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정토마을 능행스님의 봄 편지

마음정원(寂光) 2012. 8. 15. 18:28

몹시도 춥고 눈이 많이 왔던 겨울의 끝자락 같은데 벌써 꽃들이 만개합니다. 시절은 변함없이 여여한데 어쩜 그리도 빠르게 느껴지는지...

사람의 한생이 불확실하고 꿈처럼 짧아 그저 울고 웃다보면 늙거나 병들어 무상바람을 따라가는 벚꽃잎 같은 인생이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밝히는 연등처럼 인생길에서 자신의 빛을 밝힐 수만 있다면 설사 꿈같은 인생이라도 분명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리라 생각해봅니다.

내 마음이 한 송이 연꽃이라면 그 마음 가운데에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받치어 어두운 이 세상 밝히는 지지 않는 연등이소서. 험난한 인생 파고에도 가라않지 않는 연등이 되어 흩어지는 꽃잎, 일엽편주를 타고 강을 지나 바다에 가 닿기를 ...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토를 일구는 님!

풍요로운 삶과 평화로운 죽음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자제병원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지요? 연꽃 닮은 마음 담아 연등 공양 하려는 이 마음... 자비를 심지로 삼고 헌신을 기름 삼아 내 자신의 열정과 서원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며 萬願을 이루소서!

한 잎 한 잎 연꽃잎 말아 붙인 연등 불 밝힐 때 무명이 밝아지기를 ...

2055년전 룸비니 동산에 찬란한 광명의 빛을 밝히며 싯다르타 태자 부처님이 탄생하심을 기뻐하나이다.

부처님! 당신께서 오신 이 날 세상은 어찌 이리 아름답고 풍요로운지요. 당신의 자비 안에 일체 분리심을 떠나 우리는 하나가 됩니다. 당신께서 오신 날, 지구라는 둥그런 연못 위에 한 송이 연꽃으로 피고 싶은 사람들이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염원하며 연꽃등에 불을 밝힙니다.

 

희망의 불! 용서의 불! 평화의 불! 자비의 불! 밝음의 불! 나눔의 불!

모든 존재들 가슴에 밝게 빛나기를 바라는 따뜻하고 진실한 염원을 담아서 불을 밝힙니다.

그 불빛들이 모여 지구가 환하게 밝아지니 우리의 삶에서 행복이 피어나고, 가슴은 따듯하고 평화로워집니다.

삶이 때로는 고단하고 힘겹지만 마음을 다해 삶을 살아내는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서원합니다.

부처님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부처님 닮은 행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부처님처럼 밝게 깨어서 살고 싶다고 ...

청정한 마음 담아 연등 밝히고 향 피워 올리며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맑은 음성으로 고이 담아 합장하고 절합니다.

허공처럼 광활하고 바다처럼 깊은 당신의 자비와 지혜를 향해 지심으로 절합니다.

 

초파일 연등에 불을 밝힐 때면 구녀산 골짜기 뜰에는 산 벚이 피어 만개하고, 부는 바람에 꽃잎이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아 향기를 전하는 정토마을을 이곳 언양 땅에서 그리워 해봅니다. 언양에서, 정토에서, 부처님 오신 날 연등 밝힐 연꽃닢을 만들며, 언양 자제병원 건립부지 앞마당에서 2011년 529일 일요일 오전 11시에 봉행되는 ‘자제병원’ 기공식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4월에 기공식을 준비하였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부득이 일정을 변경하게 되어 송구한 마음 전하며, 아들딸 장가시집 안가시면 모두다 꼭 다녀가시기를 청합니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여러분의 작은 동참과 실천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병원을 지어 가난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이 머지 않았죠? 아마도 그때가 되면 청원군 정토마을에는 야생 산벛꽃이 온산을 덮고 있을꺼에요. 멀지않은 곳에 살고 계신 분들은 벛꽃구경 오시어요.

언양 자제병원 건립부지는 인적더문 산사가 되어 고요하고 한가롭기가 그지없습니다. 간월산 푸른잎들과 함께 스님들께서 조용히 차를 준비하며 여러분들을 기다릴께요.

그럼 아름다운 오월 부처님 오신 날 함께 기뻐하며 기공식 준비 우리 함께 해봐요.

좋은 날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정토마을 언양 자제병원 건립부지 에서...

능행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