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單純)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水墨畵)의 경지(境地)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瞑想的)인 표현(表現)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沈默)의 세계(世界)이다.
텅 빈 공(空)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簡素)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空)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充滿)의 경지이다.
여백(餘白)과 공간(空間)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靈魂)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執着)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抛棄)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充滿感),
그것이 바로 극락(極樂)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