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우리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지안스님

마음정원(寂光) 2011. 11. 13. 18:17

우리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

 

 

인생을 나그네에 비유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없이 전해진다.

삶을 시간의 흐름에따라 지나가는 한 과정으로 보고 한 말이다.

 

' 천지가 만물의 여관이요, 광음(光陰)은 백세의 과객' 이라는 말처럼

세월의 자취가 하염없기 때문에 머무는 것이란 어디에도 없다.

 

모든것이 옮겨가는 도정( 道程) 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인생은 분명 순례의 길이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은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여수 (旅愁) 의 고단함을 달래면서 덧없는 세월 속을 걸어야 한다.

만산홍옆이 낙옆되어 떨어지는 만추의 서정이 왠지 사람의 마음마저 쓸쓸하게 만든다.

허허로운 산속의 경치가 계절의 덧없음에서 인생무상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의 가을이 가면서 한 해의 저묾을 알려주고 있다.

 

 

고대 인도의 수행자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남은 생애의 시간을 헤아려 보곤 했다.

가령 가을이 오면 앞으로 내가 몇번의 가을을 더 맞이할 것인가 하고

남은 시간을 의식하는 것은 길을 가다가 이정표를 읽는 것과 같다.

 

고속도로나 국도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통과하는 행선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이러한 이정표를 통해 어디쯤 왔는지, 얼마를 더 가야 되는지 알게 된다.

어느 철학자는 인생을 안개가 자욱한 다리 위를 건너는 것과 같다고 했지만,

오늘이 몇일이며 지금이 몇 시냐고 묻듯이

자신의 인생 도정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인생의 이정표를 읽고 산다면 자기의 페이스를 조절 하기가 쉬워진다.

 

 

마라톤 선수가 경주를 할 때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의 마라톤도 반듯이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오버 페이스를 하다가는 인생의 경주에 실패하기 쉽다.

사업에서도 때로는 투기와 배짱이 필요하겠지만

무모한 오버페이스는 결승의 실패를 가저와 버린다.

 

' 앞만 보고 가자!' 혹은 '위만 처다보고 뛰자!' 는 구호들이 순간의 분발을 촉구하는 말이지만,

눈이 가지는 전체의 시각은 언제나 360도 이어야 한다.

앞도 잘 보고 뒤도 잘 보며 때로는 옆도 잘 보아야 한다.

때로는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며 긴 호흡을 조절할 때도 있어야 한다.

 

 

세상은 순환의 원리에 따라 돌아가므로 직선적 추월만이 일등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원둘레를 타고 도는 순환의 이치로 세상을 관찰 해야 한다.

 

자타가 융합하는 다원화의 조화가 이루워지려면

서로 입장을 바꾸워 생각하는 순환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극과 극이 대립하는 직선적 충동을 막아야 자타의 공영이 이루워 진다.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자신의 도정을 읽어야 한다.

끝없는 윤회 속에서 삶과 죽음을 계속하는

중생의 업보를 함께 가진 동류끼리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하든 미워하든

어쩌면 영원한 동반자이다.

 

 

-지안스님 (조계종 종립승가 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