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숲

알아차림과 게슈탈트

마음정원(寂光) 2011. 1. 20. 10:15

인경스님의 명상수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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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차림과 게슈탈트

     

   알아차림 명상이란 현재의 경험에 대해서 존재하는 그대로 자각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이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자각의 빛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알아차림(sati)의 심리치료적인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경우가 펄스(Perls)의 게슈탈트(Gestalt)입니다.

    여기서 게슈탈트는 형태나 모양을 의미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렌즈가 대상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흐릿한 영상이 분명하여 지고, 다시 다른 곳으로 초점을 옮겨가면 그것은 흐려지고 다른 대상이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의식의 지평 위에 또렷하게 나타나는 대상을 ‘전경’이라 하고, 멀리 흐릿하게 처리된 대상을 ‘배경’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배경의 흐릿한 대상이 전경으로 변화되면서 확연하게 의식에 나타나는 것, 이것을 ‘알아차림’이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건강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바람에 따라서 배경과 전경을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얼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어떤 심리적인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건강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상황에 대해서 불분명하게 인식되고, 흐릿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지 난감해 합니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현재의 경험에 대해서, 존재하는 그대로 자각하는 알아차림입니다.

    예를 들면, 목이 마르면 우리는 물을 마시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정으로 목이 마른다는 그 느낌에 대해서 분명한 자각이 결여된다면, 그 사람은 물을 마실 수가 없고 그래서 이 물을 마시는 일은 보류가 됩니다. 마치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처럼, 미해결된 과제로 남겨진 것이 됩니다. 그러나 이 목마름에 주의를 집중하여 배경에서 그 느낌을 전경으로 떠올려서 알아차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주변에서 물을 찾고, 마침내 물을 마실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러면 과거에 이루지 못한 미해결된 목마름의 갈망은 해소가 됩니다. 이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술은 대상에 대한 자각(awareness), 곧 알아차림입니다.

   알아차림은 저기 깊은 어둠을 뚫고 의식의 지평 위로 떠올라오는 달빛과 같습니다. 알아차림은 언제나 현재의 생생한 경험으로서 전경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알아차림의 대상은 『염처경』에서 말하는 몸[身]이고, 느낌[受]이고, 마음[心]이고, 일반 현상[法]들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과거의 내가 경험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금여기 현재에서’ ‘그것을 그것 그대로 자각한다’는 알아차림(sati)의 치료적 관점입니다. 그래야 과거의 미해결된 심리적 과제는 지금 여기의 현재에서 해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게슈탈트의 심리치료와 알아차림 명상과의 중요한 관점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게슈탈트는 과거의 미해결된 과제를 현재에서 해소하는, 현실적응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아차림 명상은 그것이 과거의 미해결된 과제이든지, 아니면 현재의 경험이든지 충분하게 자각하는 것, 그 자체를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명상은 내적인 집중과 통찰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명상이 본성체험, 영적 경험을 중시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 대립되거나 단절된 관계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는 이들을 연속된 삶의 과정으로,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서 이해합니다. 세간과 출세간은 역사적으로 갈등도 있고, 혹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정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은 서로 의지된 관계이고, 이들이 서로에게 상생의 관계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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