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9년간 성폭행… 생존과 치유의 에세이

마음정원(寂光) 2012. 8. 23. 23:03

⊙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은수연/이매진

9년 동안 아빠의 성폭력을 견디다 마침내 탈출할 때까지의 고통. 신간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의 지은이는 이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겪은 친아버지의 성폭력과 폭언·폭행, 초경통과 함께 겪어낸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 탈출했다 잡혀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지은이를 외면한 주변 사람들. 지은이는 집을 나온 1994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먹고, 자고, 공부하고, 일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공부도 했다. 그래서 서울에 많고 많은 혼자 사는 30대 여성 중 하나로 산다.

그는 가해자들이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자신이 글로 남기기로 했단다.

때로는 마음껏 욕하고, 때로는 수치심이나 버거움을 참지 못하면서도 그 안에서 꿋꿋이 살아온 삶을 더하거나 보태는 것 없이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세 가지 지혜를 건넨다.

상처 내놓기, 분노 표출하기, 자기 치유투자하기. 오랜 세월 치유의 길을 걸어온 그의 조언은 성폭력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성폭력의 '생존자'로서 지은이가 지닌 생명력과 힘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함께 아픔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말한다.

생존자들마다 각자 걸어야 할 치유의 거리와 속도가 있다고. 전자 발찌나 화학적 거세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의 앞에 놓인 긴 여정을 걸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온 순간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그만큼 큰 울림을 전한다.

특별한 한 개인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 커다란 과제를 우리 앞에 던지며 이제 우리가 생존자들에게 빛이 될 차례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