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고요한 마음자리 - 경봉 스님[鏡峰靖錫]

마음정원(寂光) 2011. 6. 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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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마음 자리 [寂然不動] - 경봉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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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문法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가운데 있고, 종사宗師가 법좌에 오르기 전에 법문이

있고 법문法門을 듣는 사람이 자리에 앉기 전에 있고, 종사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하는

생각이 일어나기 에 있는 것이다.

 

         

 

 

이 도리道理를 모르니 부득이 입을 열어 무슨 말을 하게 되고, 들어야 하는데 교가敎家에서

경전보고 말하는 것과 선가禪家에서 조사종풍祖師宗風을 드날리는 선리적禪理的법문

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누구든지 산을 볼 때에 산이 푸르고 물을 볼 때에 물이 푸르게 흘러내리지만 수행修行이 어떤

경지에 올라가면 산을 봐도 산이 아니요, 물을 봐도 물이 아니다. 진리眞理를 탐구하고 수행을

야 이 말이 통하지 자기 심리心理를 닦지 않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귀에 담아 놓으면 강철 쇳덩어리를 머금은 것과 같아서 이것을 깨달을 때에는

그 말에 계합契合하게 된다. 그러니 산을 봐도 산이 아니요. 물을 봐도 물이 아니라,  물이 곧

산이요, 산이 곧 물이며 더 나아가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이것이 오묘한 도리인 것이다.

 

우리는 몸을 아끼지만 이론理論적으로 과학적 생리적으로 따져보면 부모父母님의 물건이

물건은 아니다. 참으로 나<眞我>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몸을 운전運轉하고 다니는

소소영昭昭靈靈한 그 자리가 곧 내 몸을 운전하고 다니는 운전수며 내 주인공인 것이다.

 

이것을 모르는 것은 마치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도 주인을 찾지 않는 무뢰한無賴漢

는 것처럼 몇 십 년을 이끌고 다녀도 자기 주인공主人公을 안 찾고 또 찾으려고 해도 힘

는 것이다.

  

석가여래께서도 고귀한 왕의 자리를 버리고 설산에 들어가서 이 자리 하나를 찾으셨다.

 

여러분이 먹고 입고 거처하는 의식주衣食住의 세 가지 일에 날마다 노력하는 24시간 가운

 9시간 일하고 5시간 놀고 6시간 잠자고 4시간 남아있으니 그 중 단 1시간 만 이라도 내

주인공을 찾는 여기에 주력主力을 다 해야 한다.

 

그런데 정신통일精神統一은 커녕 온갖 번뇌 망상이 일어나 정신은 서울로 부산釜山으로

아들,딸집을 찾아가 심지어는 애틋한 생각에 눈물까지 흘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

지나간 일, 현재의 일, 미래의 일들이 생각을 키워서 그 망상 도적이 들어 앉아 있으니

 

집안에 도적盜賊이 들어 앉아 있으면 주인이 방에 들어가기도 무섭고 겁이 나서 밖으로 쫓

겨 나가듯 망상이 앞을 가리면 다른 것을 생각하기에 순일純一하지 못하다. 즉 화두話頭

념으로 되지 못한다.

 

이것을 순일하게 하려면 우리가 수행정진을 하게되면 찌꺼기가 가라앉고 윗물이 맑게 되는

것처럼 마음자리가 원래 고요한 자리라 자기自己가 흔들어서 구정물처럼 되는 것이다.

 

지극한 곳에 들어 가 보라. 들어가려 해도 실은 잘 안 된다. 안 되지만 자꾸 하면 그런 마음

쉬어져서 쉬고 쉬는 거기서 해야 한다. 여러분이 걱정을 하지 않으려 해도 소리 없이걱정

 생겨서 내보내려 해도 안 나가고 귀신같이 들어 와서 가슴을 치고 머리를 친다.

 

내가 항상 말하는 것처럼 기왕 우리가 이 사바세계에 나왔는데 이 사바세계娑婆世界를 무대

삼아 연극演劇 한 바탕 멋들어지게 하고 가자는 말이 그런 까닭이다. 항상 걱정 근심만 하고

바에 무엇 하려 어머님으로부터 나오기는 나왔느냐 말이다.

 

좀 근심 되는 일이 있더라도 다 털어 버려야 한다. 우리 인생人生은 기껏 살아 봐야 백 년을

사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지금껏 생활 해 온 모든 사고思考방식과 생활에 잘못이 있다면

워버리고 참으로 바르고 산 정신精神으로 살아가야 한다.

 

근심걱정은 물질이나 사람에 관한 것 이외에는 없는데 설혹 좀 근심이 되는 일이 있더라도

불교佛敎를 믿는 사람들은 부처님Buddha의 초월한 정신精神에 계합契合하여 인생의 노선

인생관을 확립하여야 한다.

 

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 말씀인데

참선하는 것은 자기의 마음자리를 찾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약이 있는데 이것을 육미탕六味湯이라고 화제和劑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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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신심信心이 석냥중三兩重에 들어야 한다.

믿는 마음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화엄에도 믿음은 도의 근원이 되고 공덕의 모체가

되어서 모든 착한 법을 길러낸다 하였다. 신라新羅의 화랑오계花郞五戒에도 친구를 사귀되

믿음으로서 사귀라 하였다.<交友以信>

 

불교를 믿으려면 우선 믿는 마음이 은산철벽銀山鐵壁과 같이 견고하고 깊이 들어가야 하고

원력이 지중至重해야 하느니, 원력을 어떻게 세우느냐 하면 내가 이 공부를 해서 출격대장

出格大丈夫가 되고 인천人天의 안목眼目이 되어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겠다는 그런 굳센

원력세워야 한다.

 

무언무설無言無說이 한 냥중一兩重에 들어가야 한다. 말이 없어야 하는데 입을 열 때 열어

야지 밥 먹을 때도 시끄럽고 공연히 남의 장단점을 쓸데없이 들추어내면 못쓰니 꼭 필요한

말만 하도록 습관을 길러야 겠다.

 

모든 일에 애착을 두지 않는 것도 한 냥중一兩重필요한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무집착執着으로 한다. 우리가 부모 태중胎中에서 나올 때 빈 몸, 빈 손으로 나왔다.

 

 어떤 사람이 죽으면서 유언遺言하기를 "내가 죽거든 나를 상여喪輿에 싣고 갈 때 내 손은

 상여 밖으로 내 놓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그 가족들이 상여를 메고 갈 적에 상여 밖으로

 손을 내놓고 갔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하면 "사람들아 내가 돈도 많고 집도 크고 권속도 많지만 오늘 이 때를

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빈 손으로  홀로 가니 얼마나 허망한 일이냐" 라는 것이니, 이것을

일깨워 줄려고 상여喪輿 으로 손을 내밀고 가게 한 것이다.

 

                           

 

 

          래무일물래 거역공수거

          來無一物來 去亦空手去

 

          만반장불거 유유업수신

          萬般將不去 唯有業隨身

 

          우린 모두 빈 손으로 와서

          또한 빈 손으로 돌아 간다.

 

          만물 중에 가져갈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오직 그림자처럼 자기가 지은 업만 따른다.

 

둘째는 담담淡淡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한 냥중 들어가야 한다. <湛然不動>

내가 말하고 여러분이 듣는그 자리는 백천일월百千日月보다 더 밝고 금옥金玉보다 더 맑은

자리이다. 그런 것을 술렁거려서 공연히 망상번뇌를 일으켜 어두워진 것이다. 그러니 침울

생각에서 어서 벗어나 명랑함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는 안한安閑하여 일이 없는<無事>것을 한 냥중 넣어야 한다.<安閑無事>

동분서주하여 몸과 마음이 바쁘더라도 항상 마음의 여유餘裕를 억지로라도 지니고 편안 하여

밝은 생활을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기란 말은 쉬워도 수행하지 않고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넷째는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많으니 눈과 귀에 부딪치는 일들이 모두

감정憾情이 생기게 되는 것이 많지만, 이걸 잘 참아야 하고<堪忍>그러면서 용기도 있어야

하는데 물이 가파른 구비나 돌과 나무  장애물을 만났을 때에는 더욱 더 용기를 내고

 

소용돌이 치며 허공에 솟구쳐 오르고 내려가다가 큰 웅덩이를 만나면 더 많은 물이 모여 넘쳐

서 흘러 간다. 아무 용맹이 없는 물도 장애물을 만나면 용기를 내니 누구라도 어려운 일을 만나

라도 용기를 내어야 한다.

  

나는 불법佛法을 믿는 대장부이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어떠한 큰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 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런 용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법문을

듣고 생각이 펄펄 살아야 한다. 이러한 인내忍耐와 용기勇氣는 닷냥중五兩重들어야 한다.

 

이 약은 달이는 방법이 있으니

젖지 않는 물로 달이는데 어떤 불로 달이느냐 하면 조금도 뜨겁지 않은 불에

달여서 밑 없는 그릇으로 매일 한 잔씩 먹으면 모든 마음의 병이 치료治療된다.

 

  오천세노유장곡 

  梧千歲老猶藏曲 

 

  매일세한불매향

  梅一世寒不賣香

 

  오동은 천년을 늙었어도 곡조를 감추었고

  매화 한 세상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할喝!.. 한 번 하시고 법좌에서 내려오시다.

 

 

                           

 

     

    ◇. 오도송 悟道頌   ▒ ▒ ▒ ▒ ▒ ▒ ▒ ▒ ▒ ▒ ▒ ▒ ▒ ▒ ▒ ▒ ▒ ▒ ▒ ▒

 

        我是訪吾物物頭 아시방오물물두

        目前卽見主人樓 목전즉견주인루  

 

        呵呵逢着無疑惑 가가봉착무의혹

        優鉢花光法界流 우발화광법계류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 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허허, 이제야 만나 의혹 없어지니

        진여의 빛이 온 누리에 흐르누나.

 

      *.19271120일 새벽 2시반경 '이 뭣꼬' 화두 참구 중 방안의 촛불이

          갑자기 파파팟 소리를 내며 크게 춤을 추는 순간... 눈앞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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