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도〉(14세기경), 비단 바탕에 채색, 보물 제784호, 104.3×55.6cm, 호암미술관 소장
지장보살은 오탁악세(五濁惡世)에서 중생의 구제활동을 하는 보살.
산스크리트로는 크시티가르바(Ksitigarbha)라고 하는데, <대지를 모태로 하는 것>
이라는 뜻으로 생명을 낳고 기르는 대지와 같은 능력을 가진 보살을 상징한 것이다.
또 지지(持地), 묘당(妙幢), 무변심(無邊心) 등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가장 널리 알려진 명칭은 지장보살이다.
지장은 브라마나 시대부터 일장(日藏)·월장(月藏)·천장(天藏) 등과 함께,
별의 신으로서 신앙되었다.
불교에서는 6세기 초 외족의 침입으로 북인도의 불교 파괴의 사회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널리 유포되었다.
이것이 중국에 들어와 염마시왕(閻魔十王) 신앙과 결합되고,
말법(末法) 사상이 활기를 띠면서 지장을 통한 구제를 희구하는 신앙으로 발전하였다
일체중생(一切衆生)에게 불성(佛性)이 있다고 보는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과
관련하여 대승불교(大乘佛敎)의 후기에 나타났다.
《지장보살본원경 地藏菩薩本願經)》에 따르면,
지장보살은 석가여래의 부촉에 따라 육도(六道)의 모든 중생이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도 성불하는 것을 연기하고 보살로 머무르면서 중생의 죄고(罪苦) 씻기에
전력할 것을 본원으로 한다고 하였다.
이 세상의 모든 중생의 운명은 전생의 업에 의하여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업보사상이 불교의 일반설이지만 지장보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지장보살은 정해진 업도 모두 소멸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장보살에게 귀의하여 해탈을 구하면 악도를 벗어나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리천(도利天)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새벽 항하사의
선정에 들어 중생의 갖가지 근기를 관찰하는 보살이다.
또한 부처가 없는 시대, 즉 석가모니불은 이미 입멸하고 미륵불은
아직 도래하지 않는 시간에 천상, 인간,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대비보살이다.
중국에서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가 모습을 나타내서 설법하던 도량이 안휘성安徽省
구화산九華山에 있다 한다.
구화산 월신보전月身寶殿 안에 있는 〈칠급목질보탑七級木質寶塔〉에는 매 층마다
불감(佛龕) 여덟좌가 있는데, 모두 지장의 전신좌상이 모셔져 있다.
그 밖에 대족석굴 177호 지장변상굴, 돈황막고굴의 오대(五代), 송대(宋代) 석굴에는
통로의 천장부위에 지장상이 그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모든 중생을 지옥의 고통에서 구해주는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이
성행하였는데,
지장보살은 육도윤회를 심판하는 구세주로 등장하였고, 사찰에서는
명부전(冥府殿)의 주존으로 신봉하게 되었다.
지장보살의 정형적 도상은 천관(天冠)을 쓰고 가사를 입었으며, 왼손에 연꽃을,
오른손은 시무외인(施無畏印)의 형상으로 묘사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삭발한 머리에 석장(錫杖)을 짚고 여의주를 들고 있기도 하는데,
이는 《연명지장경延命地藏經》에 근거한 모습이다.
고려시대에는 두건을 쓴 형태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