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밋타(표상)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대상은 변화를 거듭합니다. '조건 지어진 모든 것들은 변화하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대상은 현실에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움직이는 대상도 잠깐 동안은 멈추고, 일정한 모양과 형태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양도 끝내는 사라집니다. 사진을 찍어보면, 모든 현상은 그때 그 순간이 지나면 곧 다시 그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찍힌 사진은 보관이 가능하고 영속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집중명상도 그렇습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특정한 모양을 사진처럼 찍어서, 그 장면에 머물러서 집중하는 것, 이것이 집중명상입니다. 일단 집중명상은 움직이지 않는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이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이때 집중하는 대상은 실제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마음에 의해서 구성된 표상(nimitta), 일종의 영상입니다.
예를 들면, 눈앞에 동전을 본 다음에 눈을 감으면, 그 동전의 영상이 눈앞에 잠시 나타납니다. 이것을 반복하면 나중에는 그 동전은 상당한 수준의 선명성을 가지고 일정한 시간동안 유지가 됩니다. 이것을 집중명상이라고 부릅니다. 동전이 선명하게 마음에 나타난 그 동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호흡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에 집중하면 처음에는 호흡의 표상이 흐릿하고 다른 생각에 자꾸 놓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호흡이 아주 선명하게 눈앞에 그것도 매우 견고하게 나타납니다. 우리는 이것을 삼매 곧 선정(禪定)이라 부릅니다. 이때는 열정과 같은 장애가 사라진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마음에 나타난 영상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영상이 다른 장애들이 끼어들지 않도록 보호를 해주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 영상은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집니다. 먼저, 이 찍혀진 영상은 감각자료입니다. 대상을 인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첫 번째 자료라는 의미입니다. 아직은 주관적인 개념이나 평가가 개입되지 않은 원자료(raw file)입니다. 눈에는 모양과 색깔이, 귀에는 소리가, 혀에는 맛이 느껴집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외적 자극이 내면의 감각기관에 떠오르는 '의식의 표상'입니다.
다음으로는, 이 영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기억이고 그것의 반영입니다. 실재하는 현실은 아니지만, 선택하고 혹은 경험한 현실의 특정부분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그래서 유식불교의 『해심밀경』에서는 이것을 '닮은 영상'이라고 했습니다. 닮은 영상은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그대로 반영하고, 내가 태어나고 경험한 사회를 반영하여 줍니다. 나중에는 우리는 이것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영상은 무엇보다도 마음에 의해서 구성된 혹은 창조된 표상입니다. 찍혀진 사진은 그것을 바라본 이의 마음이 그곳에 투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발견입니다. 눈이 내리는 바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 우리는 바다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눈이 내리는 바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마음이 그곳에 존재합니다. 그 아름다움은 나에 의해서 구성되고 부여된 아름다움입니다.
니밋타, 이것은 표상이란 의미의 빠알리어입니다. 집중의 대상은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에 집중하는 순간은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지 않는, 대상과 하나가 된 황홀한 순간입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순수한 집중이고, 예술의 결정체이고, 불순물이 없는 항상 영원한 지금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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