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념을 넘어 실제로, 地水火風의 알아차림
사마타수행이 어느 정도 숙련되고 위빠사나로 전향할 준비가 되었을 때 수행자는 사대(四大)관찰을 시작한다. 사대수행은 ‘사계차별(四界差別, 一差別, Catudhāuvavatthāna)’ 또는 ‘네 가지 요소에 대한 관찰(Dhātumanasikāra)’이란 이름으로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수행자는 사대관찰을 위해 자신의 몸 안에서 몸을 구성하고 있는 ‘땅(地), 물(水), 불(火), 그리고 바람(風)’의 요소를 관찰한다. 이들 요소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12가지 세부적인 특징부터 알아야 한다.
땅의 요소는 6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1)단단함, 2)거칠음, 3)무거움, 4)부드러움, 5)반드러움, 6)가벼움이다. 물의 요소는 두 가지로 7)유동성과 8)점착성, 불의 요소는 9)뜨거움과 10)차가움, 그리고 풍의 요소는 11)팽창감[받침]과 12)움직임[밈]을 가지고 있다. 수행자는 자신의 몸 안에서 느껴지는 12가지 사대의 특성들을 찾아 구분한다.
먼저 몸을 통하여 식별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식별하기 어려운 순으로 특성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움직임[밈] → 단단함 → 거칠음 → 무거움 → 팽창감[받침] → 부드러움 → 반드러움 → 가벼움 → 뜨거움 → 차가움 → 유동성 → 점착성의 순서로 식별한다.
무엇보다 먼저 몸의 한 부분에서 두드러지는 사대의 특성을 구분한 후에, 몸 전체를 통해 그 특성을 식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움직임[밈]을 식별한다면 들숨과 날숨을 통하여 움직임이 식별되는 머리부터 시작한다. 움직임이 식별되면 움직임이란 특성이 분명해 질 때 까지 집중한다. 그리고 그 특성이 분명해지면 머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다른 움직임들을 알아차린다. 머리 이후에 목, 몸통, 팔, 다리, 발 등의 순서로 천천히 몸을 쓸어내리듯 각 부분의 움직임을 분명히 알아차린다. 몸 안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움직임들을 가능한 여러 번 반복하여 알아차린다. 몸 어디에서든지 움직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머리에서 움직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면, 호흡을 통해 움직이는 가슴이나 배를 통해 알아차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시작하여 몸 전체 어디에서든지 움직임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사대관찰의 시작이다.
두 번째는 단단함이다. 수행자는 치아를 통해 몸의 단단함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윗니와 아랫니를 서로 물어 보고 이들이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해본다. 움직임을 알아차리던 첫 번째 방법과 마찬가지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 전체에서 나타나는 단단함에 대해 알아차린다.
단단함에 대한 식별이 분명해지면 다시 기존에 알아차렸던 움직임에 대해서 식별한다. 몸 전체에서 나타나는 움직임과 단단함이란 두 가지 특성에 대해 수행자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식별하기를 반복한다. 이들에 대해 알아차림이 분명해지면, 그 다음 순서인 거칠음에 대해서 식별한다.
수행자는 혀를 이용하여 치아의 끝을 문지른다거나, 손을 이용하여 팔을 쓸어가며 지대(地大)의 거친 특성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전에 진행했던 방법과 같이 몸 전체에서 거칠음을 알아차린다.
이 특성이 어느 정도 식별되면, 기존에 알아차렸던 움직임, 단단함 그리고 거칠음이 동시에 몸 전체에서 식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행자는 사대가 가지는 나머지 특성 모두에 대해 알아차린다. 이들에 대한 분명한 식별이 가능해지면 진행해온 특성의 순서를 바꾸어 식별이 가능하도록 노력한다.
이 과정을 통해 수행자는 사대가 지닌 12가지 특성을 완전하게 파악한다. 파옥사야도는 사대에 대한 분명하고 빠른 식별을 요구한다. 그는 적어도 1분 안에 이들에 대한 모든 식별이 3회 반복하여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고 분명하게 알아차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수행자는 이와 같은 과정으로 지수화풍의 사대를 반복하여 관찰한다. 12가지 특성을 관찰하는 것은 지수화풍의 사대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다. 수행자는 이 과정을 통해 몸은 사대라고 하는 지수화풍의 다양한 특성들이 반복적으로 생멸하는 과정일 뿐, 그 안에서 나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얼음과 같이 맑고 투명한 몸
수행자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사대의 특성에 집중하면, 근접삼매(近接定, Upacāra-samādhi)로의 접근이 시작된다. 입출식념의 집중은 근접삼매에서 몰입삼매(安止定, Appanā-samādhi)로 발전하여 선정(禪定, jhāna)을 성취했지만, 사대의 관찰은 선정에 들어가는 수행법이 아니기에 근접삼매만을 성취한다.
입출식념의 경우와 유사하게 수행자들은 사대의 관찰을 통해 다양한 빛을 경험하게 된다. 몇몇 수행자는 이 과정에서 회색의 빛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수행자가 이 회색빛과 함께 몸 안의 사대요소를 더욱 자세히 관찰하면 이들은 점점 흰색으로 바뀌어 마치 목화솜처럼 밝은 하얀색을 나타낸다.
머지않아 수행자의 몸 전체는 흰색의 형태로 바뀌게 되고, 하얗게 변한 몸에서 더욱 사대를 관찰하면 몸 전체는 유리잔이나 얼음덩어리처럼 맑고 투명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눈(眼), 코(耳), 귀(鼻), 입(舌), 몸(身), 모두가 투명한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수행자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투명한 덩어리들을 계속 관찰하면, 그 안에서 번쩍이며 빛을 발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빛을 놓치지 않고 30분 이상 바라볼 수 있다면 수행자는 근접삼매를 얻게 된다.
이 단계의 수행자는 투명한 형태의 빛을 통해 공간의 요소를 식별하고, 투명한 형태가 아주 작은 조각들로 산산이 부서져나가는 것 역시 경험한다. 이것을 ‘물질의 깔라빠(Rūpa-kalāpa, 물질의 다발)’라고 부른다. 이 다발들은 무서운 속도로 발생하고 소멸한다.
수행자가 이것을 경험하면 칠청정(七淸淨) 중에 심청정(心淸淨, citta-visuddhi)의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물질의 깔라빠를 구분하면서 견청정(見淸淨, diṭṭhi-visuddhi)의 단계를 진행하게 된다.
이 깔라빠를 분석해보면 땅, 물, 불, 바람, 색깔, 냄새, 맛, 영양소의 8가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색깔의 요소가 밝은 빛을 내기에 수행자는 빛을 통해 깔라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수행이 깊어지면 수행자는 깔라빠 본연의 모습에 더욱 다가가기에 훨씬 더 밝은 빛을 경험하게 된다. 깔라빠들은 거의 동시에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하나의 깔라빠 색깔과 다른 하나의 깔라빠 색깔은 서로 가까이 붙어있어, 마치 전구들이 모여 있는 전광판이 점멸하는 것과 같다. 깔라빠들은 매우 빠르게 발생하고 변화하며 소멸한다.
이 과정을 통해 수행자는 깔라빠의 생멸과정을 보게 된다. 다시 말해, 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역시 무수히 많은 생멸의 과정에 있는 것이지 그 안에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대를 통한 위빠사나의 계발이다.
파옥사야도는 열반을 성취하는 다양한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입출식념을 통해 사선정을 성취하고, 사대를 관찰 한 이후에 물질을 분석하는 과정을 설명해 보았다. 이 이후에도 수행자는 12연기를 이해하고, 49범주의 위빠사나를 계발하여 열반을 성취하는 과정으로 나아가게 된다.
[입출식념 → 사대관찰 → 물질과 정신의 분석 → 연기의 이해 → 위빠사나 → 열반] 파옥의 수행법에는 이 외에도 입출식념 후에 다른 사마타 수행을 한 후, 사대관찰을 하거나 입출식념 대신에 사대관찰로 시작하는 방법 등 수행자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수행법을 소개하고 있다.
파옥 숲속명상센터의 지도방법은 기존에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주시(마음챙김, sati, 念)를 통해 대상을 관찰하는 사념처(四念處)수행, 다시 말해 순수하게 위빠사나(觀)만 수행하는 순수위빠사나(純觀, suddha-vipassanā)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파옥은 사마타를 통한 선정을 우선적으로 성취한 이후에 위빠사나를 계발하는 것으로 지관차제(止觀次第)의 수행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옥의 수행방법 역시 초기경전보다는 5세기에 성립된 붓다고사의 청정도론에 철저하게 준하고 있다. 즉, 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수행법인 것이다.
정준영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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