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스크랩] 자비의 전화 상담봉사 < 흐르는 물과 같이 >

마음정원(寂光) 2011. 11. 24. 23:22

 

자원봉사 체험수기


자비의 전화 상담봉사



<흐르는 물과 같이>




  “따르릉... 네, 자비의 전화입니다.”

 자비의 전화에 걸려오는 내담자들의 목마름의 하소연을 들어 준지 올해로 15년째입니다.

처음, 자신감이 서질 않아 ‘교육만이라도 받아야지’ 하며 카운슬러교육 수료 후 시작한 것이 어언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습니다.

 여러 계층, 각양각층의 삶을 살면서 힙겹고 무거운 마음을 어디에 하소연할 길 없어 전화해오는 내담자들의 말(마음)을 잘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아픔을 같이 나누고 힘겨운 짐 같이 나눈다지만 결국은 나의 성장이었습니다. 그들의 처지를 나에게 비추어 볼 때 나는 행복하니까요.

 나 자신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힘든일 겪어 오면서 내담자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전혀 신문에도, 방송에도, 듣거나 보지도 못하던 일들을 내담자들을 통해서 알게 되면서, 나의 힘겨움은 내 마음의 무게였지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처음 시작하던 날 첫 내담자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염주를 굴리며 관세음 보살님을 염하면서 전화 벨소리를 기다리는데 처음 벨소리는 어찌 그리 크던지, 명문대에 입학한 남학생인데 중3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새어머니와 함께 살지만 좋은 대학에 무난히 입학하고 나니 어머니가 그리워서 못견디겠다는 그 학생의 얘길 듣고 밤잠 설치며 가슴 아팠던 그때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초보 상담원일 때 이혼한 어느 내담자가 아들이 보고 싶어 마음 못 잡고 초췌한 모습으로 상담실을 찾았을 때 가슴 아파하며 상담원 수칙에 어긋나는 줄도 모르고 그를 위로하며 찾아 다녔던 일, 야간 상담일 때 전화해 온 내담자는, 자기는 이 사회에 독초같은 일을 조직에 가담하여 한다면서 괴로워서 전화하였습니다. 또한 내담자는 자기가 삶을 잘못 살아서 죄값을 받노라며 진정으로 참회하며 울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의 말을 들으며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적도 있지요. 항상 죽을 준비를 하면서 약을 지니고 다닌다는 그는 지금 어찌 되었을까?

 이, 괴로움에 힘겨워하는 그들을 주체할 수 없어 처음 2년여 동안은 많이 힘들고 갈등도 많았지요.

 이전에 하던 봉사 즉, 고아원, 양로원, 교도소 등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도반들과 함께 스님 모시고 법문 들려주고 필요한 물품 전하고 오면 됐으나, 전화상담은 어려운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 마음 약한 저는 많이 힘들었죠. 그때 자신에게 다짐을 하였지요.

 ‘여기서 중도 탈락하면 안된다. 힘든일 피해가면 되겠는가. 더 힘든 내담자들이 아우성(벨소리가 그렇게 들렸죠) 치고 있지 않는가?’

 흔들리는 몸과 마음을 다잡고

 ‘최저 한달에 두 번 8시간은 꾸준히 내담자들을 만나리라’ 결심 하였죠.

 ‘마음 아파하지 말고 상담은 상담으로 끝내야 한다’ 는 생각으로 하니 훨씬 가볍더군요.

 그러던 중 친정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셔서 저의 집으로 오시게 되어 병수발 해드리던 일, 덧없는 세상 뜨시던 일, 와중에 외손녀 보게 되었을 때 이 아이를 잘 키움으로써 저의 딸이 청소년들인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키우기도 하였으나, 내담자들을 못 만나게 되니 퍽이나 아쉬웠답니다.

 그러나 뜻이 있다면 길은 열리지요. 토요일 오후 야간 상담과 방학기간 동안의 내 편리한 시간에 상담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전화상담 봉사는 다른 도반들과 함께 하는 봉사와 달리 자기의 비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또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오랜 기간 이렇게 지속될수 없었겠죠. 특히 우리 손녀 이진이도 많이 힘들었어요. 오전 상담에 늦지 않으려고 허둥지둥 나가는 할머니 바라보며 할아버지와 함께 있어야 했고 오후 상담일 때는 늦은 저녁에나 할머니를 볼 수 있었거든요.

 자비전화 일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양보하신 할아버지 고마워요. 이 지면을 빌어서 할아버지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지금 그 손녀는 어느덧 4학년이랍니다. 그래서 이젠 시간이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지난 97년 IMF 때에는 급작스레 실직된 가장들의 힘없고 목메인 목소리에 가슴 아파야 했고, 그런 가장을 바라보는 아내들의 절규를 들어야 했습니다. 요즘 서민생활이 많이 힘든데 제발 그때 같은 어려움은 없어야 할텐데.....

 그러나 한편으론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정신적인 공허함과 허허로움으로 전화해오는 내담자도 많아요.

 십 년 이상 단골 내담자의 차츰 좋아지는 모습과, 1급 장애 단골 내담자의 취업으로 단골을 벗어난 일들은 우리 상담인들의 보람된 일이지요. 딱히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지만 내담자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한편, 저 자신 마음 수련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내담자들의 덕택이지요. 감사해요.

 처음 시작했을때보다 세월도 많이 갔고 나도 많이 왔어요. 앞으로 남은 시간 봉사하며 이 몸 바꿀 수 있도록 부처님전에 기원하며 순간순간을 더욱 더 소중하게 지내렵니다.

나무마하반야 바라 밀.

 


 

 

출처 : 숲 사랑네
글쓴이 : 숲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