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인내와 노력 -인법스님

마음정원(寂光) 2011. 11. 14. 11:18

 

인내와 노력

 

붓다의 가르침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게송은 무엇입니까? 하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소승은 주저 없이 아래 게송을 들러줍니다.


“아닛짜 와타 상가라, 우빠다와야 담미노

우빠짜뜨와 니루짠띠, 떼상 우빠싸모 수코”


“형성되어진 모든 것은 결코 머무는 바가 없다 (諸行無常)

이것이 일어남 ․ 사라짐의 법칙이다 (是生滅法)

일어나고 사라지다가 문득

일어나고 사라짐이 멈출때 (生滅滅以)

완전함 멈춤만이 진실한 즐거움이다 (寂滅爲樂)”


‘ 굿다까니까야’와 ‘담마빠다’에 있는 게송입니다. 대승경전인 [열반경]에도 나옵니다. 붓다께서 전생에 설산동자가 되어 구도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슴을 울리는 게송 한 구절, “아닛짜 와타 상카라 우빠다와야 담미노” 알고 보니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귀의 노래소리였습니다. 설산동자는 나찰귀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간청하길, 게송의 나머지 부분을 모두 들려준다면 이 목숨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이어서 들려오는 노래소리 “우빠찌뜨와 니루짠띠 떼상 우빠사모 수코” 이 구절을 듣자마자 환희심에 찬 설산동자는 벼랑위로 올라가 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나찰귀는 재빨리 두 팔을 뻗어 떨어져 내리는 설산동자를 받아 앉았습니다. 나찰귀는 바로 설산동자의 수행력을 시험하기 위해 나타난 제석천왕의 화신이었습니다. 붓다는 바로 이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구도자의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세간에서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온갖 노력을 기울이곤 합니다. 항차 무상대도를 성취하고자 하는 수행자임에랴.


메 스컴은 대체로 사회의 음지보다는 양지를 드러내 보임으로서 세상의 진면모를 왜곡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대의 영웅은 대개 메스컴이 만들어 냅니다. 화려하게 포장된 상품을 진열해 놓고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스타는 눈부신 후레쉬 불빛 속에서 손까지 흔들며 등장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그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그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사람입니다.

탄 탄대로를 내달려 성공의 정상에 오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깊게 아로새겨진 절망의 자국과 소금끼 하얀 땀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은 중요합니다. 목표지점에 한발 일찍 도착한 것이 토끼가 아닌 거북이라는 것은 아이러니 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천부적인 재능이나 요령보다는 끊임없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고 있지 않습니까? 동굴속의 낙숫물이 결국 바위를 뚫고, 제아무리 두터운 은산철벽이라 할지라도 수행자의 소금끼어린

땀방울에 의해 은산은 녹아내리고 철벽은 언젠가 뚫리는 법입니다.

초등학교 몇 학년 이었던가요? 국어책에 실린 <소가 된 게으름뱅이> 설화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옛 날에 일하기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지요. 어느 날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나왔다가 쇠탈 만드는 노인을 만나 그만 소가 되었고, 장터에서 어느 우직한 농부에게로 팔려간 그 게으름뱅이는 이른 아침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죽도록 일만 했지요. 결국 그는 노동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먹으면 죽는다는 무뿌리를 뽑아먹고 맙니다. 그러자 희얀하게도 탈바가지는 벗겨졌고, 비로소 그는 부지런한 농군이 되어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지요.

고려때 어느 한 선승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이 설화는 수행자가 정진을 안 하면서 시주의 은혜를 잊은 채 놀고먹으면 다음 생엔 반드시 소의 과보를 받는다는 경책의 내용입니다.


요 즘 메스컴을 한창 들끓게 했던 ‘바다이야기’ 아직도 생생하지요? 이 골목 저 거리 방방곡곡에 난립한 도박게임장. 그와 같은 변종 도박이 만연하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간 심리 저 밑바닥에 뿌리박힌 탐심과 게으름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뙈약볕 아래서 일하는 것보다야 시원한 그늘 밑에서 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이지요. 특히 요즘 사람들은 과정에 앞서 결과만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로또열풍을 가만히 들려다 보면 거기에는 과정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노력과 인내로 상징되는 땀의 흔적이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목적만으로 형성된 구슬들이 황금빛을 발산하며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습니까?

쉽 게 얻어진 것은 쉽게 잃기 마련입이다. 횡재를 기뻐하지 마십시오. 잃어버린 사람의 슬픔이 있습니다. 노력과 인내로서 얻어진 결실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을 윤택하게 만듭니다. 누군가 진정으로 부유해지고 싶다면 부지런하십시오. 남보다 일찍 일어나서 늦게 잠들며, 매사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되,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십시오. 그 사람은 반드시 행복한 부자가 될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더 많은 먹이를 모으는 법입니다.


여 기 모인 수행자들은 더욱 부지런해야 합니다. 가을 다람쥐가 열심히 도토리를 주워 모으듯, 위빠사나 수행자들 또한 모든 감각대상을 향하여 알아차림의 더듬이를 곤두세워야 합니다. 노력하는 수행자에게는 번뇌가 쉽게 스며들지 못하고, 인내는 수행자로 하여금 닙바나를 향하게 합니다.

숭늉을 우물에서 찾아서야 되겠습니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천리를 갑니다.

서두르지 않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한 국인은 대단히 역동적인 사람들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실한 사람들이 한국인입니다. 소승이 그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아직 한국인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을 보지 못했으며, 한국인보다 더 성급한 성질 잘 내는 사람 또한 보지 못했습니다. 매사에는 시작과 중간에 끝이 있고, 단계와 순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급한 사람들은 건너뛰려 합니다. 현실을 이해하고 극복하려 하지 않습니다. 단지 초월만을 꿈꿉니다. 여기 있는 분들은 예외겠지만, 간혹 수행자들 중에는 현실을 회피한 채 초월적인 경험만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교수행은 현실도피가 아닙니다. 현실을 왜곡 없이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그 작업은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참여입니다. 초월적인 경험은 단지 관념에 불과하며, 목적에 초점이 맞추어진 욕망의 그늘일 뿐입니다. 로또처럼 찾아오는 행운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수 행자들에게는 항상 자기 점검이 필요합니다. 내가 혹시 수행에 대하여 초월적인 환상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작은 노력으로 단숨에 어떤 경지에 오르려 하거나 특별한 체험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바늘허리에 실을 감고서는 그 누구도 옷을 꿰맬 수 없습니다. 세상에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노력이 없는 가운데 설령 어떤 큰 깨침이 행운처럼 찾아온다 할지라도 그 행운을 과감히 버리십시오. 절대 부정하십시오. 그것은 결코 깨달음이 아닙니다. 수행자의 진전을 방해하는 마구니일 뿐입니다.

한 국근대불교사를 빛낸 인물들 중에 정진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받는 스님 한 분이 있는데, 그분이 바로 효봉스님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양심의 가책으로 인하여 10년간 지켜온 판사직을 버리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석두화상의 제자가 된 스님.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끝내 도과를 성취하게 됩니다. 한번 좌정에 들어가면, 좌복이 피고름으로 인하여 엉덩이에 눌러 붙을 정도였으며, 도반들은 그를 ‘절구통 수좌’라고 불렀습니다. 한 수행자의 인내와 노력이 한국의 근대불교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수행자가 흘리는 땀은 단 한 방울도 결코 헛되는 법이 없으며, 그것은

반드시 윤회의 쇠사슬을 끊는 원동력이 됩니다. 붓다께서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어주셨습니다.


돌보지 않는 집은 언젠가 허물어지고

경전도 읽지 않으면 끝내 잊혀진다.

용모가 더러운 것은 그 사람의 게으름 때문이요

게으른 마음에는 쉽게 번뇌가 찾아온다.



싸-두 싸-두 싸--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