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부처님 오신날, 목사님이 절에 간 이유는..

마음정원(寂光) 2011. 5. 10. 22:13

[머니투데이 오정은기자] 부처님 오신날 사월초파일. 명락사에는 꽃비가 내렸다. 망자의 명복을 비는 흰색 연등과 살아있는 사람의 성원 성취를 비는 오색 연등이 어우러져 법당 내부를 밝혔다. 대법당을 가득 메운 불자들은 합장을 위해 두 손을 가지런히 맞댔다.


10일 오전 11시 관악구 청룡동 명락사 4층에선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대법회가 열렸다. 다문화사찰로 유명한 명락사지만 이날은 법당의 문을 더 활짝 연 '다종교인과 함께하는 봉축대법회'로 봉행됐다.

명락사 주지 무원 스님은 "고행 속으로 뛰어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을 봉축한다"며 법회를 시작했다. 대한불교 천태종 명락사는 2009년 다문화사찰을 선언하고 관악구에서 갈 곳 없는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왔다.

종교인평화공동체 대표로 발언한 백도웅 목사는 "자신의 종교만 존중하고 타 종교를 지탄해서는 안된다"며 "무언스님으로부터 받은 자비, 나눔, 광명으로 행복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깊이 새겨듣고 있다"고 종교인들의 화합을 빌었다.

준비 없이 강단에 오른 주낙길 천주교 글라렛선교수도회 수사는 "준비 안 했는데 갑자기 발언하러 올라왔다"며 절을 찾은 신도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이어 "수도원의 평범한 수사인 제가 부처님 오신날을 함께 경축하게 돼 영광이다"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김대선 원불교 문화사회부 교무부장은 "대문만복래, 문을 활짝 열면 복이 들어온다"며 "이렇게 모든 종교에게 문을 열고 함께 어우러진 부처님오신날, 여러분 모두가 부처님입니다"라고 축복의 말을 전했다.

대법당 한쪽에는 공양으로 바치는 쌀주머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이 공양으로 널리 법계에 비춰 우리들이 모든 중생과 함께 불도를 이루리라'는 염원을 적은 종이가 주머니 위에 붙어 있었다.

몽골에서 온 오트라곤 바트씨는 다문화가족 대표로 발원문을 읽었다. 또박또박하지만 떨리는 발음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생활하며 어려움이 많지만 부처님 은혜로 좋은 인연을 만났다"며 "다문화 가족이 새꿈을 만들어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회에는 백도웅 종교인평화공동체 이사장 목사, 주낙길 천주교 글라렛선교수도회 총원장 수사, 김대선 원불교 문화사회부장 교무, 김희철 국회의원, 전익창 관악구 구의회의장 등 많은 종교 사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법회가 끝나고 불자들은 아기부처상 위에 물을 부어 목욕시키는 관불식을 거행하며 합장했다. 한 불자는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2만여 사찰에서는 일제히 봉축법요식이 봉행되는 등 부처님 오신날 행사가 열렸다.


머니투데이 오정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