일단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성적인 호감은 사라진다.

성적인 호감은 아직 그대가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여자나 남자나 육체를 알고 나면 성적인 호감은 사라진다.

그대의 사랑이 성적인 호감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사랑이 아닌 다른 것들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

그대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이라면 내가 말하는 '진실한 사랑'은 무슨 뜻인가?

상대방의 현존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희열을 느끼는 것,

상대방의 존재 자체가 그대의 가슴 깊은 곳을 무엇인가로 가득 채워주는 것,

무엇인가 그대의 가슴 속에서 노래부르기 시작하고

그대를 깊은 조화로움에 빠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진실한 사랑이다.

 

상대방의 현존 자체가 그대를 더 안정되고 통합된 존재로 만든다.

그대의 개체성이 더 확고해지고 중심이 굳건해진다.

이것이 진실한 사랑이다.

 

사랑은 열정(passion)이나 감정(emotion)이 아니다.

사랑은 어떤 사람이 그대를 완성시켜준다는 데 대한 깊은 이해이다.

상대방의 현존이 그대의 현존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사랑은 그대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사랑은 소유욕이 아니다.

그러니 주의깊게 관찰하라. 섹스를 사랑으로 착각하지 말라. 깨어있으라.

어떤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그의 현존을 느낄 때 순수한 현존만 있으면 된다.

그밖에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가 그대를 행복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대 안에서 무엇인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수많은 연꽃이 피어난다.

이때 그대는 사랑 안에 존재한다.

 

 

- 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